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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에서 소개한 사건 개요
1 개요
2005년 성남시에서 택시기사가 승객 스튜어디스 를 금품 목적으로 살해한 사건이다.
2 실종 신고
사건은 2005년 3월 17일 오후 3시경 분당경찰서로 한 건의 실종신고가 접수되면서 시작된다. 곧 집에 들어온다던 항공사 국제선 승무원인 최 씨가 하루가 지나도 귀가하지 않자 어머니(69)가 경찰에 실종신고를 낸 것이었다. 최 씨는 실종 당일인 16일 새벽 1시 10분께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한 나이트클럽 앞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이 지인들에게 목격된 최 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경찰은 정황상 단순가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다음날 바로 수사팀을 구성했다. 범죄 연루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최 씨의 금융거래내역을 조회한 결과, 실종 당일 오전 6시 40분경 성남시 중원구 금광동 신구대학 인근 현금인출기에서 최 씨의 신용카드로 101만 원이, 다음날에도 안산지역 전철역 현금인출기에서 400여만 원이 인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식으로 최 씨의 카드에서 5일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총 717만 원이 인출됐다. 경찰은 누군가 최 씨의 금품을 노리고 저지른 전형적인 강도살인사건으로 판단하였다.
3 시체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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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가 발견된 제설함
그러던 중 3월 21일 오전 10시 15분 경기도 성남과 광주를 잇는 3번국도변의 제설함에서 제설함을 점검하려던 공익근무요원에 의해 최 씨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최 씨는 실종 당시 입고 있었던 검정색 카디건과 청바지 차림 그대로였는데 한쪽으로 웅크린 자세로 제설함에 들어 있었다.
수사팀은 최 씨의 한쪽 하이힐이 벗겨져 있던 점에 주목, 사라진 하이힐을 찾아나서는 한편 범인이 최 씨의 카드로 돈을 인출할 당시 찍혔을 CCTV 화면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17일 오후 7시경 안산시 고잔동의 한 현금인출기에서 모자를 눌러쓴 채 돈을 인출하는 신장 175㎝가량의 한 남성의 모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수사팀은 CCTV 화면에 찍힌 남성을 현상금 500만 원에 전국에 공개수배하고 강도살인 전과자들을 용의선상에 두고 수사를 진행해갔다.
또한 수사팀은 최 씨가 택시에 탄 후 실종됐다는 점을 주목해 그 시각 최 씨를 태운 택시를 찾기 위해 탐문 수사를 계속했다. 그러던 중 한 택시기사로부터 ‘사건 당일 최 씨와 유사한 여성을 정자동 ○○아파트 앞에 내려준 적이 있다’는 제보를 받게 된다. 수사팀은 최 씨가 택시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납치되어 변을 당했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목격자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최 씨가 거주하던 아파트 단지는 새벽시간에도 사람이 많은 곳으로 납치범죄가 일어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장소였다. 또 외진 곳이 아니라서 최 씨가 이 곳에서 누군가에게 납치됐다면 분명 목격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최 씨가 납치되는 것을 봤다는 사람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제보한 택시기사의 차량 GPS를 확인한 결과 운행기록이 최 씨가 택시에 탑승한 시간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즉 제보자의 택시에 탄 여성은 최 씨가 아니었던 것이다.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수사팀은 최 씨가 실종된 장소와 사체가 발견된 지점, 현금이 인출된 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범인은 성남과 분당 인근에 상당한 지리감을 갖고 있는 인물일 것으로 추정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최 씨가 택시를 탄 이후의 행적이 묘연하다는 점이었다. 이에 수사팀은 분당 지역에서 영업하는 택시기사들 중 동일수법 전과자들을 우선 용의선상에 올리고 의심스런 이들의 행적을 하나씩 추적해 용의자를 좁혀나갔다.
사건 당일 영업한 택시들의 GPS 기록을 일일이 확인하던 수사팀은 최 씨가 실종된 시간대와 장소가 일치하는 운행기록을 보인 택시를 발견하게 된다. 수사팀은 서둘러 그 택시를 몰던 운전자의 신상을 확보했고 수사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수사팀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인물은 강도 등 전과 9범인 민 씨였다. 민 씨는 괜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였는지 범행 후에도 태연히 택시영업을 해오고 있었다. 같은 달 28일 오후 4시 10분경 서현역 인근에서 민 씨가 운행하던 뉴EF소나타 택시를 찾아냈다. 수사팀은 형사 두 명을 승객으로 가장해 민 씨의 택시에 타게 한 후 민 씨를 인근 파출소로 유인해 긴급체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민씨는 확실한 범죄 정황이 있는데도 범행을 자백하지 않았다. 민 씨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는가 하면 몇 시간동안 묵비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 씨가 운행한 차량의 운행기록과 민 씨의 차량 조수석에 끼어 있던 최 씨의 왼쪽 하이힐과 범행에 사용된 운동화 끈을 증거물로 제시하였더니 민 씨가 갑자기 고개를 떨구고 자포자기한 듯 모든 것을 털어놓기 시작했다고 한다.
4 범행 과정
사건이 일어난 날 최 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민 씨의 택시에 탑승했다고 한다. 택시에 타서도 최 씨는 술기운에 무척 힘들어했다고 한다. 운행 도중 급기야 최 씨는 택시 안에 구토를 했다고 한다. 그걸 본 민 씨가 뭐라고 하자 최 씨가 미안하다고 하기는커녕 짜증을 내며 되려 구시렁구시렁했다고 한다. 그 문제로 서로 말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최 씨가 잠이 들어버렸고, 안 그래도 기분이 잔뜩 상해 있던 민 씨는 최 씨가 잠들자 범행욕구를 느끼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인적이 없는 탄천변 뒷길로 차를 몰았고 최 씨의 가방에서 카드를 훔쳤다. 그리고 최 씨에게 ‘죽이겠다’고 위협해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민 씨는 자신의 얼굴을 본 최 씨가 신고할 것을 우려해 결국 그녀를 목졸라 살해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민 씨가 돈을 빼앗기 위해 범행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그날 작정하고 범행대상을 물색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민 씨의 내면에 깊숙이 잠재돼 있던 범죄심리와 사건 당일의 정황이 묘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민 씨는 강도 등의 혐의로 전과 9범인 인물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수시로 교도소를 드나든 탓에 그는 정상적이고 안정된 직업을 가질 수 없었다. 당연히 생활도 불안정했다. 가정도 꾸리지 않고 마치 하루살이처럼 살아오던 민 씨에게 유일한 낙은 경마였다. 택시기사로 일하면서 월 100여만 원 정도의 수입이 있었던 민 씨는 대부분의 돈을 경마에 탕진했다. 모아놓은 돈도 없던 그는 경마에 빠져 항시 쪼들리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돈이 궁할수록 돈에 대한 갈망은 날로 커져갔을 것이다. 그의 전력으로 판단컨대 민 씨는 일반 사람들에 비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지는 인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최 씨를 태우게 된 거다. 한바탕 말다툼까지 있었고 술에 취한 최 씨가 잠들어버리자 돈이 아쉽던 차에 순간적으로 범행욕구를 느낀 것 같다. 밤늦은 시각이었던 데다가 만취상태로 저항력을 상실했던 최 씨는 모든 정황상 더없이 적절한 범행타깃이었던 셈이었다.
민씨는 매우 뻔뻔한 인물로, 범행 뒤에도 버젓이 택시운전을 계속해왔다고 한다. 또 민 씨는 최 씨의 카드를 이용해 인출한 700여만 원 중 일부를 빚 갚는 데 쓰고 나머지는 인터넷 경마나 애인과의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민씨는 죄책감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민 씨는 삶에 대한 애착이 거의 없어 보이는 인물이었으며, 한마디로 아무 계획도 없이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고 한다. 비록 최 씨 사건의 경우 사전에 치밀한 계획하에 저지른 범행은 아니었다 해도 돈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인물이었으며, 특히 최 씨를 상대로 한 범행이 너무도 쉽게 이뤄졌기 때문에 민 씨가 이를 계기로 또 다른 범행대상을 찾아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고 한다.
최 씨의 죽음은 더없이 안타깝지만 또 다른 추가범행을 막았다는 점에서 수사팀은 작은 위안을 얻었다고.
5 결말
피의자 민 씨는 2005년 11월 2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1심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직후 법원 담장을 넘어 도주해 또 한 번 세상을 경악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탈주극은 민 씨가 분당경찰서 형사에게 검거됨으로써 11시간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