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메로스

1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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走れメロス

일본의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의 명작소설.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기다림에 대한 기대와 희망.

주인공인 메로스가 사람들을 마구 죽이는 포악한 왕을 암살하려고 했다가 붙잡히고, 여동생의 결혼식을 열어주기 위해 사흘의 여유를 주는 대신 친구 세리눈티우스를 보증세우고인질로 데리고 있으라 하고 떠났다가 돌아오는 이야기다. 신의를 지킬 줄 아는 남자인 메로스는 미친듯이 달리고 폭우로 불어난 강도 헤엄쳐 건너고 길을 막는 산적들도 때려잡고 세리눈티우스가 사형당하기 직전에 도착하는데 가까스로 성공한다. 이걸 본 왕도 감동해 둘 다 살려줘서 해피 엔딩.

이 소설의 창작 발단은 다자이 오사무와 친구인 단 카즈오와의 사이에서 일어났던 일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다자이가 도쿄 인근의 아타미(熱海)의 무라카미 여관에 틀어박혀서 몇달째 나오지를 않자 다자이가 걱정된 아내는 다자이의 친구인 단에게 다자이가 어쩌고 있는지 좀 들여다봐달라고 부탁했다.

단은 무라카미 여관에 가서 다자이에게 그만 붙들려서(...) 술 마시고 돌아다니던 사이에 가지고 온 돈을 모두 써버리게 되었다. 그러자 다자이는 여관 주인에게 단이 인질이라면서(...) 놔두고선 자신은 도쿄에 있던 스승 이부세 마스지의 집에가서 돈을 구해오겠다고 가버렸다.

그런데 단이 며칠을 기다려도 다자이가 돌아오지 않자 여관과 술집에 사정사정해서 외상의 지불을 미룬뒤 도쿄의 이부세 마스지의 집에 가보니 다자이는 이부세와 한가롭게 장기를 두고 있었다. 사실 다자이는 이부세와 장기를 두면서 돈좀 빌려달라고 말할 타이밍을 노렸지만 며칠째 그게 안되었던것(...) 단이 그런 모습을 보고 빡치려고 하자 다자이가 "기다리는 사람이 괴로울까, 기다리게 하는 사람이 괴로울까?"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후에 달려라 메로스가 나오자 이 소설을 읽어본 단은 "아타미에서 있었던 일이 창작에 중요한 발단이 된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중에선 접근하기 쉬운 소설이고 우정과 인간간의 신뢰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룬 탓인지 전후 일본의 국어교과서에 수록되었고 이로인해 일본의 국민소설이 되었다.

일본에선 국민소설의 반열에 있는 작품이라서인지 여러 매체에서 패러디되기도 했다. 일본쪽의 작품 중에서 메로스, 달려라등의 키워드가 들어가거나(대표작으로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 OP 메로스처럼) 다른 사람의 목숨을 인질로 내주고 어딘가로 가는 내용은 전부 요거의 패러디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 그러나 화내고 왕을 죽이러 갔다가 순식간에 잡혀서 목숨구걸을 하게 된 메로스의 행동이 관점에 따라서는 병맛이 넘치기 때문에 개그로 패러디되는 경우도 많다.

단지 다자이의 순수한 창작은 아니고 원문의 끄트머리에 적혀 있는 것처럼 원전은 고대 그리스의 신화와 그것을 바탕으로 한 독일 시인 요한 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폰 실러의 작품. 원전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달라서 원전이 더 유명한 유럽어판에서는 그에 맞춰서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바뀌기도 했다. 원전은 다몬과 핀티아스 (Damon and Phintias)로 참주 디오니시오스 1세에게 사형을 선고받은 시라쿠사피타고라스파 철학자 핀티아스가 신변 정리를 위해 일시적인 말미를 요구, 그 사이 다몬이 대신 갇혔는데, 핀티아스가 약속대로 돌아오자 참주는 그들 두 사람을 모두 방면했다고하는 이야기. 원전 그리스 신화 - 실러 2차창작 - 다자이 3차 창작 - 한국 교육부, 모리미 4차 창작.

2 1를 원작으로 한 미디어믹스


국민소설 격으로 인기가 많다보니 이런걸 노리고 1992년에 오오스미 마사아키가 감독을 맡은 극장판이 5억엔이 넘는 제작비를 들여가며 개봉되었는데 학교 단체관람이라도 기대하고 나왔으나[1] 가까스로 1억엔을 벌어들이며 흥행은 망했다.

원작과 꽤 차이가 있다. 메로스와 세리네티우스가 초면으로 나오는 등 기존에 있던 설정이 많이 바뀌었고, 세리네티우스의 가정사정 등 원작엔 없던 여러 설정들이 붙었다. 그 외에 왕후나 아킬레스[2], 라이사 등 기존에 없던 인물들이 추가되었다.

흥행은 망했으나 꽤나 수작이다. 인물과 설정을 추가함을로써 믿도 끝도 없던 원작 인물들의 행동에 개연성을 부여했고 스토리도 보다 극적으로 만들었다. 다만 원작 파괴의 우려가 있긴 하다. 작화나 연출, 음악도 훌륭한 편. 원작과의 차이를 찾으면서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푸른 문학 시리즈 애니.그림체 차이 봐라...

애니메이션만 4개가 나왔다. TV 애니메이션 2개,, 그리고 문학선인 푸른 문학 시리즈에서 한번.

1970년대 국민학교 시절부터 도덕 교과서에선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서서방과 공서방이라는 이름(?)으로 한국화되어 실린 적도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그대로 교과서에 실려있었다.

천일야화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근데 이때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 대신 남아준다.

3 모리미 토미히코의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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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신역(新譯) 달려라 메로스 외 4편'.

나카지마 아쓰시의 '산월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덤불 속', 다자이 오사무의 '달려라 메로스', 사카구치 안고의 '벚나무 숲 만발한 벚꽃 아래', 모리 오가이의 '햐쿠모노가타리(百物語, 백 편의 이야기)를 리메이크한 단편집. 각 단편집이 느슨하게나마 서로 연결되어 있다. 키워드가 되는 핵심 인물은 산월기의 '사이토 슈타로'.

가히 일본에서도 내노라하는 고전 명작 단편들에서 차용하긴 했으나, 시인이 되려던 중국의 이징이 짐승이 되는 산월기는 소설가가 되려던 사이토 슈타로가 텐구가 되는 이야기로, 영화 라쇼몽의 원작이기도 한 덤불 속의 경우 괴짜 영화 감독과 주연배우들의 삼각관계를 다루는 등 모리미 토미히코 식으로 정말 많이 개작됐다. 가장 가관은 달려라 메로스로, 모리미 토미히코 답게 대학 축제가 배경이며[3] 결국 폭군, 두 친구 모두가 분홍색 삼각빤스를 입고 춤을 추는 막장 결말로 치닫는다 원작의 감동은 어디에. 그래도 역시 전체적인 구성이나 설정은 원작에서 많이 빌려왔기 때문에 원작들에 대해 잘 모르면 제대로 즐기기 힘든 책이다.

원작과 비교해서 읽고 싶은 독자의 경우, 국내에 들어온 적이 없는 햐쿠모노가타리를 제외하면 약간 발품만 팔 각오가 되어 있으면 도서관이나 인터넷 서점에서 다 찾을 수 있는데, 원작 산월기는 '역사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에 수록되어 있고, 덤불 속의 경우 단편집 '라쇼몽'에 수록되어 있으며 달려라 메로스는 국내에 워낙 다자이 오사무 단편집이 많으니 정말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카구치 안고의 '활짝 핀 벚꽃나무 숲 아래'는 책세상에서 발매한 일본 호러 걸작선에 수록되어 있다. 물론 일본어가 된다면 인터넷 사이트인 아오조라 문고에서 저작권 풀린 텍스트본을 모두 구할 수 있으니 찾아서 읽어보자.
  1. 사람을 칼로 찔러죽이는 장면이나 여성의 나체유두노출가 나오는 등 학교에서 단체관람할 만한 수위는 아닌 듯 하다.
  2. 원작에선 둘다 처형된 상태이다.
  3.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 나오는 바로 그 대학 축제다. 여기서 이 책도 모리미 월드(...)에 포함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