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IBM PC 및 그 호환기종에 기본적으로 달려 있는 스피커인듯 스피커 아닌 스피커 같은 유일한 사운드 장비. 보통 컴퓨터 케이스나 메인보드에 붙어있다.
하지만 애초에 업무용으로 나온 IBM PC답게 시스템 구현의 한계로 인해 매우 단조로운 소리만 낼 수 있었다. 음악에 중점을 둔 칩이 아닌 단순한 신호음 발생용 칩이다 보니 근본적으로 온/오프, 주파수만 조절이 가능하고 소리 크기조차 조정이 불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이걸로 낼 수 있는 건 단조로운 그야말로 "삑-! 삑-!"거리는 귀뜨고 듣기 힘든 소리였다. 아악 내 귀! BGM 비스무리한 걸 낼 수는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삐이익! 삐이익!" 하는 소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PC 스피커를 쓰던 세대가 아니면 귀고문으로 느껴질지도? 여담으로 애플 II의 경우도 비슷한 구조의 사운드 계통이 기본 내장되어 있다. 1990년대 초에는 이 볼륨이 굉장히 컸지만(바이러스 검사중 사람을 굉장히 놀래켰다) 이후에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탓에 좀 부드러워지고 볼륨이 낮아졌다.
2 과거의 활약
90년대 초중반까지는 게임 등의 분야에서 어쩔 수 없이 잘 써먹었다. 아직 사운드 카드 보급이 충분히 되지 않았기 때문. 대부분은 사운드 카드 출력과 비교하면 조악한 소리를 내는데 그쳤지만 젤리아드 등의 일부 게임은 이 열악한 사운드를 가지고 화음을 연주하는 기행을 벌이기도 했다. 동시대의 PSG 등과 비교해서 들을 만한 사운드까지는 아니지만 기존의 PC 스피커 사운드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사운드였던 것도 사실. 한술 더 떠 이 빈약한 하드웨어로 음성샘플링을 구현하는 놀라운 테크닉을 선보인 업체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검열삭제 상황에서의 여자 목소리를 PC스피커로 구현한 코브라 미션이라든가... 나중에는 Inertia Player 등 몇몇 음악 플레이어에서 PC 스피커로도 모듈 음악이나 MP2 등을 그럴싸하게 출력하기도 했고 아예 윈도우즈에서 PC 스피커를 사운드 장치로 이용할 수 있는 드라이버가 나오기도 하였다. 물론 근본적인 한계는 극복할 수 없어 사운드 카드에 비하면 음질이 훨씬 떨어졌지만 초기의 PC 스피커와는 차원이 다른 소리를 들여주었다.
어쨌든 PC에서도 제대로 된 소리를 듣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사운드 카드라는 물건이 나오게 되었다. 애드리브와 사운드 블래스터 등이 히트를 치게 되면서 PC 스피커만을 지원하는 게임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지만 대신에 MS-DOS의 기본 메모리 문제에다가 사운드 카드 드라이버를 얹어놓는 고통을 겪게 해주었다. 애초에 업무용으로 개발된 컴퓨터로 게임 같은거 하니까 이꼴이 된다.(…) 이 문제는 드라이버를 메모리 상위 영역에 올리는 각종 꼼수가 나오다가, 기본 메모리 문제가 없어진 윈도우 95에 들어서야 근본적으로 해결된다.
수준급의 사운드 기능이 기본적으로 메인보드에 내장되어 나오는 오늘날에는 거의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에 한때는 이것이 생략된 컴퓨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3 현재의 용도
하지만 오늘날 이것의 진짜 용도는 부트스트랩 과정에서의 자가 점검.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특정한 패턴(길게 한번 짧게 세번 하는 식으로)으로 울리고 이 패턴을 통해 이상을 파악할 수 있다. 당장 컴퓨터에 전원 스위치를 넣고 부팅과정이 시작되면 대부분의 컴퓨터에서 한번 삑하는 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는 부팅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급 이상의 컴퓨터 실력을 가진 사용자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부품이기 때문에 여전히 싸구려 피에조 스피커[1] 정도라도 내장해서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기본적으로 PC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큰데다가, 음량 조절도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서관등 정숙이 필요한 시설이거나 몰컴을 하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된다. 물론 부팅 시를 제외하면 윈도우즈에서 내는 소리는 사운드 카드로 나오기는 하지만. 이 때문에 PC 스피커를 제거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요즘의 PC 스피커는 따로 소켓으로 연결되는 부품이므로 그냥 연결만 간단하게 해제하면 된다. 최근 나오는 기종은 본체를 열지 않아도 바이오스에서 해제가 가능하다. PC 스피커는 없어도 컴퓨터의 부팅이나 동작에는 이상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므로 제거해도 상관없긴 하지만, 나중에 컴퓨터를 수리하거나 점검할 때 필요한 경우가 있으므로 제거하더라도 버리지 말고 따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 피에조 효과를 이용해 금속판을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스피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