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꽃밭

1 개요

한국 신화[1]에 등장하는 꽃밭.

2 소개

오금까지 오는 뽀얀 물을 지나 잔등까지 차는 노란 물을 건너, 목까지 차오르는 붉은 물의 큰 강[2]을 건너면 있다고 하며, 죽어야만 갈 수 있으나[3] 저승계도 이승계도 아니다. 서천꽃밭의 꽃들은 광천못에서 기른 물로 자라나는데, 광천못에서 물을 떠와 꽃들에게 주는 것은 죽은 아이들이다. 이들을 서천꽃밭의 동자들이라고 부른다.

꽃감관(꽃밭을 관리하는 신)은 사라도령[4]과 그의 아들 신산만산 한락궁이.

이승에서는 볼 수 없는 기묘한 꽃들이 피어 있다. 꽃들은 저마다 특수한 효과를 지니고 있는데, 꽃의 이름들은 다음과 같다.[5] '수라멸망악심꽃', '도환생꽃', '울음꽃(울음울을꽃)', 웃음꽃(웃음웃을꽃), '싸움싸울꽃', '피살이꽃(피 오를 꽃)', '오장육부 기를 꽃', '선심꽃', '환생꽃', '생불꽃', '오색꽃' 등이며, 새로운 생명과 부활, 인간의 감정을 상징한다.

환생꽃은 검은 색, 노란 색, 빨간 색, 파란 색, 하얀 색의 다섯 빛깔의 종류가 있고 각각 죽은 사람의 뼈와(뼈 오를 꽃) 살(살 오를 꽃), 피(피 오를 꽃), 숨(숨 오를 꽃), 혼을 살려낸다.[6] 꽃에 주는 광천못의 물에 피가 섞이면 이 꽃들은 시들어 버린다.

전승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세 명의 삼신할미가 옥황상제로부터 다섯 가지 꽃씨를 얻어 뿌린 뒤 피어난 꽃의 색깔에 따라 아기의 생명과 운명을 점지했다고도 한다. 서천 꽃밭에는 동서남북과 중앙에 각각 푸른 꽃, 흰 꽃, 붉은 꽃, 검은 꽃, 노란 꽃이 피어난다. 꽃은 색깔에 따라 각기 다른 수명과 복록의 운을 지니며, 삼신은 꽃이 가리키는 대로 인간세상 사람들에게 아기를 점지해준다.

이 꽃밭은 죽은 이들의 전당이면서 동시에 삶이 시작되는 곳인 셈.

3 트리비아

후술할 설화에서 묘사된 꽃들의 효과가 하나같이 어마어마하다(…). 주로 알려진 게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 부터 웃겼다가 울렸다가 서로 싸우고 잡아먹게 하는 것은 물론, 자청비가 멸망꽂으로 천상에 쳐들어온 적[7]을 쓸어 버리는 대목에서는 일명 광역 맵병기로 묘사된다. 이 덕에 가장 우아한 세계정복은 서천꽃밭으로 이루어진다는 말도 종종 보인다.

다만 여기 꽃들을 쓰는 건 바리데기, 자청비 등 여성이나 할락궁이 등 어린아이 뿐이었지, 성인 남성이 서천꽃밭의 꽃을 이용했다는 신화는 없었다. 이 외에도 서천꽃밭이 등장하는 설화의 등장 인물도 주인공인 자청비를 내버려 두고 잉여에 불과한 문도령이 상세경이 되고(자청비는 1단계 아래인 중세경), 안락국 이야기에서는 100일 제사에서 하루가 부족해 딸을 낳았다는 걸 보면 전근대 시절의 남녀차별적 사상이 점철된 시대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게 보인다.
덤으로 다른 신화의 주인공과의 달리 자청비는 환생꽃 시리즈와 멸망꽃을 엄청 많이 쓴다.

서천꽃밭에서 일하는 동자들은 만 15세 이전에 세상을 떠난 어린이들으로 구성되는데, 안락국 이야기의 제주도 버전 설화인 '이공본풀이'에서는 동자들 중 생전에 은 그릇, 놋 그릇, 사기 그릇, 나무 그릇 중 하나를 사용한 어린이들 중 앞의 그릇을 사용했던 어린이는 쉽게 일하는데, 뒤로 갈수록 힘들게 일하고 실패 확률도 높아 구박과 비웃음을 사는 일이 많다는 언급이 있다.

고스트 메신저의 영향으로 꽤나 인지도가 높아졌고 신과함께에서도 언급되기도 했으며[8] 한국 순정만화에서는 '서천화원'의 소재로 쓰였다. 또한 사라사에서는 짝사랑하는 남학생에게 냉대받다가 떠밀려 다쳐, 수명이 아직 남은 채로 우연히 이곳에 떨어졌다가 감은장아기에게 전생에서 꼬인 운명임을 듣고 전생(신라시대)으로 운명을 바꾸러 떠나기도 한다.

4 관련된 이야기

  • 무당신 바리공주 신화에서는 바리공주가 아버지 오구대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서천꽃밭으로 향하는데 거기서 구해온 '뼈살이꽃(뼈오를꽃)', '살살이꽃(살오를꽃)', '숨살이꽃'으로 이미 유골이 돼 버린 오구대왕과 어머니 길대부인을 살려냈다. 판본에 따라서는 여기서 '피살이꽃'과 '혼살이꽃'이 추가되는 버전도 있다.
  • 한락궁이 역시 어머니를 서천꽃밭의 꽃으로 되살린다. 뼈오를 꽃으로 뼈를 되살리고, 살오를꽃을 뿌려 살을 되살리고, 피오를꽃을 뿌리니 몸에 발그레 피가 돌았다. 숨트일꽃을 뿌리니 맥박이 둥둥 뛰기 시작했다. 다만 바리공주 신화와는 달리 이 것으로 부활이 끝나진 않고, 때죽나무 회초리로 몸을 세 번 때려 어머니를 완전히 부활시켰다.
  • 만화 신과 함께에서는 저승편, 신화편에서 2번 등장하는데, 신화편의 경우, 한락궁이가 복수를 위해 웃음꽃을 꺼내들자 천년장자와 그 가족들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웃음을 멈출 수 없었고 울음꽃을 꺼내들자 그 반대로 땅을 치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그가 싸움싸울꽃을 꺼내보이자 천년장자와 가족들이 눈에 살기가 돌면서 미친 듯이 싸우기 시작했으며 마지막으로 수레멸망악심꽃[9]을 꺼내들자 천년장자와 그 가족들은 물론 하인들이 서로 잡아먹다가 결국엔 천년장자의 막내 딸만 생존했을 때 한락궁이는 눈을 가렸기 때문에 그 영향이 없었다. 그 뒤 한락궁이는 서천꽃밭 담당자가 될 때 수레멸망악심꽃의 씨앗을 모두 강물에 버렸으며, 그 때 씨앗을 먹은 물고기가 아귀 괴물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저승편에서는 서천식물원으로 개칭되었고, 한락궁이가 원장이 되어 꽃을 재배하고 아이들을 견학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 농경신 자청비 신화(이세경본풀이) 에서는 자청비가 하인 정수남이와 남편 문도령을 역시 살려내며, 천계에 반란이 일어나자 '멸망꽃'[10]으로 적들을 혼자서 전부 쓸어버린다.ㅎㄷㄷ
  • 제주도 문전본풀이에서는 일곱 형제들이 어머니인 여산부인을 살리기 위해 서천꽃밭에 간다. 형제들은 살오를꽃, 피오를꽃, 웃음웃을꽃 등의 환생꽃을 따 어머니를 되살린다.

5 관련 항목

  1. 특히 제주도 쪽
  2. 한락궁이 설화에 나오는데, 이는 그의 어머니가 천년장자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흘린 눈물의 강이라고 한다
  3. 다만 신화에서는 죽지 않고도 들르는 사람이 꽤 된다.
  4. 지방에 따라서는 원락궁이, 원강도령으로도 불린다. 사라수'대왕'이라는 전승도 있다.
  5. 새로운 꽃이 있을 경우 추가바람.
  6. '뼈살이꽃, 살살이꽃, 피살이꽃, 숨살이꽃, 혼살이꽃'이라고 나오는 버전도 있고 '뼈오를꽃, 살오를꽃, 피오를꽃, 숨오를꽃, 혼오를꽃'으로 나오는 버전도 있다. 능력은 동일하지만.
  7. 반란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8. 일본판에서는 살살이꽃을 육생화(肉生花), 피살이꽃을 혈생화(血生花), 뼈살이꽃을 골생화(骨生花)로 번역.
  9. '수라멸망악심꽃'이라고 불러 육도윤회수라도와 연결짓기도 한다.
  10. 위의 수라멸망악심꽃과 같은 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신화에 묘사된 효과는 좀 많이 다른데, 서로 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광역 즉사기에 가까운 느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한국신화 2>라는 책에 나온 묘사로는 자청비가 단신으로 총 4만에 해당하는 대 병력을 멸망꽃으로 한방에 전부 쓸어버린다. 꽃이 사기인걸까 사용자가 사기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