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居易(772~846)
중국 당나라 때 시인. 자는 낙천(樂天)으로 백낙천 이라고도 많이 불린다.
중국 문학을 말할 때 따로 당시(唐詩)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당나라 때에 시문학이 황금기를 구가했다. 잘 알려진 이태백과 두보가 바로 당시로 유명한 시인이며, 백거이는 왕유, 한유, 두목과 더불어 위의 두 사람 못지 않게 유명한 시인이다.
흔히 당시(唐詩)는 초당(初唐) 성당(盛唐) 중당(中唐) 만당(晩唐)의 네 시기로 구분하는데, 이백과 두보는 성당기 시인, 백거이는 중당기 시인으로 분류한다. 같은 중당기 시인인 한유와 함께 네 사람을 한데 묶어 이두한백(李杜韓白)으로 부르기도 한다.
오늘날 백거이의 시가 3800여수 전해지는데 대표작으로는 장한가(長恨歌)와 비파행(琵琶行), 유오진사시(遊悟眞寺詩)가 있다.
원래 당나라 현종의 인생자체가 한편의 드라마였기 때문에 시인들의 주된 표적(?)이 되었는데, 자연 이를 다룬 작품도 무지 많다. 개중 백거이의 장한가는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과 아쉬움을 주제로 상상을 가미하여 만든 명시이다. 장한가의 표현 중 재지원위연리지(在願地爲連理枝)를 보면 뭐 땅위에서는 연리지가 되고~ 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연리지를 사랑의 비유로 시를 쓴 인물이 바로 백거이였으며 덕분에 지금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글쓰기에서 강조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퇴고인데, 여기에 얽힌 백거이의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백거이는 매번 시를 짓고 나서 동네 노파에게 들려주고는 노파가 알아듣지 못하면 알아들을 때까지 글을 뜯어고쳤다. 백거이 같은 시대를 뛰어넘는 거물 시인도 이렇게 치열한 어휘 구사를 위해 노력했는다는 일화로 여겨진다.
백거이 생전에 작품들은 널리 퍼졌는데, 많이 배우신 분들은 물론이거니와 저잣거리 목동들까지 애송할 정도였다니 그 인기와 백거이 언어의 힘을 짐작할 만하다. 비단 중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무척 인기가 좋아서 신작을 하나 내면 거의 실시간이나 다름없게(...) 들여왔다고 한다. 일본에서 유명한 단어, 雪月花(설월화)를 처음 사용한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기도 하다.
명나라 때 편찬한 당시선(唐詩選)은 당시 입문서로 바이블이나 다름없는 책이지만, 정작 백거이의 시는 통속적이란 이유로 빼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