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파녀

만화 불의 검의 등장인물.

아무르의 지도자이자 왕자인 마리한 천궁의 정비. 주로 원비마마, 또는 비파녀 마마라고 불린다. 남편과 마찬가지로 아무르의 왕비 격. 무녀소서노와는 사촌지간이다.

무척 자존심 강한 성격으로 천궁과는 사이가 좋지 않다. 주로 그녀가 천궁을 비꼬고 드는 탓이다.

원래는 다소 고집은 셌지만 귀여운 일면도 있는 소녀였다. 어린 나이에 천궁과 혼례를 올렸는데 천궁이 그녀의 사촌 언니인 소서노사랑하는 것을 눈치채고 말았다. 그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점점 천궁에게 히스테리를 부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자제하려 애를 쓰고 본인 스스로가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조차도 부끄러운 일로 여겼었지만, 어린 나이에 왕비가 되고, 고향 땅에서 피난와 차가운 바위궁에서 지내며 일족의 왕비 노릇을 해야 했던 것도 큰 스트레스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른 부족들은 후계를 이을 자식들이 줄줄이 태어났지만 그녀만은 유독 오랫동안 자식이 없었다. 천궁과 소원했던 탓이었는지 아니면 천궁이 소서노에 대한 연모 때문에 그녀와의 접촉을 피해온 탓인지는 알 길이 없다.
이후 소희 공주(태마노 공주)를 낳았지만 아들이 아니라는 것에 또 크게 상심한다.

이렇듯 천궁과는 얼굴을 맞대면 다투지만, 그래도 그녀는 천궁을 사랑하고 있었다. 겉옷을 지어 보내거나, 말다툼을 하고 천궁이 나가버리자 따스한 말 한 마디 못한 걸 후회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일종의 애증같은 감정이었던 듯하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천궁이 중원과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한족 처녀를 차비로 들이고 잇달아 다른 부족에서 후궁들을 들이게 되어 그녀의 마음고생은 더욱 심해진다. 그러나 원비라는 자존심 때문에 꼿꼿이 등을 세우며 전쟁의 뒷바라지를 한다. 차비가 처음 입궐하던 날에는 이런 복잡한 심기때문에 차비를 냉대하여 울리기도 했다.

카르마키와의 전쟁 중 바위궁을 지키기를 그만 두고 천궁이 있는 전선으로 내려온다. 마침 천궁이 호마하 유역의 아이마이 벌판에서 저습지전을 강행하려고 할 때였는데, 천궁은 열등감으로 인한 오판 때문에 카르마키의 늑대부대에 말려들고 비파녀는 이 와중에 천궁에게 달려드는 카르마키 병사를 막아서려다 대신 칼에 맞는다. 이후 병석에 드러누운 채 의식을 찾지 못한다. 소서노가 그녀의 생명을 붙잡아두고 있다는 듯.

바위궁을 떠나기 전 한족 출신 차비의 사람들이 유달리 콧대가 높아지고 범절을 잃자 이를 나무라고 추궁하는 과정에서 차비가 회임했으며, 천궁이 여러 수장에게 알리지 않은 채 비밀리에 한족과 이면계약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자신의 생명을 붙들고 있는 소서노에게 영혼의 대화를 나누던 중 정말로 죽더라도 죽기 전에 이 사실은 말해야겠다고 운을 뗀 뒤, 천궁이 정치적 도박을 하려 하니 그에게 힘이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이는 후일 가라한 아사가 한족과의 맹약을 파기하는 데 발판이 된다.

안타깝게도 끝내 회복하지도, 죽지도 못한 듯. (소서노와 영혼의 대화에서도 스스로 생명에 집착이 없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작품의 엔딩에서 크게 성장한 소희 공주가 단목불루에게 "우리 어머니는 누워계신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