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계

渋谷系

1 설명

일본 대중음악의 한 트렌드. 일본어 발음 그대로 시부야케이라고도 한다. 국내에서는 시부야 음악, 시부야 팝이라고도 불린다. 사실상 아키바계라는 용어는 이 단어에 대응해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보통 기본적으로는 80년대의 음악장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돌계나 엔카에 반대하여 나온 음악들로, 일렉트로니카를 그 바탕에 깔아놓고 위에다가 팝이나 보사노바, 펑크 등의 음악을 버무린 형태. 하지만 그걸 구현하는 방법은 개별 아티스트마다 천차만별이다. 또 2000년 이후 들어서는 아날로그적인 색채를 걷어내고 대신 신스팝같은 장르를 올려놓은 형태 역시 또 시부야계로 분류되는 등 매우 종잡을 수 없다는 점이 음악적인 특징이다. 대체적으로 상쾌하고 도시적인 비트에, 피아노 반주가 거의 들어간다. 잔잔하게 시작해 잔잔하게 끝난다.

단적인 예로 시부야계라고 알려진 캡슐과 프리템포의 노래를 비교해보자.

프리템포의 스카이 하이. 빅뱅의 거짓말이 아니다[1]

캡슐의 플라스틱 걸.

듣고 난 뒤 시부야계에 대한 정의가 혼란스러워졌다면 걱정하지 마라, 정상이다.

이렇게 장르 구분이 모호한 이유는 보통의 음악장르들이 멜로디나 리듬, 악기편성 등 음악을 형식에 의해 분류되었다면, 시부야계가 시부야계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HMV 시부야점, WAVE나 타워레코드 등 시부야에 위치한 대형 음반가게에서 유독 잘 팔리는 음반이라서.(...) 그리고 90년대 일본의 그룹들은 음악의 장르보다 000계(ex.비주얼계) 같은 식으로 트렌드 단위로 구별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트렌드 단위 구별이 절정에 달한 90년대 중반-말엽에는 별의 별 음악이 다 시부야계로 분류되기도 했다.[2] 덕분에 일부 그룹은 자기 음악이 시부야계로 분류되는 걸 싫어했을 정도.

역으로 말해 본인이 시부야계라고 자청하고 나서면 시부야계 음악이 되는 셈이다. 물론 데스메탈을 부르며 시부야계라고 주장하거나 하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그 예로 브라운 아이드 걸스L.O.V.E 를 들 수 있다. 본인들이 시부야계라고 들고 나왔으니 반론할 방법이 없다. 워낙 모호한 경계를 가진 음악이라 그렇다.

시부야계에 대한 그나마 합의할만한 정의는 80년대 이후 팝문화에 충분히 영향을 받은 일본 음악가들 중 시부야 중심으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팝의 정서를 따라하기 시작하면서 만들어낸 음악적 공감대... 라는 것 정도이다. 대표적으로 플리퍼스 기타가 있다. 플리퍼스 기타의 파급력은 한국의 조용필, 서태지와 아이들에 맞먹었다. 그리고 플리퍼스 기타에 공감한 뮤지션은 시부야로, 그렇지 않은 뮤지션은 신주쿠로, 관심이 없던 뮤지션은 하라주쿠나 키치죠지로 가면서 인디씬을 재편하기도 했다(보통 시부야로 간 것은 시부야계를 비롯한 DJ스타일의 음악, 신주쿠로 간 것은 포크락, 하라주쿠나 키치죠지로 간 것은 펑크락과 비쥬얼 락이었다).

동시대에 있던 피치카토 파이브는 아이돌급 인기를 얻으면서 판매실적에서는 플리퍼스 기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이 둘을 중심으로 한 90년대 초반까지의 시부야계를 초기 시부야계로 부르며, 어쨌거나 이때까지는 음악적으로 그나마 비슷하긴 했다.

2000년대 이후 프리 템포, FPM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새로운 일렉트로니카들이 시부야계로 분류되기 시작하면서[3] 현재처럼 주로 일렉트로닉 음악이고, 주류음악이 아니면 시부야계(..)라고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시부야계 아티스트는 일본에서 활동하거나 일본 사람들만 있는건 아니다.. 한국의 허밍 어반 스테레오, 클래지콰이도 시부야계로 분류하기도 한다.(시부야계가 워낙 모호한 장르라..)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시부야계 트렌드로 알려진 아티스트는 파스텔뮤직소속의 아티스트인 센티멘탈 시너리정도가 있다.

지금도 시부야계 아티스트를 정의하는 기준은 모호하다. 그냥 '건담이라고 불리면 다 건담'....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자.

아직까지도 시부야계(시부야 케이)라는 단어가 쓰이는 경우가 가끔 있기는 하지만, 애초에 '장르'의 의미로 쓰이던 말이 아닌, 일종의 '트렌드'로써의 의미였기 때문에, 무리해서 장르로서 구분지으려고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남들과 다른 음악을 들으며 뭔가 남들과 달라보이고 있어보인다는 느낌을 갖고 싶어하는 일부 음악 팬들에 의한 일종의 강박관념이며 애초에 처음 나올때도 '장르'라기보단 일종의 '트렌드'라는 의미였으니, 장르로서는 사용되지 말아야 할 단어이다.

사실 일본에서는 단어의 유행이 이미 한참 지난 상태라 시부야계라는 단어 자체는 그다지 쓰이지 않는다.[4] 다만 2000년대가 되기 직전에 등장했던 빅 밴드 재즈와 팝, 라운지 음악 등이 잡탕된 특유의 스타일의 음악을 칭할 때는 시부야계 말고 따로 부를 말이 없기 때문에(...) 가끔 쓰이는 편.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서 AKB를 위시한 아이돌그룹들의 인기가 떨어지고 주목할 만한 신인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등 기존의 제이팝이 인기를 잃어가자 대로운 대안으로 80~90년대의 시부야계가 떠오르고 있다.경제도 잃어버리고 음악도 잃어버렸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시부야계를 "힙"한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듯.

시티팝과는 다르다! 이쪽은 80년대 초에 발생한 AOR이나 어덜트 컨템포러리의 종류다. 다만 오리지널 러브처럼 이 둘 간의 가교 역할을 했던 밴드도 있다.

[1]
TBS 문화계라디오 LIFE의 오자와켄지 특집에서 당시 시부야케이를 젊은층의 힙스터문화로써 음악 매니아들에겐 새로운 음악조류로써 받아들였던 당사자들이 나이를 먹고 돌아보며 썰푸는 것을 들어볼 수 있다. (당시 많은 플리퍼즈 여성팬들이 지금은 케이팝-한류팬이라는것을 비롯해 매우 흥미롭다)

2 시부야계 아티스트

  1. 두 곡이 하도 비슷해서, 실제로 빅뱅의 거짓말이 프리템포의 스카이 하이를 표절한 것이 아닌가 하는 논란이 있었다. 프리템포가 표절이 아닌 듯 하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일축.
  2. 심지어 일본의 국민 락밴드인 미스터 칠드런, 미스터 칠드런의 라이벌이라 불리우는 SPITZ도 데뷔 초엔 시부야계라고 구분된 적도 있었다.(...)
  3. 그리고 그 이유는 플리퍼스 기타 출신의 코넬리우스가 이 트렌드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혼자서 트렌드를 바꿔놓는게 몇 번인지...
  4. 트렌드로 가수 또는 그룹을 구별할 때 쓰는 000계라는 말은 주로 90년대에 쓰였으며, 그 뒤로는 그리 쓰이지 않게 되었다.
  5. 파스텔뮤직 소속의 젊은 뮤지션. 본명은 김경용으로, 감성 일렉트로닉 뮤지션 겸 프로듀서이다. 따지고 보면 이쪽은 소울풀 하우스에 더 가깝다.
  6. 모 우엉남이 동경하는 그 분 맞다.
  7. 캡슐 소속의 프로듀서, 나카타 야스타카가 프로듀스 했으나, 보통 아키시부계 아이돌로 분류한다.
  8. 캡슐과 비슷한 케이스.
  9. 재일 한국인 2세로 본명은 정동화. 데뷔 20년이 넘은 세계적 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