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신 후지나미

오사카와 운타로의 하드보일드...를 빙자한 블랙 코미디 액션 만화. 전 6권. 국내에는 세주문화사에서 출판. 그런데 수정된 게 많다.

무기상인 로드리게스 후지나미가 바텐더 타쿠라와 함께 사채회사 토이치론과 타이거(클라크 켄트가 모델인 듯)를 쳐부순다는 내용으로, 자동차에 대한 작가 특유의 센스를 엿볼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지만, 그 실체는 야쿠자가 탱크를 몰고, 드럼통안에서 콘크리트로 반신욕을 한 주인공이 총기난사로 탈출하는 등의 사건이 시종일관 발생하는 정신나간 작품이다. 작품 스토리나 세부적인 내용도 전형적인 일본 야쿠자 협객물, 하드보일드, 블랙 유머, 액션 코미디가 뒤섞인 잡탕같은 맛을 자랑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고증 따윈 아예 깔끔하게 무시하는 탓에 작품 내에서 온갖 황당한 일이 발생하는지라 처음에는 어이없다가, 나중에는 킬킬대고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다가 중간중간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튀어나오는 심각함에 놀라게 된다.

사실 고증을 무시한다는 점을 빼면 꽤 정석적인 느와르의 전개를 택하고 있긴 한데...... 문제는 작품의 중심에 이 작품 최고의 싸이코들인 후지나미와 타이거가 있는지라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어가 돼버린다. 한쪽에서는 무난한 느와르풍의 인물들이 자기들끼리 심각한데, 갑자기 슈퍼히어로물에서나 나올법한 빌런들이 거기에 난입해 깽판을 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외에도 전반적으로 곳곳에서 온갖 패러디들을 발견할 수 있는 만화이기도 하다. 작가가 자기가 좋아하는 건 아무거나 다 쑤셔넣은 듯, 별별게 다 튀어나온다. 작품의 모든 사건들의 발단이 되는 악당 "하세"는 사실, 충격적인 전개로 익히 알려진 하드보일드 소설 불야성의 작가 하세 세이슈의 이름에서 따온거라던가, 고증은 개무시지만 작품 곳곳에서 쓰잘데기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무기들이 소개된다던가, 그외 각종 서브컬쳐가 숨어있다. 특히 작가가 한신 타이거즈팬인 듯, 후지나미가 중간에 코스프레를 하기도 하고, 아예 작품 말미에는 등장인물인 타이거가 주인공이 되어 한신 타이거즈에서 또 깽판을 친다는 내용의 외전인 '실록 타이거 이야기'가 실려있다. 제목부터 아예 작정하고 말장난. 이 외전은 특히 일본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볼수있다.

만화 '삼국전투기'에서도 등장인물 후내로 패러디 되기도 했다.

일단 위에서 말했듯이 온갖 황당한 사건들이 터지느라 그걸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고, 고증 무시요소는 세는게 힘들 정도. 작가가 애초부터 아예 무시하기로 작심한 작품이라, 지적하는게 의미가 없다. 악당으로 설정된 야쿠자는 공권력 또한 저리 꺼지라는 식이고, 작품 속 일본은 경찰 따윈 흔적도 보이지 않는 무법천지에, 주인공인 후지나미와 타이거는 코앞에서 TNT를 터뜨려도 안죽는다.

등장인물

로드리게스 후지나미: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모든 사건의 원흉, 그리고 싸이코 NO.01이다. 뒷골목에서 급부상하던 악당인 하세를 한밤 중에 기습하여 죽여버리면서, 화려하게 등장.[1]그뒤로도 자기 무기로 야쿠자들을 몰살시키면서, 사채기업이자, 사실상 야쿠자 집단인 토이치론을 비롯하여 온갖 곳에서 무기를 팔아먹고 다닌다. 점점 더 일을 크게 벌이는 역할을 하는데, 하는 짓거리는 개그맨이 된 트레버 필립스같은 인물이다. 그리고 그 일을 위해 뒷골목의 정보에 빠삭한 바텐더 타무라와, 인간성만 빼면 거의 천치나 다름없는 야마시타를 끌어들이는데, 덕분에 나머지 두 사람은 졸지에 악당들의 타겟이 되어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처음에는 토이치론과 혼자 전쟁을 벌이다가 자기 못지않은 괴물인 토이치론의 사채추심팀장 타이거와의 대결하면서, 작품의 장르를 바꿔버리는 인물. 결국에는 타이거를 이기고 또 다른 곳으로 무기를 팔아먹으러 사라진다. 길쭉한 코를 지닌데다, 쓰잘데기 없이 팔다리도 길어서 원숭이 같이 생겼다. 그리고 작품 내에서 실제로 정신퇴행을 겪어서 원숭이가 돼버리기도 한다.

타무라: 뒷골목의 바텐더이자, 일종의 정보상. 원래는 음지에 몸담고 있는 악당이었지만, 작품 처음에 끔살당하는 하세에게 개박살나고 술이나 파는 신세로 전락했다. 얼떨결에 하세를 죽인 후지나미에게 엮이는 바람에 고생하는 인물이다. 작품 내에서는 상식인 포지션과 더불어 냉혈한 포지션을 맡고있기도 하고, 실제로도 굉장히 영리하지만, 하필 그가 엮인게 상식 따윈 아득히 초월한 후지나미와 타이거였던 바람에 꼬여도 단단히 꼬이고 만다. 후지나미 덕분에 알게된 야마시타를 처음에는 비웃지만, 나중에 그의 의리를 보고 협조하게 된다. 생긴 것은 다소 깔끔한 인상의 미남.

야마시타: 친구에 대한 의리때문에 토이치론의 사채를 쓰고 빚쟁이가 된 인물. 자기 손톱 열개가 다 뽑혀도, 배신은 하지 않는, 진짜 영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열혈근성의 의리남이다. 우연한 기회에 후지나미에 의해 구해져서, 그의 따까리(...)가 된다. 사실은 의리와 인정만 빼면 정말로 할 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는 무능력자. 타무라도 이 점을 엄청 깐다. 하지만, 절대로 꺾이지 않는 신념의 소유자라서 결국에는 주위를 감복시키는 스타일이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이 기질이 후지나미의 마음에 들었는지, 끝까지 서로 돕는다. 그리고 나중에 악당들이 죄다 청소되고 나자, 늙은 의리파 야쿠자 바쿠도의 뒤를 이어 우메코부 일가라는 협객 야쿠자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어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 생긴 것은 장발에 진짜 어정쩡하게 생긴 총각.

타이거: 싸이코 기질에 있어서는 후지나미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이 작품 최강의 악당. 원래는 사채그룹 토이치론에서 채무자들의 돈을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회수하는 채권추심팀의 팀장이었다. 다만 작품이 전개되면서 드러나지만, 너무나도 위험한 괴물인지라, 나름 경원시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처치 곤란한 무기상인 후지나미를 떠맡게 되면서, 작품 내내 질긴 악연이 시작된다. 괴성을 지르며 쌍절곤으로 악당의 대가리를 깨면서 등장하는 후지나미의 등장도 임팩트있지만, 만나자마자 자기는 반드시 게요리를 먹어야 한다며, 후지나미를 끌고가는 장면에서부터 만만치 않은 포스가 작렬한다. 그 때 한 대사는 "나는 게밖에 먹지않아." 이때부터 자기가 뱉은 말을 반드시 지키는 그의 기질이 나타나는데, 이게 너무 무시무시해서 소름끼칠 정도. 후지나미도 처음에는 그를 별로 두렵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작품이 진행되면서 급기야는 기겁하고 만다. 사실 정체는 불사신에 싸이코패스. 후지나미가 재미로 모든 것을 박살내는 인물이었다면, 이 양반은 자기 목표를 위해 눈앞에 걸리적거리는 모든 것을 거리낌없이 파괴해야 직성이 풀리는 인물이었다. 결국에는 자기가 속한 그룹이었던 토이치론마저 걸리적거린다고 그대로 다 개박살내버리고 타이거즈라는 이름의 새 조직을 만든다. 이 모든 것이 후지나미를 박살내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소름끼치는 인물. 결국에는 후지나미가 자기가 쓸수있는 모든 무기를 다 동원하고, TNT까지 터뜨려도 안죽어서, 대포로 쏴서 죽인다. 최후까지 ㅎㄷㄷ. 생긴 것은 안경 낀 클라크 켄트 판박이고, 그의 불사신 속성도 여기서 따온 듯.
  1. 이 때 쓴 무기는 쌍절곤이었는데, 하세는 문자 그대로 어어어, 하다가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