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음조화

母音調和
Vowel harmony.

1 개요

한국어 등의 언어에서,[1] 특정 부류의 모음끼리 붙는 현상.

2 한국어의 모음 조화

모음 조화가 있는 언어들에서는 주로 전설 모음과 후설 모음의 대립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2] 한국어에서는 양성 대 음성 모음이라는 독특한 기준이 나타난다. 한국어의 경우 중성모음 'ㅣ'가 기본 모음(또는 후설모음) 'ㅓ, ㅏ, ㅜ, ㅗ' 에 결합하여 전설모음'ㅔ, ㅐ, ㅟ, ㅚ'이 만들어진다. 본래는 'ㅔ, ㅐ, ㅟ, ㅚ'등은 이중모음이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전설모음으로 단모음화되었다. 예외적으로 'ㅡ'는 그 음가가 살아남아 그대로 이중모음 'ㅢ'가 되었다.

위 목록에서 알 수 있듯이, 모음자끼리 결합시킬 때에도 모음조화는 철저히 지켜졌다. 이를테면 'ㅘ, ㅙ, ㅝ, ㅞ'는 모두 그 음가상 [w]로 시작하는 모음인데도 'ㅗ'가 들어간 것이 있는가 하면 'ㅜ'가 들어간 것도 있다. [w]가 'ㅜ[u]'와 비슷한 발음임을 생각해 보면, 'ㅜㅏ, ㅜㅐ, ㅝ, ㅞ'가 합리적일 것 같지만 모음조화를 지키기 위해 양성 모음(ㅗ)은 양성 모음(ㅏ, ㅐ)끼리, 음성 모음(ㅜ)은 음성 모음(ㅓ, ㅔ)끼리 조합하여 글자 형태를 만든 것.

같은 분류의 모음끼리 '어울린다'라는 것은, 다른 분류의 모음을 가진 음절이 서로 붙었을 경우 한 쪽의 모음이 다른 쪽의 대응짝으로 변형되는 것을 의미한다. '노랗다 - 누렇다' 등을 생각해 보면 될듯. '노렇다'나 '누랗다'라고는 쓰지 않는다. 그러나 모음조화는 사라지고 있는 한국어의 현상으로, 음성모음화된 형태를 단수 표준어로 인정한 경우가 많이 있다.

한국어에서 모음조화가 깨진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ㆍ(아래아)의 소실이다. 위 목록에서 보이듯 아래아는 음성 모음 'ㅡ'에 대응되는 양성 모음이었으나,[7] 발음이 소실되어 1음절에서는 'ㅏ'로, 2음절 이하에서는 'ㅡ'로 합류하면서[8] 종전의 '나ᄂᆞᆫ', '너는'과 같은 모음조화적 표기가 모두 '나는', '너는'으로 바뀐 것.

한국어가 알타이어족에 속해 있다는 가설의 근거가 되기도 하며, 훈민정음 창제의 원리가 되기도 하였으나, 16세기 중반에 들어서 ㅡ와 대립되는 아래아의 음가가 동요되기 시작하면서 모음조화 현상이 파괴되기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서 'ㅔ'와 'ㅐ'음이 단모음화되는 등 급격한 변화를 거치며 19세기에는 이미 현대국어와 똑같은 양상을 띄게 되었다. 하긴 요즘 세대는 ㅔ와 ㅐ의 발음을 문맥이 주어지지 않으면 구별하기 어려워하는 형편이니 [9] 하물며 모음조화는...

2.1 예외에 대한 논란

현재 깡총깡총이 아니라 깡충깡충, 오똑하다가 아니라 오뚝하다가 표준어다. 표준어 규정을 제정할 때 모음조화가 깨진 형태가 더 많이 쓰인다는 판단에 따라 표준어를 바꾸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음조화에 맞는 형태가 더 널리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오뚝이는 표준어 규정대로 모음조화가 깨진 형태가 널리 쓰인다.

3 외국어의 모음조화

3.1 터키어

알타이 제어의 가장 큰 분파인 튀르크계 언어들 중 하나인 터키어도 모음조화가 있으며,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 양성 모음 : a(ㅏ), ı(ㅡ), o(ㅗ), u(ㅜ)
  • 음성 모음 : e(ㅔ), i(ㅣ), ö(ㅚ), ü(ㅟ)

각각의 양성모음은 서로 대응하는 모음들이 있는데, 가령 a와 ı는 각각 e와 i에 대응하며, o와 u는 각각 ö, ü와 대응한다. 모음조화가 많이 흩어진 한국어와 달리 터키어에서는 여전히 모음조화가 매우 중요하다. 터키어를 배우는데 제일 먼저 배우는 문법도 바로 모음조화. 가장 기본적인 예를 들자면 터키어에서 장소를 나타내는 처격 조사 'a, e'[10]의 경우 앞에 수식하는 단어의 끝모음에 조화한다.

ex) İstanbul'a (이스탄불에), İzmir'e(이즈미르에)

마찬가지로 다른 조사들도 극히 일부의 외래어를 제외하고는 앞에 수식하는 단어의 끝모음에 조화하는 특징이 있다.

ex) Arkadaş-ın (친구-의), bahçe-n-in (정원-의), dağ-dan(산에서부터), deniz-den(바다에서부터), Kore'den(한국에서부터), elma-y-ı(사과-를), elbise-y-i(옷-을), İstanbul'u(이스탄불을), üzüm-ü(포도-를), okul-da(학교-에서), ev-de(집-에서), Türkiye'de(터키에서)

의성어나 의태어에서도 마찬가지로 모음조화를 발견할 수 있다.

ex) gümbür gümbür (작은북 치는 소리), civ civ (삐약삐약), hav hav (멍멍)...

단어적 측면에서도 외래어를 제외한 튀르크계 고유어들은 모음조화를 엄격하게 지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예시의 경우 도시이름과 bahçe를 제외한 단어들은 모두 고유어이다. 한번 관찰해보자. 터키어에는 또한 자음조화의 개념도 존재하지만 이건 논외로 치자.

3.2 몽골어

알타이 제어의 다른 언어인 몽골어 역시 모음조화를 가지고 있으며, 대략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 양성 모음 : а(ㅏ, a), о(ㅓ, o), у(ㅗ, u)
  • 음성 모음 : э(ㅔ, e), ө(ㅡ, ö), ү(ㅜ, ü)
  • 중성 모음 : и(ㅣ, i)

그 외 기본 7모음을 제외한 장음이나 보조모음들도 크게 보면 위의 7개 모음의 연장에서 생각하면 된다. 가령 я는 й+а이므로 양성이고 е는 й+э 내지는 й+ө 이므로 음성 이런 식. 다만 ы는 ий와 같은 발음이지만 양성모음이다. 중성모음만 있는 단어의 경우 음성모음으로 이루어진 단어처럼 취급한다.

양성/음성 외에 원순/비원순을 구별하는 터키어처럼 몽골어에도 원순조화가 없지는 않지만 저모음(а, э, о, ө)에만 해당되고, 고모음(у, ү, и)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도시로부터'는 хот-оос가 되지만 '나라로부터'는 улс-аас가 되는 식.

3.3 핀란드어

우랄어족에 속하는 핀란드어도 모음조화를 가지고 있으며, e와 i를 제외하면 전후설 대립이다.

  • 양성 모음 : a(ㅏ), o(ㅗ), u(ㅜ)
  • 음성 모음 : ä(ㅐ), ö(ㅚ), y(ㅟ)
  • 중성 모음 : e(ㅔ), i(ㅣ)

핀란드어의 경우 e, i가 중성 모음으로 분류되어 양성 모음과도 올 수 있고, 반대로 음성 모음과도 올 수 있다. 다만 중성 모음으로만 이루어진 단어는 음성 모음으로 이루어진 단어처럼 취급한다.

ex) 오울루에서 Oulu-ssa, 위배스퀼래에서 Jyväskylä-ssä, 헬싱키에서 Helsingi-ssä
  1. 일부 학자들이 한국어의 계통이라고 주장하는 알타이제어 언어들에서 모음조화가 나타난다고 여겨진다. 우랄어족에도 이런 게 있다고 하며, 그 외엔 몇몇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오세아니아의 원주민 언어에도 존재한다.
  2. 아래에서 설명될 터키어의 경우도 전후설 대립이다. 다만 한국어의 모음조화 역시 고대국어 시기에는 전후설 대립이었을 수 있다는 설이 있기는 하다.
  3. 간단히 ㅏ,ㅗ,ㅣ아오이를 조합해서 만든 모음이라고 외우면 된다. 즉, 가로세로 기준선에서 점이 위쪽, 오른쪽에 찍혀 있으면 양성 모음. 양(陽), 상(上), 우(右)는 동양 철학에서 서로 통하는 개념. 이 중 기본 글자인 ㅏ, ㅗ, ㆍ는 훈민정음에서 '혀가 오그라지는(설축(舌縮)) 소리'라고 표현된다.
  4. 간단히 ㅓ,ㅜ,ㅣ를 조합해서 만든 모음이라고 외우면 된다. 즉, 가로세로 기준선에서 점이 아래쪽, 왼쪽에 찍혀 있으면 음성 모음. 음(陰), 하(下), 좌(左)는 동양 철학에서 서로 통하는 개념. 이 중 기본 글자인 ㅓ, ㅜ, ㅡ는 훈민정음에서 '혀가 조금 오그라지는(설소축(舌小縮)) 소리'라고 표현된다.
  5. 양성 모음이랑 음성 모음 양쪽에 어울릴 수 있는 모음. 훈민정음에서 '혀가 오그라지지 않는(설불축(舌不縮)) 소리'라고 표현된다.
  6. 한국어에서는 'ㅗ, ㅜ, ㅓ' 등이 전설모음인 'ㅣ'의 영향으로 본래 이중모음이었던 'ㅚ, ㅟ, ㅔ'가 전설모음화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ㅏ'는 정확하게 후설모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기술 편의상 학교 문법 등에서는 후설로 분류한다) 역시 'ㅣ'를 만나 이중모음 'ㅐ'가 전설모음화되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중세국어 시기 ㅚ, ㅟ, ㅐ, ㅔ는 모두 이중모음으로 발음되었는데, 근대국어 시기에 단순모음화가 이뤄지면서 연쇄적으로 전설모음화가 일어났고, 이것이 현대국어에서도 영향을 미쳐 개재자음을 사이에 두고 후설모음과 ㅣ가 인접하는 경우 전설모음화가 이뤄지는 것.
  7. 그래서 '나ᄂᆞᆫ', '너는'이 된다.
  8. 'ᄒᆞᄂᆞᆯ'이 '하늘'이 되었다.
  9. 근데 사실 단모음을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구별하는 언어 자체가 세계적으로 드물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단모음이 5개인 언어가 가장 많고(라틴어와 그 계통 언어, 일본어 등. ㅏ, ㅔ, ㅣ, ㅗ, ㅜ) 표준 아랍어는 단모음이 3개까지도 가고 아런테어압하스어처럼 극단적으론 단모음이 2개밖에 없는 언어도 있지만, 한국어는 일단 단모음의 개수만 7~8개다. 그나마 예전엔 단모음으로 발음되던 ㅚ와 ㅟ의 발음이 이중모음으로 발음이 바뀌고 ㅐ와 ㅔ의 구분이 사라지면서 단모음의 개수가 줄어든 것. (참고로 ㅚ와 ㅟ가 단모음이던 시절엔 각각 '입술 모양은 ㅗ나 ㅜ로, 혀 모양은 ㅣ로' 하는 식으로 발음했다, 즉 그 당시의 ㅟ 발음은 프랑스어의 u나 고대 그리스어, 라틴어의 y와 발음이 같았다.) 이 영향으로 7차 교육과정의 생활국어 교과에서는 ㅚ나 ㅟ를 단모음으로 취급해서 한국어의 단모음 개수를 10개로 가르치기도 했다. 사실 영어도 단모음의 개수만 12개지만, 그놈의 대모음추이 때문에 구분이나 판별이 끔찍하게 어렵다! 진짜 단모음이 막장스럽게 많고, 그러면서 뚜렷이 구분되는 것은 스웨덴어 같은 게르만어.
  10. (한국어가 알타이제어에 속한다는 설을 따를 경우) 중세 한국어의 '애, 에'에 해당한다(이보다 더 고형은 '아, 어'이다.). 즉 중세 한국어시기에는 모음조화에 따라 ' 나애, 너에' 등과 같이 실현되었던 것. 그러나 현대 한국어의 처격 조사는 '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