1 항공기의 무장
비행기에 장착되는 총기류 무장을 기총이라 부른다. 기총은 비행기가 처음 이 세상에 등장했을 때부터 항공 폭탄과 함께 실질적인 비행기의 무장이었으며 이 기총의 등장으로 단순한 정찰용 날틀이었던 비행기는 적과 싸우는 전투기로 진화하게 된다.
제 2차 세계대전까지만 해도 기총은 전투기들끼리의 싸움에 필수 무장이었으며 둔중한 중폭격기들도 방어를 위해 기총을 떡칠하고 다니기도 했다. 일단 총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이 당시 전투기들은 선회력이 중시됐으며 선회력이 좋은 전투기들은 적기와의 도그파이트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기총의 성능도 갈수록 진화를 거듭했다. 1차 세계대전까지만 해도 전투기의 무장은 30구경 기관총 한두 정이 한계였으나 전간기 동안의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30구경 기관총은 단박에 화력 부족이 지적당하게 되고, 곧 50구경 기관총(미국)이나 20mm 기관포가 전투기의 주요 화력이 된다.
세계대전이 끝나고 제트기의 시대가 열렸으나 여전히 기총은 사용되었다. 한국전쟁 당시의 F-86과 MiG-15가 좋은 예이다. 이 때 즈음에 기총의 구경은 정점을 찍었다. MiG-15는 37mm 기관포를 달아 우수한 요격 성능을 보여주었으며 Me262는 아예 50mm 기관포를 달기도 했다.
베트남 전쟁 직전 미사일이 개발되었고 진먼 포격전에서 미사일의 활약을 본 미국은 미사일 만능주의에 빠지게 되어 기총은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여 신형 F-4 전투기에서 기총을 빼 버린다. 하지만 정작 베트남전에서 미군의 미사일들은 형편없는 명중률을 보이면서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올렸다. 이를 악화시킨것은 반드시 육안으로 적인지 확인하고 공격하라는 지침이었고 이로 인하여 미사일의 장점인 긴 사정거리를 전혀 살릴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아차 하는 순간 최소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가는 상황도 발생했다. 게다가 미사일은 적기의 정면에서 조준이 불가능했고 이런 약점을 아는 미그기들은 헤드온을 걸어버리는 상황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미 공군과 해군은 베트남의 공중전에서 심각하게 고전하였고 역대 최악의 교환비를 기록하게 된다.[1]
이로 인해 미국은 "전투기에는 기관포가 꼭 필요하다"라는 교훈을 얻게 되었고 그 후로 미국의 전투기에는 기관포가 필수로 탑재되게 된다.
한편, 날로 빨라지는 비행기에 비해 기총의 연사력은 턱없이 낮았다. 이는 유효타를 적중시키기 어려워졌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최소 100년 전, 남북 전쟁때나 쓰였던 개틀링 방식을 다시 발굴해 내게 된다. 이로 인해 나온 물건이 1959년에 채용된 M61. 그리고 이 발칸포는 이후 나온 전투기들에 두루두루 장착되게 되며 기총계의 베스트셀러가 된다.
오히려 요즘에는 미사일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명중률이 대폭 상승함에 따라 다시 기총의 활용도는 줄어들고 있다. F-35의 B,C형은 기관포를 기본 내장하고 있지 않다. 이런 사례들을 보고 "다시 세계가 미사일 만능주의로 회귀하는 것인가" 하는 말도 있다.
그러나 미사일 만능주의는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미사일은 매우 유용한 신무기였음에 분명하다. 그러나 미사일의 성능은 미국의 기대를 따라가지 못하였고, 이에 한 술 더 퍼서 아예 전투기에서 기총을 제거해버리는 등의 사건으로 인해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그렇게 처참한 교환비를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
또한 기총은 전투기들끼리의 전투가 아닌 지상 공격에도 두루두루 쓰였다. 지상 공격을 중심으로 맡은 항공기를 공격기라 부르며, 주요 무장은 역시 기총이었다. 이 기총으로 지상을 공격하는 것을 기총 소사라 부른다. 현재는 A-10 같은 걸출한 공격기가 30mm 기관포를 장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매버릭에 의해 보조 무기 신세를 면치 못한다.
미사일이 발명되고 기총은 분명히 뒤로 밀려난 보조 무기가 되었으나 그 가치는 아직까지 건재하다. 이는 미국의 탑건만 보아도 알 수 있다[2]. 레이저 병기라도 개발되지 않는 이상 기총은 전투기의 필수 무장으로 계속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