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아웃

Red Out.

블랙아웃의 반대 개념으로, 눈앞이 빨갛게 되는 현상.

전투기 등의 항공기를 타고 급선회를 하면 보통은 조종사의 몸 아래쪽 방향으로 원심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마치 중력이 높아진 것처럼 되어서 피가 몸 아래로 쏠리며 안구에 혈액공급이 부족해지는 것이 블랙아웃이다.

그리고 이 레드아웃은 반대로 조종사의 머리 위쪽 방향으로 원심력이 가해지는 현상이다. 보통 조종간을 순간적으로 앞으로 밀다보면 전투기가 갑자기 기수를 숙이게 되는데 이 때 조종사는 머리 위쪽 방향으로 원심력이 작용한다. 그러면 조종의 머리쪽으로 피가 급격히 쏠리는데, 이 때 안구에 피가 너무 쏠려서 사물이 빨갛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것이 레드아웃.

레드아웃은 블랙아웃보다 훨씬 위험하다. 블랙아웃은 안구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것이므로 몇 분씩 지속되지 않는한 신체가 영구적인 손상을 입지는 않는다. 반면 레드아웃은 안구로 피가 몰리는 현상이기 때문에 눈과 뇌의 모세혈관들이 버티지 못하고 터질 수 있으며, 심하면 더 큰 혈관들까지 터져 내출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인간은 몸 아래쪽으로 작용하는 원심력은 중력의 8~9배 까지도 순간적으로나마 견딜 수 있지만(물론 훈련받은 조종사 기준), 레드아웃이 걸리는 머리 위쪽 방향으로는 중력의 3배 정도만 되어도 치명적이다.

보통 몸 아래쪽으로 향하는 G를 +G, 머리 위쪽으로 향하는 G를 -G라고 한다.

어차피 전투기라는 물건도 사람이 타고 조종해야 하므로 구조물도 보통 사람의 몸에 맞춰 +방향으로는 9G, -방향으로는 3G 정도까지 버티도록 설계한다. 그 이상 튼튼하게 만들어봐야 실제로 거기까지 기동도 못하고, 괜히 구조물 보강하느라 무게만 무거워지기 때문. 무인기가 전투기로 본격적으로 쓰이면 -3G 이상의 기동도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양력을 사용하는 비행체인 이상 기본적으로 양력이 구심력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차피 -G 방향 기동을 별로 할 일도 없고, 하기도 어려운 건 매한가지. 우주세기쯤 오면 양력이 아니라 다른 힘으로 방향을 바꾸며 선회할 테니 그 때 가면 -3G 이상으로 움직이는 무인 전투기가 나올지도 모르지만.[1]

그래서 보통 전투기 등이 급격하게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때는 그냥 기수를 숙이지 않고 롤을 해서 기체를 뒤집은 뒤 기수를 들어올리는 식으로 기동한다. 영상물 같은데서도 이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멋있어보이려고 하는게 아니라 그냥 기수를 아래로 숙여버리면 위에서 언급한 대로 레드아웃에 걸리기 때문. 거기에 항공 전술이 확립되던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연료 공급 방식이 단순 중력에 의존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그냥 기수를 숙여버리면 관성력이 작용해서 중력이 0이 되어 연료 공급이 끊기고 엔진이 꺼져버리는 사태도 벌어졌다.

참고로 그냥 지상에서라도 물구나무를 서면 -1G에 해당하는 힘을 받는 셈이다. 바꿔 말하면 중력의 3배 되는 공간에서 물구나무라도 섰다간 뇌출혈 크리를 겪을 수 있다. 중력의 몇 십배에서도 엎치락 뒤치락하는 드래곤볼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괴물인 셈이다.

에어리어88의 유명한 고증오류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는 작가가 선회 시 받는 힘을 잘못 이해한 것인데, 전투기가 수직으로 상승하며 선회하는 루프(loop)기동을 할 때, 조종사의 머리가 아래로 향하니까 작가는 머리에 피가 쏠려 -G를 받는 레드아웃에 빠진다는 설명이 나온다. 그러나 익히 알다시피 원심력지구 중력의 방향과 관계 없다. 만약 이 설명대로라면 끈 달린 종이컵에 담아 놓고 빙빙 돌리면 종이컵이 거꾸로 되었을 때 이 전부 쏟아져야 한다(…).

  1. 물론 사람이 탄다면 얄짤없이 -3G 이상 기동을 못 할 것이다. 조종석 위치가 순간적으로 바뀌던지, 아니면 전부 중력의 구속에서 해방된 스페이스노이드가 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