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막수

李莫愁 [1]
추상적인 표상을 인물로 만드는 데 능한 김용답게 이름부터가 근심이 없다는 뜻인데 실제로는 신조협력의 등장 인물 가운데 가장 고뇌로 가득찬 인물이다. 신조협려 전편에 걸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서 작품주제와 가장 깊게 관여하고 있다.

問世間 情是何物 直敎生死相許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기에 생사를 가름하느뇨?"

어떻게 보면 신조협려는 양과의 소용녀의 사랑이야기 이고, 다르게 본다면 이막수의 비참한 비극이다. 초반부에 무삼통과 이막수 두 사람을 병치하여 묘사한 것은 실연한 사람이 얼마나 비참하게 무너질 수 있는가하는 비극적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사람이 십 년이 되도록 풀지 못한 은원 때문에 평화로운 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고, 그 처참한 살육의 현장에 한 소년이 우연히 들어왔다 비극에 휩쓸리면서 신조협려의 장대한 애정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즉, 이막수는 어떤 의미에서 양과를 비극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 빠뜨림으로써 실연의 처참한 슬픔이 마침내 끝나게 하는 소용녀에게 인도하게끔 하는 전령의 역할을 한 것이다.[2]

신조협려의 등장인물로 소용녀의 사저(師姐). 사실 신조협려의 또 하나의 주인공 격 위치를 차지한다. 양과-소용녀와 더불어 신조협려를 이끌어가는 두 바퀴 중 한 바퀴. 사랑에 실패해서 비뚤어진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는 캐릭터. 신조협려에서 잘된 사랑이 양과&소용녀라면[3], 나쁜 케이스 1은 이막수와 무삼통, 2는 공손지&구천척, 3은 양과페로몬 뿌리고 다니면서 양산한 생과부들이다.

아름답지만 냉혹하고 잔인한 여성으로, 성격이 삐뚤어져서 아무나 괴롭힌다. 별호는 적련선자(赤練仙子). 사조삼부곡에서 사납고 잔인하기로는 짝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매초풍보다 한 수 위의 잔인함을 자랑하며, 가흥 육가장을 멸문시킬 때의 잔혹함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임조영의 제자인 고묘파의 2대 장문에게 입문했지만, 그녀가 좋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 고묘파의 사부는 무공을 다 가르치지 않고 그녀를 하산시켰다. 이후 그녀는 강호에서 악행을 일삼게 된다. 사실 악행이랄건 그냥 성격이 더러워서 지랄하다가 죽이는 정도였지만, 그렇다고해서 이때까지 악인은 아니었다. 적어보 곽부보단 성격이 나았다, 이때까지는.

육립정의 형 육전원과 서로 사랑하고 있었으나 그녀의 지랄맞은 성격에 질려버린 육전원이 무삼통의 양녀 하원군과 결혼해버리자 그를 증오하여 얀데레가 된다. 10년전에 육전원과 하원군의 결혼식장을 습격했다가 남제 단지흥[4]에게 제압당하고 두 사람을 10년간 내버려두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두 사람만 건드리지 않았지, 가게 간판에 '하'자가 써있는 것만 봐도 가게를 쓸어버리고 배에 '원'이 쓰여있는 것만 봐도 항구를 아작낼 정도로 악행을 저질렀다. 그러다 결국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면서 적련선자로 등극했다.적련마두도 있어

살인을 저지르기 전에 붉은 손자국을 찍어놓고, 그 수만큼 사람을 죽이는 버릇이 있다. 빙백은침과 적련신장(赤練神掌)이 특기이며, 주무기는 불진(먼지털이)[5].

하지만 복수를 기약한 10년이 되기 전에 육전원과 하원군은 죽어버렸다. 이막수가 저렇게 설치고 다니는데 마음 편히 살았을 리가 없다.(...) 분이 풀리지 않아 그들의 시체를 파내 가루로 만들어서 다시는 만날 수 없도록 하나는 화산 정상에, 하나는 동해 바다에 뿌렸다. 이쯤되면 Nice boat.! 흠좀무

그래도 분을 참지 못해 육가장을 찾아가 일가를 몰살시킨다. 양과의 거지 오두막에 숨어 있던 정영육무쌍도 죽이려 했지만, 두 아이가 자신이 육전원에게 정표로 주었던 수건을 가지고 있어서 차마 죽이지 못하고 주저하다가 황약사가 나타나자 육무쌍만 납치하여 도망쳤다. 양과도 죽이려 했지만 양과가 아무런 흑심없이 "예쁜 아주머니"라고 부르며 뒤에서 끌어안자 마음이 누그러져서 죽이지 못했다.(…) 이 녀석 이때부터 여자 예쁜 줄은 알아서

그리고 고묘파의 사부가 죽었다는 것을 알자 활사인묘로 들어가서 옥녀심경을 빼앗으려 했지만[6], 교묘한 기관장치와 미로를 뚫지 못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소용녀를 원망하여 소용녀가 18세가 되면 '비무초친'을 할 것이라는 헛소문을 강호에 퍼트려서 온갖 악당들이 활사인묘로 몰려가게 만들어 전진교도 낭패에 처하게 한다. 하지만 때맞춰 달려온 곽정구처기가 활사인묘 앞의 악당들을 쓸어버리면서 실패.

옥녀심경을 얻기 위해 제자 홍능파에게 옥녀심경이 종남산에 있다는 떡밥을 던지고, 홍능파가 옥녀심경을 훔치러 고묘를 찾아가게 한다. 양과가 홍능파를 데리고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아 그 뒤를 따라 고묘의 미로를 돌파하여 소용녀에게 간다.

옥녀심경을 빼앗을 생각이었지만, 고묘 내의 기관장치를 교묘하게 사용하는 소용녀에게 농락당하다가 단용석이 떨어져서 고묘에 갇히자 어쩔수 없게 돼버린다.

왕중양구음진경과 비밀 탈출구의 지도를 남겨둔 비밀 석실에서 소용녀와 양과를 제압했지만, 구음진경과 지도는 보지 못했다.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소용녀를 위협하다가 그녀가 구음진경의 무공으로 혈도를 풀고 일어난 다음 비밀통로를 통해 빠져나와 후일을 기약하며 고묘에서 사라진다.

자신이 고묘에 가 있는 동안, 자신이 쓰는 독약과 그 해약에 대해서 적어둔 책인 오독비전을 육무쌍이 가지고 도망치자 그녀를 추격한다. 하지만 양과의 속임수에 걸려 몇 번이나 육무쌍을 놓쳤다. 결국 육무쌍을 붙잡았지만 뒤쫓아온 양과야율제, 정영과 싸우다가 곽부무돈유&무수문 형제가 나타나자 곽정과 황용이 온다고 생각하여 도망치게 된다.

그리고 정영육무쌍을 데리고 도망치자 그녀들을 추격했다. 정영이 친 진법을 보자 기문둔갑을 두려워하여 들어가지 않고, 음공(音功)을 써서 양과정영, 육무쌍을 죽이려 했다. 하지만 곡령풍의 딸 곡 낭자에게 방해를 받고, 황약사가 나타나자 도망치게 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근처를 멤돌다가 황약사가 제자들의 힘을 빌려 자신을 핍박한다는 식으로 도발을 했다.

황약사가 사라지자 다시 양과 일행을 쫓는다. 그리고 풍묵풍의 대장간에 들어가서, 풍묵풍이 양과의 의뢰를 받아 자신의 무기인 불진과 상대하기 위한 가위를 만드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그러다가 황약사의 제자들을 욕하자 분노한 풍묵풍과 싸웠지만 무기의 상성이 나빠 패배하고 도망친다[7].

나중에 양양성에서 황용이 낳은 곽양소용녀가 안고 있는 것을 보고, 곽양이 소용녀와 양과의 아이라고 생각하여 데리고 도망쳐서 옥녀심경과 바꾸려고 한다. 양과가 쫓아와서 아니라고 해도 믿지 못했지만 일단 함께 금륜법왕을 물리치고, 양과의 아이디어에 따라 암표범의 젖을 곽양에게 먹이게 된다.

밤중에 무삼통이 우는 소리를 듣고 밖에 나간 양과가 마침 근처에서 싸우고 있던 무돈유&무수문 형제를 화해시킨 다음 무삼통이 아들들과 함께 아내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이막수를 공격하자 위기에 몰렸으나, 곽양을 죽이겠다고 협박하여 덤비지 못하게 한 다음 빙백은침을 던지고 곽양의 유모로 쓰던 암표범의 등에 타서 도망친다.

그리고 계속 표범을 유모로 삼아 곽양을 기르게 되는데, 곽양의 귀여운 모습을 보면서 마음 속에 남아있던 모성애가 자극 되어 곽양을 자기 자식처럼 사랑하며 한달동안 곱게 길렀다. 그러다가 황용을 만나 황용의 기지와 무공에 곽양을 도로 빼앗겼지만, 양과가 곽양을 데려가게 된다.

황용과 함께 공손지를 물리친 후, 무삼통, 무돈유&무수문, 야율제, 곽부 등과 함께 다시 고묘파의 고묘로 들어가게 된다. 이막수는 오직 옥녀심경을 얻을 생각 뿐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석실에 가둬두고 양과소용녀를 찾아간다. 양과는 소용녀의 부상을 치료하는 중이었으므로 이막수가 습격해오자 위급해졌지만, 오히려 그녀의 적련신장을 역으로 이용하여 소용녀의 부상을 치료한다. 하지만 혈도는 뚫렸으나 적련신장의 독기에 소용녀가 중독되었으므로, 석관에 숨으면서 속임수를 써서 이막수도 석관에 가둬버린다.

이막수는 산 채로 갇혀서 죽게 되자 원한이 더욱 불타올라 세상 모든 사람들에 대한 증오심을 불태운다. 소용녀가 곽부가 던진 빙백은침에 맞아 중독되자, 분통이 터진 양과가 현철중검으로 석관을 쪼갠 탓에 그 충격으로 이막수가 들어 있단 석관도 갈라져서 도망쳐 나올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곽부의 혈도를 제압하여 몽골군이 종남산에 지른 산불에 타죽게 하려 했다. 양과가 곽부를 구해주어서 무산되었지만.

주백통에게 소식을 듣고 절정곡으로 갔다가 정영육무쌍을 만나 싸우게 된다. 싸우던 중에 절정곡의 제자들이 정화가시로 출구를 막아버리자, 정영과 육무쌍을 발판으로 삼아 탈출하려 하지만 양과가 두 명을 구해가서 실패한다. 그러자 홍능파를 발판으로 삼아 탈출하려 했으나, 홍능파가 죽기 직전에 그녀를 잡아 끌어서 정화가시에 찔려 중독된다.

그리고 그녀에게 원한이 있던 무돈유&무수문, 무삼통, 야율제, 야율연, 완안평, 곽부, 정영, 육무쌍에게 둘러싸이자 하다못해 소용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하자 정화 가시를 뚫고 도망쳐버린다.

공손지와 힘을 합쳐서 절정단을 손에 넣으려 하지만, 소용녀가 공손지를 제압하고 얻은 절정단을 양과가 자신만 살아남을수 없다면서 단장애에 던져버려서 실패한다. 게다가 사람을 마구 죽이다가 정화의 치료법을 알아냈던 천축승을 살해해버려서 자신도 살아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알자 절망한다.

그 상황에서 자신에게 원한을 가진 육무쌍과 무씨 형제에게 혈도를 찍혀 끌려가다가, 정화의 독성이 발작하자 정신 착란을 일으켜, 멀리서 오는 양과소용녀의 모습에서 육전원의 환각을 보게 된다. 그와 동시에 정화독이 발작해버리고 고통에 몸부림 쳤다. 같은 무공을 배운 소용녀가 마음을 다스려서 정화독을 제어한 반면 이막수는 육전원을 생각한 것만으로도 그랬으니 그 마음이 어떤지 알만하다.

그리고 스스로 죽기 위해 구천척이 절정곡에 질러버린 불 속으로 뛰어들어가, 늘 부르던 안구사를 부르면서 최후를 맞이한다. 실로 그녀다운 최후가 아닐수 없다.

딱 한번 양과소용녀의 아이로 착각하고 납치한 곽양에게 모성애를 느끼고 잘대해준 적이 있다. 이막수는 양과랑 부부가 되어 곽양을 수양딸로 삼고 은거하고 지내려 한적도 있는 듯(...) 에로게였다면 훌륭한 공략대상이었을 것이다.

이막수가 분위기 잡을 때 주로 쓰는 노래인 안구사신조협려의 요약과도 같은 곡이다.

양과와 소용녀가 정의 바람직한 면을 나타낸다면 이막수는 정의 뒤틀리고 삐뚤어진 면을 나타낸다. 작중 양민학살을 자주 저질러 킬수가 제일 많긴 한데, 어찌보면 신조협려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가장 불쌍한 여자이며, 그래서 에 비하면 안티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 사정이 있어서 흑화한 불쌍한 여자와 그냥 썅년의 차이...팔을 자르지 않아서

성격은 많이 삐뚤어졌지만, 그 때문에 세상 남자들을 모두 멀리하여 남녀관계에 있어서는 황당할 정도로 순진무구한 측면이 있다. 첫 등장했을 때 어린아이였던 양과가 그녀를 껴안으면서 예쁜 아주머니라 불렀을때 어린아이의 순수한 감탄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화도 못 내면서도 어린애한테 안겼을 뿐인데도 당황했고[8]고, 고묘에서 다시 한번 껴안았을때[9]좋아서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만화판에서는 심지어 이런 남자한테 안기니까 나쁘지만은 않은걸, 이라는 생각까지 한다... 쇼타콘?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막수의 악행과 무공에 대한 집념은 도저히 풀 길이 없는 외로움과 슬픔을 잊기 위한 몸부림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10] 곽양과의 에피소드를 보아도 이막수도 안으로 제법 다정함이 있는 여성이었고, 남자만 다시 잘 만났어도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여러모로 정말로 안타까운 여인이다.

  1. 莫愁 이전 문서에는 막수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라는 뜻이다." 라고 되어 있었지만 사실은 "근심이 없다."는 뜻으로 중국에서 여성의 이름으로 자주 쓰이는 이름이다. 莫强막강, 莫大막대는 이전 문서에는 very 强, very 大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 강한 것이 없다.", " 큰 것이 없다."는 뜻이다.
  2. 이막수와 소용녀가 같은 문파의 사매지간이라는 것도 아주 중요한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으며, 고묘파와 전진교의 탄생조차도 왕중양과 임조영의 못 이룬 사랑의 은원으로 이루어진 것이니 양과와 소용녀의 만남은 가히 선대부터 실연당한 모든 이들의 해원이기도 하다. 양과가 소용녀를 만나는 고묘가 전진교의 창시자 왕중양이 은거한 활사인묘活死人墓이고, 활사인묘는 해석하면 말 그대로 '죽은 이가 살아나는 무덤'이라는 뜻이니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사랑의 형이상학적 깊이를 가히 짐작할만하다. 그래서 양과의 소용녀의 사랑이 갖는 심오함과 애틋함은 단순히 무협소설의 범주를 넘어 세상의 어떤 애정소설이 감히 넘어다보기 힘든 독보적인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전작인 사조영웅전의 부족한 부분마저 완전하게 채워주는 공까지 이룩한 것이다. 첨언하면 서두에 육전원과 하원군의 험난한 사랑이 꽃핀 육가장의 십년 영화가 철저하게 부서지고 그와 관계한 모든 이들이 구름처럼 뿔뿔히 흩어지는 대목은 홍루몽의 세도가 가씨 일가의 몰락과 여러모로 겹쳐보인다.
  3. 이렇게 되기까지도 장장 20년이 걸렸다.
  4. 김영사 판 기준으로는 대리국 천룡사의 고승이라고만 되어있다.
  5. 불진의 털이 워낙 질겨 어지간한 검으로도 잘리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탓에 초반부 인물들이 고전하게 되고 양과는 이에 대적하기 위해 대형가위를 주문제작하러 가게 된다.
  6. 원래 옥녀심경은 고묘파의 사부로부터 제자에게 구전으로 전해지는 것이지만 중간에 나와버린 이막수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7. 풍목풍의 무기는 대장간에서 쓰는 망치여서 언뜻보면 불리해보이지만 이를 불로 달구어 불진의 털을 태움으로서 견제할 수 있었다.
  8. 심지어 그 전에 입을 막으려고 했었는데도 너무 당황한터라 그냥 보내줬다. 여담으로 조금이라도 흑심이 있었다면 지옥보다 더한 꼴 보고 죽였을거라고. 남자의 흑심탓에 몸버린 인생이다 보니 그런 쪽으론 귀신보다 더한 여자라...
  9. 그때는 어린아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흑심을 품고 그런게 아니라 무공이 상대가 안 되니 이판사판 클린치를 건 것이다.
  10. 생각해보면 자길 버린 육전원과 하원군에게 복수하려던 찰나에 일등대사가 말려서 10년을 기다렸는데 복수의 대상이 죽어버렸으니 화가날만도 하다. 사실 일등대사가 결혼식날 막지만 않았어도 육전원과 하원군, 그리고 그걸 막던 사람들만 죽고 적당히 끝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