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마 95

도그마95(Dogma95)는 1995년 4명의 덴마크 영화 감독들이 그들의 영화 정신을 담아 발표한 선언이자 일종의 영화운동이다. 도그마95 선언문은 선언의 배경과 목적을 밝힌 전반부와, 그들이 지향하는 영화 제작의 원칙들을 나열한 <순결의 서약(The Vow of Chastity)>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선언을 통해 당시 유행하던 작가주의 영화헐리우드 장르 영화를 모두 배격하고 영화의 순수성을 회복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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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마95 선언문 서약서. 네 명의 덴마크 영화 감독, 라스 폰 트리에, 크리스티안 레브링, 토마스 빈터베르그, 소렌 카우-야콥슨이 서약서에 서명한 최초의 감독들이다.

1 역사

1995년 3월 22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영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연설자 자격으로 참여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연설을 시작하는 대신 도그마95 운동을 알리는 붉은 전단지를 청중들에게 살포하였고, 이는 도그마95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도그마95 선언문의 초안은 라스 폰 트리에토마스 빈터베르그에 의해 45분 만에 작성되었으며, 프랑스 작가주의 영화의 서막을 알린 프랑수아 트뤼포의 1954년 에세이 <프랑스 영화의 어떤 경향(Une certaine tendance du cinéma français)>의 형식을 모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유명해지려면 선언문 하나쯤은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1998년에는 도그마95 원칙에 입각한 최초의 영화《셀레브레이션》과 《백치들》이 개봉되었고, 두 영화는 놀랍게도 나란히 그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였다. 그 중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셀레브레이션》은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였다. 이후 덴마크 출신이 아닌 타국의 감독들도 도그마 영화 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프랑스계 미국인인 장 마르 바의 《연인들》은 다섯 번째 도그마 영화이자, 비 덴마크 출신 감독의 첫 번째 도그마 영화이다.

이제는 도그마95 주창자들마저도 도그마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어 사실상 도그마95 운동은 끝났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2 목적

도그마95 선언문의 후반부에 해당하는 <순결의 서약>에는 이른바 도그마 영화가 갖추어야할 10가지 계명이 명시되어 있다. 10가지 계명은 다음과 같다.

1. 촬영은 반드시 로케이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소품들과 세트를 끌어들여선 안 된다. 만약 이야기 전개상 특정한 소품이 필요하다면 로케이션은 그 소품이 있는 곳으로 선택되어야 한다.
2. 사운드는 절대로 이미지와 분리하여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혹은 그 역도 안 된다. 음악은 그 신(scene)이 촬영되고 있는 곳에서 들리는 것이 아닌 이상은 사용돼서는 안 된다.
3. 카메라는 반드시 핸드 헬드여야 한다. 손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움직임이나 정지 상태는 허용된다. 카메라가 서 있는 곳에서 촬영돼서는 안 된다.
4. 필름은 반드시 컬러여야 한다. 일체 특수 조명의 사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만약 노출을 맞추기에 빛이 충분치 않다면 그 신(scene)은 잘려 나가거나, 카메라에 램프 하나만 부착시켜 사용할 수 있다.
5. 옵티컬 작업(필름에 인위적인 효과를 내기 위한 광학 처리)과 필터 사용을 금한다.
6. 영화는 피상적인 액션을 담아서는 안 된다. 살인, 폭력 등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7.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것은 금지된다. 말하자면, 영화는 ‘현재, 이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8. 장르 영화는 허용되지 않는다.
9. 영화의 형식은 반드시 아카데미 35mm여야 한다.
10. 감독 이름은 크레디트에 올라가지 않는다.

3 평가

도그마95 운동은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헐리우드의 상업성에 반기를 들고 작가주의 이후 영화가 나아갈 한 가지 길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주변의 유럽 국가에 비해 비교적 작은 영화 시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덴마크 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배경을 덴마크 출신 감독들의 개성과 실험 정신에서 찾는 의견도 존재한다. 실제로 라스 폰 트리에 감독과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은 지금까지도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도그마95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비판은 크게 선언문 내용에 대한 비판과 도그마95 운동에 참여한 감독들에 대한 비판으로 나뉘어진다.

먼저 도그마95 선언의 내용이 영화사적으로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고 보는 입장이 있다. <순결의 서약> 중 6개 조항 즉, 제1조부터 제5조까지와 제9조는 사실주의 영화를 만들기 위한 영화 기법과 유사한 항목들이다. 영화사에서 사실주의의 계보는 뤼미에르 형제 초기 단편에서 시작하여 시네마 베리테(cinema verite)를 거쳐 네오 리얼리즘(neo-realism)까지 이어진다. 도그마95 역시 이러한 사실주의 전통의 연장선 상에 위치하고 있으며, 다만 그것을 명문화하였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도그마95 운동을 주도하였던 감독들마저도 도그마 원칙을 어기는 영화를 제작하고 있어 사실상 도그마95는 끝이 났다고 보는 입장도 많이 있다. 실제로 도그마 재단에 의해 공인된 두 번재 도그마 영화인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백치들》에서는 옵티컬 작업과 필터 사용이 행하여졌고, 동 감독의 이후 작품 역시 도그마 원칙을 어기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도그마 영화들은 아카데미 35mm가 아닌 디지털 비디오로 촬영되었다는 점에서 도그마 원칙에 어긋난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도그마95를 잘 짜여진 홍보전략 정도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 바 있다.

어둠 속의 댄서》가 상영된 이후, "왜 배교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컴퓨터로 6개월 동안 색 보정 작업을 했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비디오 톤의 영상에 매혹되어 있다. 비전문가용 소형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라는 뜬금없는 변명을 하였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해고당하였지만 당시 <빌리지 보이스(Village Voice)>의 평론가 짐 호버만(Jim Hoberman)은 도그마95를 두고 "밥 값하는 모더니스트들이라면 모를 리 없겠지만, 아방가르드로 성공하려면 언론 플레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도그마95의 공동 창시자이자 유명한 활동가인 덴마크의 악동 라스 폰 트리에는 자신을 마케팅하는 놀라운 재주 빼고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다" 라는 혹평을 남겼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도그마95에 대해 낭만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영화인들이 많았으나, 이동진 평론가의 경우 조선일보에 기고하던 <시네마 레터>에서 "도그마는 먼저 규약을 내걸었다는 점에서 엘리트적이고 교조적이다. 많은 미덕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돌아가려는 시도가 실패한다면 맥락을 무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모습은 긴 기간의 변화에 나름대로 적응해 나간 결과이다. 영화 역사가 남긴 기술을 발전 과정이 아니라 걸림돌로 보는 시각은 맥락을 잃기 쉽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였다.

4 영화 목록

도그마95 정신에 동조하는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도그마재단이 설립되어, 심사를 거쳐 도그마 영화(Dogma Film)를 선정하고 있다. 공인된 도그마 영화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한국의 도그마 영화로는 아시아 최초의 도그마 영화로 남아 있는 , 그리고 아시아의 마지막 도그마 영화로 남게 될 변혁 감독의 《인터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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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호 도그마 영화인《셀레브레이션》의 포스터

5 주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