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동물농장을 통해 소개되면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 대한 개념을 국내에 널리 알린 하이디 라이트의 영상.
1 개요
Animal Communicator / Pet Psychic[1] 한국에서는 줄여서 '애커'라고 부른다.
애완동물을 비롯한 동물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동물이 가진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주장하는 사람. 보통은 자신의 능력을 통해 동물 관련 상담을 해 주거나, 잃어버린 동물을 찾아주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TV 동물농장에서 동물의 마음을 읽고 치료해 주는 초능력자 하이디 라이트(Heidi Wright) 편이 방영된 이후.[2] 이상행동을 보이는 동물의 과거를 귀신같이 알아맞히고 문제를 해결하는 하이디 라이트가 유명세를 타자, 한국에서도 자칭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기 시작했다.
2 진실
동물과의 의사소통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개나 고양이 등 어느 정도 신경계가 발달하여 감정 표현 등을 할 수 있는 동물을 키우는 경우 이 동물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뭘 원하는지 정도야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또한 간단한 동물의 '언어'를 배워서 자기의 간단한 의사를 표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인간이 하는 의사소통과는 많이 다르다. 가령 고양이가 몸짓으로 전달하는 "집사야주인님아, 나 배고파", "나 화났어. 오지 마" 등의 간단한 표현, 혹은 인간이 고양이에게 소통을 할 때 자주 하는 눈을 깜빡이는 제스처 등의 예시는 "난 당신에게 적대심이 없다" 등의 간단한 감정 상태나 표현할 수 있을 뿐이다. 인과관계라던가 행동의 목적 등을 동물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무튼 이러한 의사소통은 오랫동안 동물을 길러온 사람이라면 대강이라도 알 수 있는 부분이며, 이러한 경험은 개체 차이는 있지만 공유될 수 있는 것이고, 학습으로도 익힐 수 있는 것이므로 전문적인 학습을 통하여 일반인에 비해 동물의 감정상태, 욕구를 잘 알아내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들은 다르다. '이 동물이 이런 행동, 몸짓을 하는 건 대개 무엇무엇 때문이다.' 같은 식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기가 동물들하고 교감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눈을 통해 영혼과 교감하면 동물의 말소리가 들린다고 진지하게 주장한다. 그리고 마치 인간하고 대화하는 것 처럼 동물과 대화를 한다고 말하며, 'OO가 지금 엄마가 자기랑 자주 못 놀아줘서 슬프다고 말하고 있어요'라고 전해주는 식으로 일을 한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유행에 편승해서 나타난 우후죽순 등장한 사이비들만 이러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이들은 이런 식으로 영업을 해왔다. 행동을 심도있게 관찰하기보다는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끝이다.
게다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위에서 말한 하이디 라이트의 홈페이지에서는 사진만 보내주면[3] 동물의 생각과 감정을 읽어 준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이는 동물계의 셜록 홈즈가 와도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하이디 라이트는 영기 치료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다른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쓴 책을 들여다보면 실제로 채널링[4]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앵무새가 채널링을 끊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으면 마음이 연결된 동물들이 전달하는 메세지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어졌을 거라는 등의 묘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 확실히 동물행동학과는 거리가 먼 오컬트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는 기본적으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동물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선 주로 '커뮤니케이터'로 불려서 전문적인냥 착각되곤 하지만 이들이 얼마나 정확한 결과를 말할 수 있느냐와 상관 없이 일하는 방식을 보면 그저 초능력자, 무당, 점쟁이 같은 것과 동류의 직업일 뿐이다. 설령 몇몇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들이 그 바탕에 동물행동학적인 기술을 깔고 해답을 내놓는 거라고 하더라도 그걸 신비주의로 포장한 이상 비판은 피해갈 수 없다. 비과학적인 방법은 다른 케이스에 적용도 불가능하며 전문가라면 실패를 교훈 삼아 새로운 사실을 얻어낼 수도 있지만,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는 일이 실패하더라도 '그 날은 영감이 흐려졌다.' 같은 식으로 책임회피를 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리 따져봐도 죽은 영혼하고 대화한다는 건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이용하는 돈벌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완전히 거짓말은 안 하지 않아?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예 허무맹랑한 말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위험하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무당이나 점집을 찾아가서 하소연을 해서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될 수는 있다. 간단한 위로의 말이야 누구나 건넬 수 있으니까. 그치만 이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찾는 사람들은 대개 애완동물과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전문가의 진단과 처방이지 영혼이니 뭐니 하는 사람들의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다. 이들은 의뢰를 받을 때 의뢰인이 적거나 말해준 '동물과의 문제'를 토대로 해결책 혹은 해결책처럼 느껴지는 말들을 그럴듯하게 지어낼 뿐이다. 당장 그걸로 문제가 해결 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헛다리를 짚었다면 문제는 점점 더 악화될 것이다.
사람이 마음이 아프면 정신과 의사에게 가듯이, 동물하고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동물병원이나 숙련된 브리더를 찾아가야 한다. 또한 하이디 라이트 이후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쳐 준다는 학원도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데, 당연하지만 이런데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학원을 차리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들 본인이야 기본적인 지식이라도 갖추고서 전문가인 척 한다고 치더라도, 학원생들한테 그런 수법을 가르쳐 줄 리는 없고(...) 영혼이니 우주니 뭐니하는 것들만 가르칠 텐데 그런 걸 배운다고 뭔가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자신이 동물과 교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의 시장규모가 급속히 커기 시작하는 1990년대 후반부터 우후죽순 생겨났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실재한다면, 그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져 왔다고 봐야 타당할 텐데, 참으로 신기한 우연의 일치(?)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다른 초자연적인 현상 - 사주팔자, 점성술, 수정구 등- 은 적어도 오랜 역사라도 있다.
문제는, 미디어 특유의 감성마케팅과 결합돼서 이들이 그럴듯하지만 뭔가 신비로운 능력자로 뻥튀기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프라이즈를 전부 사실로 받아 들이면 안되듯이 TV 동물농장에서 소개된 하이디 라이트의 일화도 시청자들이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방송이니까 편집이 가능하고, 과장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결정적으로 '동물'과 대화한다면서 개, 고양이와만 대화하고 정작 파충류나 절지동물과는 대화한 사례가 없다는 것만 봐도 허구성을 알 수 있으려나...?[5]
3 기타
전기톱으로 맹견을 살견(?)한 사건에서 동물사랑실천협회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써서 죽은 개의 새끼와 죽은 개의 심정이랍시고 글을 올렸었는데, 되도 않는 표현들이 넘쳐나 많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산 적이 있다.[1] 살아있는 개랑 대화를 한다고 해도 웃기는데, 죽은 개와 소통하는 건 샤먼이나 무당이란 칭호가 더 어울리니까. 괜히 영미권에서 Pet Psychic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반대로 오히려 동물에게 사람의 언어를 가르쳐서 의사소통에 성공한 사례는 있다. 이 경우에는 단순히 사람의 말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의 언어를 이용해 의사를 표현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회색앵무 알렉스가 있고, 비 인간 유인원에서도 자주 관찰된다[6].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에도 포켓몬과 대화하는 사람이 나온 적이 있는데 역시나 사기꾼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휴먼 커뮤니케이터인 포켓몬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