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훤

箕萱

1 개요

통일신라 말기(후삼국시대)의 유력 호족.

2 생애

통일신라 말 진성여왕대 왕실의 부패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자연재해가 잇달아 일어났다. 889년 국고가 텅 비게 되자 전국에 세금을 독촉하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상주에서 원종과 애노의 난을 시작으로 전국에 반란군이 잇달아 일어나게 되었다. 그 중 기훤은 죽주[1]를 기반으로 한 세력이었다.

891년 궁예가 세달사에서 나와 가장 먼저 찾아간 것이 기훤이었는데, 당시 기훤이 꽤나 세력을 떨치고 있었던 듯. 그러나 기훤은 궁예를 우습게 보고 소홀하게 대했고 궁예는 기훤의 부하였던 신훤, 원회 등과 짜고 북원[2]의 양길로 갈아탄다. 이후 자세한 기록은 없으나 궁예와 양길의 양강구도로 가고 거기서 궁예가 승리해 후고구려를 건국하는 과정을 봐선 곧 대충 망한 것으로 보인다.

3 창작물에서의 기훤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에서는 김윤형이 열연하였다.[3] 별다른 비전도 없이 매번 '영웅' 타령만 하며 매번 잔치를 벌리고 여인들을 옆에 끼며 흥청망청 즐기기만 하는데다, 거리낌없이 사람을 죽여대는 광인으로 묘사된다. 오죽하면 궁예도 기훤을 처음 만나고 돌아가는 자리에서 '우리 장군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는 물음에 잠시 말을 못 하다가 '영웅담을 참 좋아하시는 것 같소이다' 라는 말만 겨우 했을 정도. 자신이 점령한 곳의 관리들을 죽이고 젊은 여인들은 성노예로 끌고 가며, 노인이나 어린애들은 쓸모없다며 도륙한다. 좋아하는 것과 유일하게 하는 일이 살인,약탈,연회인 인물인 만큼, 체제 운영도 그냥 주변을 약탈해서 충당하는 약탈 경제로 하는 모양. 때문에 죽주는 나름 교통의 중심지임에도 그냥 산적 소굴 A 수준의 모습을 보여줄 뿐더러, 휘하 부하들도 하다못해 훈련된 민병대도 아닌 그냥 도적단 A 스런 모습을 보이는데 옷도 중구난방에 머리도 풀어헤친게 딱 산적 A 수준. 기훤 말로는 수많은 전장터에서 누벼왔다고 하는데, 그나마 개인적인 무력은 꽤 강하다는걸 보여준 양길과 달리 이 쪽은 해봤자 양민학살 밖에 보여주지 않았기에 실제 전투력이 얼마나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부상병들이나 지역내 백성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면 배급도 주지 않고 싸우지 못하는 사람은 필요없다는 말까지 내밷는다. 이렇게 기훤이 부하들을 내팽개치는 상황에서 궁예는 종간과 함께 부상병들과 다친 백성들을 돌보았고, 그러는 사이 기훤의 부하들과 백성들에게 민심을 얻게 된다.

이후 13회엔 기훤은 괴산지역이 양길의 세력권임을 알면서도 그 지역을 약탈하고 주민들을 살해하며, 지역 관리를 죽이고 여인들은 모조리 성노예로 끌고가는 만행을 저지른다.이 때 혼자남은 관리의 아이가 울자 궁예가 아이를 안아 달래는데, 기훤을 궁예에게 아이를 내려놓을 것을 명령한다. 여기서 기훤에게 대들어봤자 좋을게 없는지라 어쩔수 없이 궁예는 아이를 내려놓았고, 기훤은 부하에게 아이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후 14회엔 이에 양길측은 기훤을 족하(나이 어린 아랫사람)라고 칭하는 경고문을 보낸다. 자기를 비하하는 표현에 빡친 기훤은 당장 양길과 전쟁을 할려고 한다. 그러나 양길 세력은 영토 규모는 물론 병력의 숫자도 많을 뿐더러, 무엇보다 제대로 된 병장기와 갑옷도 없이 그냥 산적처럼 털가죽 옷을 입고 다니는 기훤 측과 달리 양길은 정규군 못지 않게 갑옷을 입고 다닐 정도로 병력의 질도 좋다는 게 문제.[4] 이에 부하 장수 원회는 일단 고개를 숙이고 훗날을 기약하자고 설득하는데, 기훤은 자신의 비위를 건드린 원회를 두들겨 팬다.

어자피 양길과 전쟁해봤자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패할 게 뻔할 뿐더러 그렇찮아도 포악하고 인간성이 막장인 기훤이 맘에 안 들었던 신훤과 원회는 그날 밤 쿠테타를 일으킬려고 하는데, 이미 다른 병사들[5]이 기훤의 심복들을 살해해버린 상황이었다. 덕분에 신훤과 원회는 아주 쉽게 기훤을 살해[6]할 수 있었고, 다음으로 그 동안 인망을 얻고 있었던 궁예를 지도자로 내세운다.

이미 궁예와 종간 역시 기훤을 끌어내릴 기회가 왔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날 밤 내로 뭔 일이 벌어질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도 빨리 기훤이 살해당할 줄은 예상 못했다. 아무튼 궁예는 죽주 지방의 지배자가 되었으나 이 지역에선 큰 뜻을 이루지 못한다는 판단 하에[7] 양길 세력으로 투항한다(15화).

안습하게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부하에게 살해당했지만, 장수 및 병사들의 질적, 양적 차이나, 세력 차이 등을 봤을 때 그대로 양길과 싸워봤자 영 좋지 못한 결말을 맞이할 게 뻔했다. 그나마 휘하에 궁예와 종간이 있긴 했지만 그 상황에서 이미 그들은 기훤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별 도움이 될거 같지도 않았고...

극중 연기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기'훤'이라는 이름을 종종 기'휀'이라고 말하는걸 들을수 있다. 견훤이 견휀(...)이라고 불리지 않는 점을 보면 조금은 재밌는 요소이기도 하다.
  1. ↑ 지금의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일대.
  2. ↑ 지금의 강원도 원주시.
  3. ↑ 같은 작가가 쓴 드라마인 야인시대에서는 여운형 역으로 나오기도 했다.
  4. ↑ 아예 경고문을 전달하러 온 사신단부터가 갑주와 투구 잘 차려입은 병사들이어서 가죽옷이나 입고 다니는 기훤의 병사들과 대비되어 보인다.
  5. ↑ 기훤이 약하고 다친 병사들을 잉여 취급한 관계로, 이들은 기훤을 증오하고 있었다. 기훤이 원회를 두들겨패는 일이 벌어지자 울분을 참지 못하고 먼저 기훤의 심복들을 처리해버린것.
  6. ↑ 밖에서 북을 두드리는 등 아주 시끄러웠는데도, 술에 취한 기훤은 살해당하기 직전에나 일어났다.
  7. ↑ 기훤이 해 놓은 깽판(삽질)이 워낙 큰지라 기훤의 세력인 죽주에서는 인심을 얻기 어렵다는게 이유였다. 신훤과 원회는 이 결정에 의아했으나 나중에 북원지역의 안정되고 발전된 모습을 보고선 그 뜻을 이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