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 곰

1 개요

농부러시아전래동화로 힘은 약하지만 현명한 농부와 힘은 세지만 어리석고 미련한 곰 사이의 이야기다.

2 내용

어느 마을에 농부가 자신의 밭에 순무 씨를 뿌리고 있는데 갑자기 곰이 나타나 농부를 잡아먹으려고 하였다. 꼼짝없이 잡아먹히게 된 농부는 꾀를 내어 곰에게 "순무가 자라면 저는 뿌리 부분만 갖고 윗부분은 곰님께 드릴게요."라고 약속했다.[1] 농부의 말을 들은 곰은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고 생각해 그 말을 믿고 돌아갔다. 그렇게 몇 달이 흘러 순무가 잘 익어 농부가 수확하려 하자 곰이 불쑥 나타나 자기 몫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러자 농부는 약속대로 곰에게 순무 잎을 주고 자신은 순무 뿌리를 가져갔다.

농부가 수확한 순무를 내다 팔려고 마차에 싣고 시장으로 향할 때 또 곰이 불쑥 나타나 어디 가느냐고 묻자 농부는 순무를 팔려고 시장에 간다고 대답했다. 이 때 곰은 순무 뿌리의 맛은 어떤지 참 궁금해서 순무 뿌리 좀 먹어보게 하나만 달라고 했다. 농부는 순무 뿌리 하나를 곰에게 주었고 곰이 그걸 먹었더니 자신이 가져갔던 그 순무 잎보다 훨씬 더 맛있는 거였다. 농부가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한 곰은 크게 화가 나 "나를 속였구나! 뿌리 쪽이 훨씬 더 맛있잖아! 이 다음엔 뿌리를 줘! 그렇지 않으면 잡아먹어버릴 거다!"라고 농부를 위협했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다시 농사지을 때가 되었다.

이번에 농부는 보리 농사를 짓기로 하고 밭에 열심히 보리 씨를 파종했다. 시간이 흘러 보리는 알차게 영글었고 수확할 때가 되었다. 농부가 보리를 타작하려고 밭에 가보니 이미 곰이 그 보리밭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다음 농부에게 "이번엔 약속대로 뿌리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자 농부는 알겠다고 말하며 "윗부분은 제가 갖고 뿌리는 곰님께 드릴게요."라고 약속했다.[2] 그리고 농부는 약속대로 자기는 보리의 윗부분만 갖고 뿌리는 곰에게 주었다. 농부에게서 보리 뿌리를 받은 곰은 한 입 먹어봤으나 먹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곰은 너무 분한 마음에 울면서 "농부 양반! 또 나를 속였어!"라고 했지만 농부는 어디까지나 약속을 지켰을 뿐이었다.

3 교훈

간단하게 말하면 한국 속담 호랑이 굴에 끌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 맨몸의 인간이 곰의 상대가 될 리는 당연히 없으며 농부가 갖고 있는 농기구를 무기로 쓸 수도 있겠지만 곰이라는 동물은 미련하다는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매우 영리하다 못해 교활하며 동작도 매우 민첩하다. 즉, 농부가 농기구를 휘두르기 전에 이미 곰의 앞발에 찍혀 죽는다는 것. 그러므로 위 이야기 속 농부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같은 위기 상황을 순간적인 기지로 대처해 목숨도 건지고 재산도 지킬 수 있었다. 결국 이 이야기에서 하고 싶은 말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치고 위기를 겪더라도 정신을 차리면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1. 다들 알다시피 순무는 뿌리 부분을 먹지 위의 이파리는 잘 먹지 않는다. 한국인이라면 무잎을 가지고 시래기국이라도 끓여먹겠지만 이 이야기 속 배경은 러시아다. 더군다나 곰이 잎을 가지고 요리해 먹을 리도 없고.
  2. 다들 알다시피 보리는 위의 낟알을 먹지 보리 줄기나 뿌리는 그냥 버리는 거다. 잘 써먹어봤자 여물에나 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