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사

眼球"死가 아니다.

1 雁丘詞

상위항목: 매피당(혹은 모어아)


금나라 때 시인 원호문(元好問)이 금 황제 장종(章宗) 태화(泰和) 5년인 1205년에 쓴 다.

이 시를 짓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져 온다.

원호문이 병주(幷州)로 과거를 보러 가는 중에 길에서 우연히 기러기를 잡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 기러기 잡이가 원호문에게,

"내가 기러기 한 쌍을 잡았는데 한 마리는 죽었고, 한 마리는 그물을 피해 도망을 쳐 살았습니다. 그런데 살아남은 기러기는 도무지 멀리 도망가지 않고 그 주위를 배회하며 슬피 울다가 땅에 머리를 찧고 자살해 버렸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원호문은 죽은 한 쌍의 기러기를 사서 분수(汾水)가에 묻어 주고, 돌을 쌓아 표시를 하고는 그 곳을 기러기의 무덤이란 뜻으로 '안구(雁丘)'라 불렀으며 이를 기리는 시를 썼는데 이를 안구사라 전하게 되었다.

참고로 원문은 다음과 같다.

問世間 情爲何物 直敎生死相許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가름하느뇨?
天南地北雙飛客 老翅幾回寒暑
천지간을 가로지르는 새야! 너희들은 지친 날개 위로 추위와 더위를 몇 번이나 겪었느냐!
歡樂趣 離別苦 就中更有癡兒女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고통 속에 헤매는 어리석은 여인이 있었는데,
君應有語 渺萬里層雲 千山暮景 隻影爲誰去
님께서 말이나 하련만, 아득한 만리에 구름만 첩첩이 보이고 해가 지고 온 산에 눈 내리면, 외로운 그림자 누굴 찾아 날아갈꼬.
橫汾路 寂寞當年簫鼓 荒煙依舊平楚
분수의 물가를 가로 날아도 그때 피리와 북소리 적막하고 초나라엔 거친 연기 의구하네.
招魂楚些何磋及 山鬼暗啼風雨
초혼가를 불러도 탄식을 금하지 못하겠고 산귀신도 비바람 속에 몰래 흐느끼는구나.
天也妬 未信與 鶯兒燕子俱黃土
하늘도 질투하는지 더불어 믿지 못할 것을 꾀꼬리와 제비도 황토에 묻혔네.
千秋萬古 爲留待騷人 狂歌痛飮 來訪雁丘處
천추만고에 어느 시인을 기다려 머물렀다가 취하도록 술 마시고 미친 듯 노래 부르며
기러기 무덤이나 찾아올 것을......


아마 무협소설 팬이라면 어디선가 들어봤을 시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김용영웅문 2부인 신조협려의 시작부분에서 이막수가 읖는 시가 바로 이 시다. 이 후에도 몇번이나 언급된다.이막수의 등장이 이 노래와 함께요, 이막수의 퇴장(죽음) 또한 이 노래와 함께다. 이막수의 일생을 관통하는 노래요, 그래서 신조협려(애정소설이다) 전체를 관통하는 노래. 이 글귀는 金나라 시절 유명 문학가 원호문(元好問)이, '어느 짝 읽은 기러기가 먼저 죽은 짝을 따라 스스로 생명을 버리는' 사연을 접하고 심혼이 흔들려 지은 글귀로서, '雁丘詞(안구사/雁기러기안 邱언덕구. 기러기무덤)' 중의 한 구절, 김용이 신조협려에 제대로 잘 써먹었다. 어예 윈윈 여기서 生死相許란 즉, 生死相依로 풀이하며, 생사를 함께 할 정도로 무한히 의지한다는 의미, 결국 (마치 기러기처럼) 생사를 같이할 정도의 그 깊은 情이란 걸 노래한 구절이다. 情이란 것이 이다지도 초월적? 고귀한? .... 으아아아 대체 정이란 무엇인가? 생사상허 공생공사 이다지도 애달프게 만드는가... 이렇게 형식은 질문이되 그 실질은 情의 통절함을 목청 높여 세인들에게 호소하는 문구이다. 글자 분석으로 들어가서, '생사를 가름하다'는 '생사를 가르다'란 의미이므로 글자 그대로만 본다면 오역이다(일부 번역에 '가늠'이라는 어휘가 등장하는 경우가 잦은데, 뭐 훈련소 사격장도 아니고 그냥 얄짤없는 오역). 자구 그대로의 직역은 '생과 사를 같이 하게 만드는가'. 다만 소설에서는 좌충우돌 이막수가 저지르는 행위들을 감안한다면, '생사를 가름한다'란 표현이 어떤 각도에서는 적절할 수 있다. 바로 이 문구가 신조협려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의 압축인 관계로 이것의 번역은 소설에서 특급 중의 특급으로 중요하다 하겠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번역으로, -가름하느뇨, 가늠케 하는가, 같이 하게 한단 말인가- 대략 이 세 가지 정도가 있는데, 소설을 한국에 최초 소개한 번역자의 선택이 1번이고, 그보다 나중에 나온 번역인 김영사 번역이 3번이다. 1번은 원문에서 좀 벗어나긴 했지만 시적 운율과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감성적 자극이 돋보이고, 3번은 충실하긴 한데 뭔가 밋밋하다. 2번은 그냥 엉터리일 뿐.

기실 고사를 읽다보면 사조영웅전 때 부터 활약한 곽정의 독수리 한 쌍의 최후와도 연관이 있는 시.

2 AN-94

러시아자동소총 AN-94를 그대로 읽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