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PCjr

IBM PC 제품 역사
PCXTjrATPS/2

IBM PCjr (Model 4860)

1 개요

PC/XT의 발매로부터 딱 1년 뒤인 1984년 3월 발매. jr은 주니어의 jr 맞다. 모델넘버는 4860. 기존의 IBM PC 5150과 PC/XT는 기본적으로 사무용 성향이 강했고 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개인용/가정용 시장에서는 그다지 반응이 좋지 못한 편이었고 그에 따라 가정용 시장에 진입하기 위하여 만든 모델이다. 요컨대 애플 II코모도어 64와 비슷한 컨셉트로 세팅한 IBM PC. 가격은 메모리 64KB/플로피 드라이브 제외 모델이 $669, 128KB+1 플로피 드라이브 모델이 모델이 $1,269(모니터 제외 가격)로 기존의 IBM PC와 XT보다 저렴하여 애플 II코모도어 64의 가격에 그나마 근접했지만 그래도 비싸기는 마찬가지였고 이런저런 단점으로 인해 결국 시장에서 엄청난 혹평을 들은 끝에 거하게 망해서 자취를 감췄다.

2 패배의 아이콘

여러모로 망할 만 해서 망한 물건

하드웨어 자체는 그다지 보급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패배 하드웨어로 꽤나 유명하다. (...) 코모도어가 85년 여러 컴퓨터 잡지들에 광고를 내서 IBM PCjr를 극딜한 영향일지도 모른다. 미국답게 비교 광고였는데 쟤네나 우리나 메모리는 64KB인데 우리껀 값이 1/3이거든? 쟤네꺼 달랑 본체 하나 살 돈이면 우린 본체에다가 컬러 모니터, 디스크 드라이브, 프린터에 모뎀까지 주거든? 저거 사면 I, B, M이라는 글자에다 돈 쓰는거라고! 돈 쓰기 위해 컴퓨터를 사지 말고 컴퓨터 사는데 돈을 써! 이러고 있었다. 게다가 이게 결코 과장 광고도 아니었다 망했어요 어찌나 패배 하드웨어로 유명했는지 국내에는 거의 들어오지 않은 기종임에도 불구하고[1] 국내 컴퓨터 잡지에도 PCjr의 패배담(...)이 꽤 여러 번 실렸을 정도.

가격이 경쟁 기종에 '근접했다'는 것도 초기 출하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이야기고 jr가 나왔을 때의 시장상황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에는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코모도어 64의 경우 83년 중반에 이미 딜러가가 200$까지 인하되었고, IBM PCjr가 판매되던 무렵에는 200$ 이하로 판매하는 리셀러들도 많았다. 가격부터가 도저히 경쟁이 되질 않았던 것이다. 코모도어 64는 오늘날까지도 전설로 남을 만큼 가성비의 제왕이다보니 애플도 가격 경쟁이 안되기는 마찬가지였지만[2] 애플은 몇년 앞서 출발해 다져놓은 소프트웨어 기반과 보급률이 있다보니 가격으로 밀려도 그럭저럭 시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기반도 없으면서 가격은 비싼 신규 참여자인 PCjr가 버텨낼 수 있을 리가 없다. 8088 CPU를 채용한만큼 속도는 동급 최강이기는 했는데 그 점을 딱히 잘 살려내지도 못했고 당시에 가정용으로 크게 어필할 수 있는 특성도 아니었다.. 아예 타게팅 대상이 다른 PC/XT나 PC/AT는 흥했지만 가정용 컴퓨터라는 컨셉트가 IBM에게 맞지 않았는지 결국 PCjr는 IBM의 흑역사가 되고 말았다.

내장 그래픽 회로인 CGA plus(당시에 'VGA'라고 불렀던) 역시 개선된 성능에도 불구하고 망조가 단단히 들린 물건이었다. 비디오 메모리가 따로 없고 시스템 메모리의 일부를 공유하는 구조였는데[3] CGA에서 추가된 320*200*16, 640*200*4, 그리고 80*25의 텍스트 모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128KB의 시스템 메모리를 요구했다. 그리고 PCjr의 기본 메모리는 64KB. 메모리 확장 없이 바닐라 상태에선 그냥 CGA랑 똑같다(...). 예나 지금이나 가정용 컴퓨터에서 그래픽(이라고 쓰고 게임이라고 읽는다) 성능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중요한 요소인데 84년에 나온 669$짜리 최신형 컴퓨터가, 200$도 안하는 코모도어 64만도 못한 화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320*200의 해상도에 PCG가 아닌 비트맵 방식을 사용하는 그래픽 자체는 코모도어 64보다 우위였다고 할 수 있지만 CGA의 4색은 당시에도 시각테러였다. 발색만 갖고 따지자면 그래픽 후줄근한걸로 유명한 애플 II만도 못하다. 물론 128KB에서는 위에 언급된대로 괜찮은 그래픽을 볼 수 있으나 당연하게도 비싸다. 거기에 곧이어 나온 EGA가 훨씬 향상된 그래픽으로 팀킬 치명타를 꽂아버렸지만 사실 이거 아니라도 이미 망조였다(...). 망하는데는 다 망하는 이유가 있는 법. 그래도 이 그래픽 회로는 나중에 제법 팔린 호환기종인 Tandy 1000에서도 이것과 유사한 설계의 그래픽 카드가 채용되어 TGA(Tandy Graphics Adaptor) 혹은 그냥 Tandy 라는 이름으로 꽤 여러 게임에서도 지원이 되긴 한다. 그리고 Tandy 1000은 처음부터 기본 메모리를 128KB로 발매해서 이런 문제가 없다(...). 이거라도 안나왔으면 정말로 지원하는 게임도 몇 없을 뻔했을 정도였다.

특유의 키보드(일명 '치클릿 키보드')도 망하는데 일조한 아이템. 구조 자체는 요즘도 많이 쓰는 멤브레인 키보드 구조랑 비슷하지만 각 버튼에 추가적인 지지대가 없고 러버돔 위에 직접 버튼이 높게 얹어져 있어 키를 정확히 위에서 아래로 꾸욱 누르지 않으면 러버돔이 잘못 꺾이는 바람에 제대로 입력이 인식되지 않곤 했다. 덕에 이 키보드로 빠른 타이핑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안 키높이가 높아 그래도 깊게 눌러야 하는데 각도도 맞춰 눌러줘야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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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치클릿 키보드. 그냥 사진만 봐도 키감이 가히 끝내줄 것 같게 생겼다(...). 특유의 생김새와 별명때문에 고무가 직접 노출된것으로 오해되기도 하지만 일단 버튼 자체는 플라스틱이다.

위에서 언급한 코모도어의 비교 광고에서도 <우린 타자기형의 제대로 된 키보드! PCjr같이 고무 치클릿 아니지!> 하며 이 키보드를 깨알같이 디스하고 있다. 무엇보다 IBM의 버클링 스프링 방식 키보드는 현재까지도 중고를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전설적인 품질을 자랑하는 물건이다. 기존의 5150과 PC/XT에는 레전드급 키보드를 넣어줘놓고 PCjr엔 저딴 물건을 넣어줬으니 비교가 안될 수 없다. PCjr 키보드는 적외선 센서를 사용한 유무선 겸용이었는데 이 무선 통신에 오류가 많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PCjr를 베이스로 개량해 일본, 호주 등지에만 발매된 IBM JX라는 물건이 있는데 위키피디아 일본판 문서에 따르면 이 적외선 센서는 형광등 켤때 노이즈가 끼더라고 한다(...).

3 하드웨어

기본적으로는 PC/XT와 유사한 하드웨어 설계를 하고 있지만 기존의 IBM PC 아키텍처에서 벗어나는 설계도 꽤 많다.

인텔 8088@4.77MHz. 5150, XT와 동일품을 채용하였다. AMD의 클론 제품을 썼다고도 한다. 당시 코모도어나 애플등 가정용 기기는 1MHz 전후로 세팅되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위에서도 말했듯이 처리 속도는 당대 동급 최강이었다. 다만 그래픽에서 비디오 메모리를 별도로 두지 않고 시스템 메모리를 공유했는데, 이 때문에 실제로는 제 속도를 완전히 내지 못했다고 한다. 메모리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하나뿐이라 그래픽에서 메모리를 쓸때는 CPU가 놀아야 했다나......
기본 64KB 장착. 128KB까지 확장 가능. 가정용 시장의 경쟁제품들에 비교하면 큰 메모리에 속했지만 문제는 이놈이 IBM PC 패밀리였다는 것(...). 후에 나온 서드파티 애드온으로 최대 736KB까지 확장이 가능했다고 한다.
  • 그래픽스
CGA 상위호환 상당의 그래픽스 회로를 메인보드에 내장하고 있었다. 일명 CGA 플러스. 이 회로의 공식 명칭은 VGA였지만 우리가 아는 그 VGA(Video Graphics Array)와는 약칭이 다른 Video Gate Array. CGA와 완전 호환되며 320*200 해상도에서 16색, 640*200 해상도에서 4색을 사용할 수 있어 드디어 CGA의 그 괴악한 CMYK 원색(...)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나 몇달 안돼서 EGA가 나와서 망했어요가 되었다.
가정용 PC답게 RF 출력을 지원하여 이를 통해 TV로 화면과 음성을 동시에 실어보낼 수 있었지만 화질은 좋지 않았다. 그밖에도 RCA 컴포지트 출력, RGB 출력 등이 가능.
  • 사운드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SN76496 내장. PC 스피커에서 벗어났다! 3채널 16옥타브 구형파+화이트 노이즈가 출력 가능하다. MSX, SG-1000 등과 비슷한 스펙의 사운드로 보면 대강 들어맞는다. 그래픽과 사운드만큼은 기존의 PC/XT에 비해 뛰어났기 때문에 일단 PCjr 대응 게임은 퀄리티가 XT에서 돌릴 때보다 그나마 낫게 나오는 편. PCjr용 게임 동영상 (유튜브)
  • 보조기억장치
360KB 5¼ 2D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2대까지 장착 가능. 물론 가정용 PC 답게 옵션이다. XT에서는 폐지된 카세트 테이프 레코더도 사용 가능.
  • 확장슬롯
표준적인 ISA 규격 슬롯은 내장하고 있지 않다. 특정 장치(모뎀, 디스크 컨트롤러 등)을 설치하기 위한 전용 슬롯만 내장되어있다.대신 외장 슬롯이 2개가 있는데 여기에 PCjr 전용 카트리지, 그러니까 롬팩을 꽂을 수 있다! 물론 게임하라고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라고 있는 것으로 BASIC도 롬 카트리지의 형태로 제공되었으나 기존의 롬 베이직도 탑재하였다. 외장 슬롯은 가정용 지향의 컨셉트에 맞춰서 추가한 부분인 듯.
62키. 초기에는 '치클릿 키보드'라고 불리는 일종의 멤브레인 키보드가 딸려나왔다. 그런데 이 키보드의 키감이 최악이라 당대에 욕을 엄청나게 먹었다. 지금도 PCjr가 화제가 되면 거의 반드시 치클릿 키보드 이야기가 따라나오는 수준. [4] 결국 하도 욕을 먹어서 나중에는 일반적인 IBM 스타일 키보드로 교체되었다. 치클릿/일반 버전 모두 PCjr의 키보드는 유/무선 동시 지원 키보드였다는 것이 특징. 무선통신에는 적외선 센서를 사용한다.

4 소프트웨어

PC-DOS 2.1이 번들로 동봉되어 나왔다.

5 기타

  • Tandy의 호환기종 Tandy-1000이 이 PCjr의 클론에 가까운 제품. 그래픽, 사운드 계통이 거의 비슷하다. 다만 PCjr에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키보드, 메모리 용량)들은 대부분 개량되었기 때문에 이쪽은 가정용 시장에서 그럭저럭 팔렸고 말년에는 80386SX가 탑재된 기종까지도 나왔다.
  • 일본, 호주 등지에서는 PCjr의 설계를 바탕으로 개량한 IBM JX라는 기종이 발매되기도 했다. 이쪽도 그다지 별 재미는 못본 듯. 상당한 마이너 하드웨어다.
  1. 1989년에 교육용 PC 사업이 실시되었을 때는 이미 망하고 사라져서 들어올 기회도 없었다(...). 애초에 미국 현지에서도 호환기종이 몇 없을 정도.
  2. 1984~85년 시점에서 애플 IIe와 디스크 드라이브 세트가 약 800$ 가량에 판매되었다. 당시에 디스크 드라이브가 꽤 비쌌던 것을 감안하면 본체 가격은 이보다 저렴했다는 이야기.
  3. 당시에는 의외로 이런 구조의 하드웨어가 꽤 흔했다. 당장 애플 II가 이런 구조로 되어있다. 요즘의 내장 그래픽을 생각하면 세상은 돌고도는 법인 듯.
  4. 구글에서 PCjr이라고 치면 자동완성으로 맨 위에 keyboard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