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린모어 등대지기 실종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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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일어난 섬의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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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일어난 섬.

1900년, 영국 스코틀랜드 북부의 섬에서 일어난 의문의 실종 사건. 메리 셀러스트호 사건과 더불어 바다에서 일어난 미스테리한 실종 사건으로 꼽힌다.

1 사라진 등대지기들

영국은 당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엄청난 물자운송량을 보였다. 스코틀랜드도 예외는 아니었으나 문제는 갑작스럽게 늘어난 배의 운항횟수때문에 해상에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다는 점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북부의 작은 섬 아이린모어(Eilean Mòr)[1]등대를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되었다.

당초 3년만에 완공 예정이던 등대는 2년이 더 걸려 1899년 12월에 5년만에 완공되었다. 이 등대에는 토마스 마셜, 제임스 다켓, 도날드 맥아더 등 3명의 등대지기가 상주하였다.

그런데 1900년 12월 15일, 늘 켜져있어야할 아이린모어섬의 등대의 불이 꺼져있는것이 발견되었다. 아이린모어섬을 지나가던 배들의 신고로 영국 정부는 섬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조사대를 파견하려 하였으나 워낙 거센 북해의 풍랑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가 겨우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900년 12월 26일, 배를 띄워 아이린모어섬에 들어갈수 있었다.

배가 섬에 도착했지만 나와보아야 할 등대지기 3명은 나오지 않았고 섬에는 인기척 하나 없었다. 조사대가 등대로 올라가보니 등대램프가 닦여져 있었고 기름이 잘 채워져 있었다. 다만 식탁 옆 의자가 뒤집혀져 있었는데, 그것 말고는 등대 자체에 특별히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2] 등대를 나와 섬을 구석구석 조사하자 섬의 서쪽 상륙지역이 폭풍에 심하게 파괴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3] 조사대의 선장은 그 날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전보를 보냈다:

시계가 멈춰있고 사고는 약 1주일 전에 일어난 것이 틀림없다는 징후들이 있다. 불쌍한 그 친구들이 절벽에서 바람에 날려갔거나 크레인이나 그런 장비들을 단단히 고정시켜 두려다가 익사한 것이 분명하다.[4]

2 그들은 왜 실종되었나

조사대가 등대의 일지를 조사해본 결과 12월 15일까지는 일지가 기록되어 있었다는 게 확인되었다. 이로 미루어보면 등대지기들은 12월 15일 이후로 어떤 일이 일어났고 그 때문에 등대에 불을 켤 수 없었다는 설명이 된다.

섬을 면밀히 조사해본 결과 최근 불어닥친 몇몇 폭풍으로 인해 서쪽 상륙지역이 심하게 파괴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5]

  • 해발 33미터 위에 놓여진 상자가 파괴되어 있었고 그 안에 들어있던 물건들이 주변에 흩뿌려져 있었다.
  • 철제 난간이 휘어져 있었고 바로 옆 철로가 콘크리트 지반으로부터 뜯겨져 나가 있었으며, 1000kg이 넘는 바위가 그 위로 올려져 있었다.
  • 해발 60미터 절벽 위의 잔디밭은 절벽 끝에서부터 10미터 정도 뜯겨져 나가 있었다.

이로 미루어본다면 3명의 등대지기들은 폭풍에 휘말려서 목숨을 잃었다는 추정을 해 볼 수 있겠으나, 문제는 그 날에는 폭풍이 없었다는 것이다. 12월 15일의 일지 기록에도 폭풍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등대를 면밀히 조사해보니 두 벌의 방수복만 사라지고 한 벌만 남아있는것을 발견했다. 이는 등대지기 세 명중에 한 명은 반드시 남아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킨 것이라고 해석되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 사라져 버렸다. 두 사람이 무슨 일로 방수복을 입고 나갔다고 쳐도 남은 한 사람은 대체 방수복도 입지 않고 어디로 가버린 것 인가에 대해선 알 도리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세 명이 유령의 힘으로 사라져 버렸다든지, 바다 괴물이나 거대한 새가 물고 갔다든지, 외국 간첩에 의해 납치되었다든지 등의 여러 억측이 난무하는가 하면, 두 사람을 한 명이 살해한 뒤에 죄책감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으나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없었다. 그 지역 사람들은 "일곱 섬의 환영"(Phantom of the Seven Hunters, Seven Hunters는 사건이 일어난 섬을 포함하는 7개의 섬을 지칭)의 악의 기운일 때문일 것이라 믿었다.

가장 유력한 설명은 아이린모어섬에서 간간히 일어난다는 갑작스런 거센 파도, 즉 이안류라는 분석이 있다. 게다가 섬의 해안선은 "Geo" 라 불리는 작은 협곡 내지는 도랑이 깊이 들어서 있는 지형을 가지고 있는데(위 그림 참조), 서쪽 상륙지역에 그런 작은 협곡이 있고 그 끝은 동굴로 이어져 있다. 풍랑이 세거나 폭풍이 몰아치면 바닷물이 거세게 동굴로 들이친 후 엄청난 위력으로 폭발해 나가는데 하는데, 이 세 명이 거기에 휘말려서 목숨을 잃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 상세하게는, 등대에 남아있던 한 명이 거세게 다가오는 일련의 쓰나미를 발견한 후, 아무것도 모른 채 밖에 나가 있는 사람들에게 이에 대해 급하게 경고하러 나갔다가 불행히 같이 휩쓸렸거나 혹은 위험에 빠진 나머지 둘을 구하려다 변을 당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하면 뒤집어져 있던 의자와 등대 안에 남아있던 방수복에 대한 설명이 잘 들어맞는다. 비슷한 다른 설명도 있는데, 한 명이 파도에 휩쓸려 나가자 다른 한 명이 등대로 허겁지겁 돌아와 이를 알리고 휩쓸린 사람을 같이 구하려다 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이고, 명확한 증거가 없기에 그 진실은 현재 누구도 알기 힘들다.

3 사건 이후

워낙 미스터리한 사건이라 여러 매체에서 이 사건을 다루었는데 닥터 후 시리즈 에피소드중에 "팽 록의 공포"는 이 사건을 베이스로 한 에피소드다. 또한 1979년에 영국의 현대 음악가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는 이 사건을 소재로한 오페라 "등대"를 발표했다. 영국의 락그룹 제네시스는 첫 데뷔앨범에 이 사건을 소재로 한 노래 "플래넌섬 등대의 미스테리"를 만들어 수록하려 했으나 이곡은 1998년까지 발표하지 않았다. 사건이 일어난 섬의 등대는 그 이후에도 등대지기들에 의해 관리되다 1971년에 자동화되어서 무인등대가 되었다.
  1. 오늘날에는 플래넌 섬(Flannan Isle)이라 불린다.
  2. Transcripts from documents related to the Flannan Isles mystery Museum of Scottish Lighthouses/Wayback. Original retrieved 3 September 2008, Wayback version retrieved 7 December 2013.
  3. 사건 공식조사관은 후에 몇몇 손상의 그 정도가 "직접 보지 않으면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기록하였다.
  4. Transcripts from documents related to the Flannan Isles mystery Museum of Scottish Lighthouses/Wayback. Original retrieved 3 September 2008, Wayback version retrieved 7 December 2013.
  5. http://en.wikipedia.org/wiki/Flannan_Isles#Mystery_of_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