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색즉시공 공즉시색
色卽是空
반야심경에 나오는 글귀이다.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란 문장에서 앞부분만 유명해져 이런저런 오덕매체에서 뜻과는 상관없이 많이 차용하는 문구다. 뭔가 있어보이지만 그 뭔가가 뭔지를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게 차용의 포인트로, 아무때나 뭔가 있어보이고 싶은 상황에서 자주 쓰인다. 그러니깐 허세
한자와 같이 번역을 덧붙히면 다음과 같다.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사리자여, 물질이 빈 것과 다르지 않고 빈 것이 물질과 다르지 아니하며 물질이 곧 비었고 빈 것이 곧 물질이니 감각과 생각과 행함과 의식도 모두 이와 같다. |
여기서 색(色)은 불교 용어로, 색깔이 아니라 '실체가 있는 모든 물체'를 말한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쉽게 말하자면 물질은 언젠가 사라지고[1] 또한 사라지더라도 금세 다시 물질이 생겨나는 굴레를 뜻한다. 그러므로 집착과 번뇌를 끊기 힘들다는 뜻이다.[2]
키쿠치 쇼타의 안녕 부루타 한국 번역판 1권에는 "색깔은 즉 하늘이요 하늘은 즉 색깔이라"라고 번역되어 있다. 空(빌 공)이란 한자는 일본에서 '하늘'이란 뜻이라서 번역자가 불경을 몰라 생긴 단순한 오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을 들으면 이상하게 2번 항목의 영화 덕분에 미묘한 느낌이 들게 된다. 덕분에 2000년대 초반에는 학원이나 학교에서 윤리 수업을 하다가 이 내용이 나오면 킬킬거리는 학생들이 꼭 한두명씩 있었다. 어째 주객이 전도된 상황.
여담이지만 만화 레이브에서 주인공 하루 글로리의 아버지인 게일 글로리가 쓰는 검의 이름이기도 하며, 이 검으로 필살기 '공속참'을 발동한다.
총몽 라스트 오더에서는 사이보그 부처인 돈파가 륙호의 권을 참오하다가 색즉시공, 만물은 허무하다는 결론에 다다라 만물을 무로 되돌리는 오른손인 시공장, 공즉시색, 무에서 유를 창조해 악을 파괴하는 왼주먹 시색권을 개발해냈다. 각자 텔레포트 장풍, 블랙홀 주먹.
크레용 신짱의 노하라 신노스케 집의 안방에 이 글귀가 있다. 다만 영화의 영향으로 아이들 정서에 나쁘다는 얼토당토않는 이유 때문에 근검절약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1.1 자세한 설명
오온은 '색, 수, 상, 행, 식'으로 부처가 사람의 다섯 가지 구성 요소를 설명한 것이다. '색'은 물질로 이뤄진 몸, 수는 느낌이며 느낌은 즐거운 괴로운 덤덤한 세 가지 느낌이 있다.
'상'은 대상을 판단하는 작용이다. 즉 대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며, '행'은 수와 상을 제외한 모든 마음작용이다. '식'은 앞의 사온(四蘊)을 인지하는 것을 말한다.
식은 단지 대상이 있음을 알아차림하는 것이지만 상은 구체적으로 대상이 무엇인지 지각하는 것이다.
눈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것은 식이지만 그 대상이 사람인지 동물인지 구체적으로 아는 것은 상의 작용이다. 이 색, 수, 상, 행, 식 다섯 가지를 오온이라 하며 이것이 모두 공(空)하다는 의미다.
공(空)과 무(無)를 혼동하거나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무(無)란 존재 자체가 없다는 것이고, 공(空)이란 어떤 존재가 실존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간단히 말해서 무는 아예 존재 자체가 없는것이고, 공이란 있는듯 보이지만 따져보면 그 존재의 실체라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실제로는 없다란 의미다.
이 오온이 모두 허상(空)인 것을 깨달으면 모든 고액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반야심경의 핵심이다. 하지만 반야심경이 불교에서 그렇게 큰 위상을 가지는 것은, 이 오온이 모두 공인 것을 깨닫는 인지 작용조차 공하다는 가르침을 통해 삼라만상과 석가세존의 모든 가르침 역시 궁극적으론 공하다는 파천황의 궁극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