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리브(사운드 카드)

IBM PC용으로 1987년에 등장한 초창기 사운드 카드. 정식 명칭은 '애드리브 뮤직 신시사이저 카드'(Ad Lib Music Synthesizer Card). 한국에는 애드립 카드, 애들립 카드 등의 명칭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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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드립을 치면..?
캐나다의 애드리브 사(Ad Lib Inc,)에서 1987년 발매되었으며, 야마하의 YM3812(OPL2) FM칩을 채택해서 그 때 당시에 PC 스피커로는 들을 수 없는 청량한 소리를 오래 전의 PC 유저들에게 들려 줬다. 당시의 IBM-PC 및 호환기종들은 동시대의 다른 컴퓨터들과 달리 기본적으로 사운드 관련 하드웨어가 내장되어 있지 않았고[1], 단순히 스피커에 5V 전압을 인가해서 비프음을 내는 PC 스피커 뿐이었다. 80년대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C/MS(Creative Music System)[2], Covox Speech Thing[3] 등 PC의 빈약한 사운드를 보강해주는 주변장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애드리브 역시 그 조류를 타고 나온 제품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성공해서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이 되어버린 물건이기도 하다.

발매 초에는 그다지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1987년에 발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989~90년경에 이르기 전에는 지원 게임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그 흔적. 이 제품의 잠재력을 처음 알아본 것은 어드벤처 게임의 명가 시에라 온라인이었다고 한다. 시에라 게임에 1988년부터 애드리브 지원이 들어가면서 '이런 신박한 물건이 있나!' 하고 주목을 끌어 90년 무렵에는 대부분의 게임 제작사들이 너도나도 애드리브 지원을 자사의 게임에 추가하고 있었다.

애드리브에서 사용하고 있는 YM3812는 당시 아케이드 기판 등에서 쓰이고 있던 칩으로, FM 방식으로 음을 합성하며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MSX의 MSX-Audio(OPL), MSX-Music(OPLL)에서 사용한 칩의 상위모델이다. 9채널 또는 6채널+드럼5채널의 모노럴 사운드를 출력할 수 있는 스펙을 지니고 있다. 당시로서는 꽤 호화로운 사운드를 들려줬는데 당장 동시대에 등장한 C/MS와 비교해봐도 차이가 꽤 난다. 그러나 애드리브 카드의 기능이라는게 사실상 메인이 되는 YM3812 칩의 성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던 터였고 구조도 상당히 단순했던지라 다른 회사들도 같은 칩만 달면 거의 100% 호환 카드를 만들 수 있었다. 심지어 당시 모 컴퓨터 잡지에서는 애드리브를 자작하는 기사가 게재된 적도 있을 정도. 그 덕에 거의 모든 사운드카드가 애드립 호환 기능을 기본으로 내세워 사실상의 업계 표준이 되기는 했으나 정품 애드리브보다는 호환카드들이 넘쳐났고 거기에 결정타를 박은 것이 싱가포르의 크리에이티브 랩스. 크리에이티브가 발표한 애드리브 호환카드 사운드 블래스터는 사실상 사운드 카드의 새로운 표준이 되었고 기존의 애드리브는 기능이 점점 부족해진 탓에 사장되고 만다. 초대 사운드 블래스터는 YM3812에 PCM 음성 채널을 추가하고 자사의 기존 모델인 C/MS 호환기능을 추가한 것이었는데 이 PCM을 이용한 음성 지원 기능이 상당히 히트를 쳤다. 유저들은 컴퓨터에서 미려한 음악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육성이 흘러나오는 것을 원하는 시대가 되어버렸고 이에 음성지원 기능이 없는 애드리브는 점차 도태되어간 것. 그러나 이미 사실상 표준으로 뿌리박은 규격이었기 때문에 윈도 95가 나오면서 게임 환경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변하기 전에 나온 게임들은 거의가 일단 애드리브는 기본으로 지원해주고 보는 분위기였다. 덕분에 1990~95년 무렵에 나온 고전게임 중에는 이 애드리브를 지원하는 게임이 많다.

사운드 블래스터 시리즈는 사운드 블래스터 프로 2에서 성능 향상(스테레오 지원 및 음질 향상)과 애드리브 및 구버전 사운드 블래스터와 호환을 위해 YMF262(OPL3)를 채용했는데 이 역시 사실상 표준이 되었던 터라 IBM-PC 고전게임들의 사운드가 OPL계의 사운드로 인상지어지게 만든 단초를 제공한 것이 애드리브 카드라고 할 수 있다. OPL계 사운드는 우리가 하도 자주 들어 그렇지 동시대의 다른 FM 칩들과 좀 다른 인상의 부드러운 느낌의 사운드를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면 젤리아드의 PC8801판 원작은 이런 분위기의 사운드[4]지만 IBM-PC에서는 이런 분위기다. 같은 야마하제 칩셋에 FM 합성음이지만 상당히 음의 색조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5] DOS-V랑 PC9801 둘다로 동급생을 해본 위키니트라면 양자의 음색차에 대해서 잘 알듯

1992년, 후속작으로 FM 스테레오(OPL3 탑재)와 PCM 출력을 지원하는 애드리브 골드 1000(AdLib Gold 1000)라는 제품이 나왔지만 큰 반응은 없었다. 기능 문제보다는 너무 늦게 나왔다는 평이 많다. 전술했듯 이미 시장을 크리에이티브의 사운드 블래스터 시리즈가 장악해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실패의 여파로 애드리브 사는 같은 해 문을 닫고 만다. 이후 여기저기 팔려다니다가...
  1. IBM PCjr이 TI(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SN76489 PSG를 내장하였지만 완전히 망해서인지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도 별로 없고 IBM의 후속 기종들도 결국 PC 스피커만 달려 나왔다. 그래도 IBM PCjr를 기반으로 하는 TANDY 1000과 후속기 등 몇몇 호환기종이 PSG를 달아서 나오기도 하였다.
  2. 필립스 SA1099칩을 사용한 사운드 카드. 일명 '게임 블래스터'. 12채널 사운드를 제공하지만 사운드 자체는 단순한 구형파를 출력하는 PSG스러운 물건이다.
  3. 프린터 포트(!)에 설치하는 외장형 사운드 카드. 오늘날의 DAC와 유사한 물건으로 사실 그 바닥의 원조쯤 되는 물건.
  4. 애드리브의 OPL2와 동일한 야마하제 칩인 YM2203(OPN)을 사용하고 있다.
  5. 실은 시에라 온라인이 이식하면서 간지폭풍으로 편곡한 탓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