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춘권
詠春拳
Wing Chun
1 개요
중국권법의 한 문파로, 광동 복건 지역을 대표하는 권법 가운데 하나다.
뿌리는 중국 광동 지방이지만 사실상 꽃피운 곳은 홍콩이기 때문에 다양한 중국 권법 가운데 서양에 잘 알려졌다. 특히 이소룡이 배운 권법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덕분에 서양인은 Wing Chun(영춘의 광동 발음)이나 차이니즈 복싱이라고 하면 알아듣는다. 단, 차이니즈 복싱은 영춘권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남파 권법 전체를 지칭하는 용어다.
차이니즈 복싱이란 말에 오해가 없도록 덧붙이자면, 오늘날 복싱의 격투 스타일은 슈가 레이 로빈슨(Sugar Ray Robinson 1921~1989)[2]이 등장한 후 정립된 것이다. 이 사람의 등장 이전의 근대권투는 중국 남파 권법과 무척 유사했기 때문에 차이니즈 복싱이라고 부르는 것.[3]
2 역사
기원에 관해서는 이설이 여럿 있어 대표적인 것만 추린다.
우선 청조에 저항했던 무술가 가운데 오매사태(五枚師太)가 창시해 엄영춘(嚴詠春)이란 여인에게 전했다는 설이다.
이 엄영춘 관련으로 이설이 여럿 있는데, 엄영춘과 정략결혼하려는 한 장군이 있었는데 엄영춘이 싫어서 거절하려 했더니 이 장군이 격투로 자신을 이기면 결혼을 파기하고 물러나겠다는 조건을 걸자 엄영춘 스스로 영춘권을 창시해 장군에게 격투를 걸어 박살내버렸다는 흠좀무한 기원설도 있다.(...) 가능성은 한없이 낮지만, 이 설을 따르자면 중국 권법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손꼽을만한 '여성이 창시한 무술'.
오매사태는 소림오로(少林五老) 가운데 한 사람으로, 사실이라면 영춘권과 홍가권은 형제뻘인 셈이지만 근거는 없다. 혹은 오매사태가 묘순(苗順)에게 전했고, 묘순은 엄이(嚴二)에게, 엄이는 딸 엄영춘과 사위 양박주(梁博儔)에게 전했다는 설이 있다. 마지막으로 영춘현에 사는 엄씨 집안의 셋째딸이 아버지에게 무술을 배우고, 스스로 백학권을 만들었다가 이를 개량한 형태라는 설이 있다. 위 인물과 행적은 모두 실재 여부가 불확실하며, 광동성 불산[4]에서 행제당(杏濟堂)을 운영하던 의원 양찬(梁贊)이 황화보(黃華寶)에게 영춘권을 전수받은 뒤부터 유명해졌다.
영춘권왕이라 불린 양찬은 생업이던 의업에 바빠 평생 제자를 아들 둘을 포함해 네 사람만 길렀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진화순(陳華順)이다.[5] 이후 진화순은 도장을 열고 영춘권을 가르쳤지만, 기술마다 교습법이 따로 있어서 스승이 제자 옆에 붙어서 일일이 가르쳐야 했다. 때문에 어지간해선 멀티를 돌릴 수 없었고(…) 세간에선 권법 하나 가르치면서 더럽게 비싸게 군다고 소야권(少爺拳, 도련님 권법)이라 조롱하는 실정이었다.[6]
진화순이 말년에 거둬들인 제자가 바로 이소룡의 스승으로 유명한 엽문(葉問)이다. 이쪽도 나름대로 사연이 파란만장해서, 부자집 자제였던 엽문은 어려서 몸이 허약해 영춘권을 배웠다. 그런데 미처 다 배우기도 전에 진화순이 죽는 바람에(…) 사형 오중소(吳仲素)에게 배웠고, 그나마 도중에 홍콩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이후 엽문은 타고난 기질로 인해 홍콩에서 길거리의 불한당들과 싸움을 벌이고 다녔는데, 양찬의 큰아들이자 네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양벽(梁璧)이 그 싸우는 모습을 보고 발라버린 뒤, 영춘권을 배운 사연을 듣고는 그의 스승이 되어 영춘권을 모두 전수한다.[7][8]
엽문은 국공내전 당시에 국민당의 경찰이었기 때문에 공산혁명 이후 불산을 떠나 홍콩으로 도피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생계를 위해 도장을 열게 되는데, 제자들이 길거리 대련에서 연승을 거두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자 영춘권은 홍콩을 중심으로 급격히 뻗어나가게 된다. 영춘권도 분파가 여럿 있지만, 엽문파 영춘권이 가장 지명도가 높다. 현재 엽문의 아들인 엽준 노사가 대를 이어 영춘권의 종사로 있다.
3 특징
영춘권은 초근접전을 추구하는 무술로, 여느 무술보다 상대와의 간격이 매우 좁을 뿐더러[9] 공격도 곧게 나가는 짧은 공격들을 선호한다. 주먹질도 다른 무술과 달리 완전히 팔을 펴지 않고 반쯤 구부린 상태로 주먹을 쓰며 보통 주먹질의 상식과 달리 정권을 쓰지 않고 하삼지[10]를 쓴다. 이는 가라테 나 복싱을 연마한 사람들이 본다면 이상하게 여기겠지만 영춘권에서는 주먹을 회전해서 쓰지 않고 힘을 가득 싣지 않아 주먹에 온 몸의 힘이 다 들어가게 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괴력에 있어서는 가라데의 정권이나 복싱의 스트레이트보다 떨어지는 반면, 이 약점을 연타로 해결하며 주먹 부상의 위험이 적다.
적의 기술을 피하기보다는 직접 다가가서 틈을 찾아 적을 쓰러트리도록 파고드는 공격적인 무술이다. 상대방의 공격을 흘리거나 잡아당기는 등 넘어뜨리거나 회피하며 뒤로 빠지기보다는, 상대의 틈을 인지하여 직선적으로 뛰어들어 쓰러뜨리는 적극적인 형태로 지금까지 발전했다.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적극적이지 않으면 쓰기 어려운 권법이라는 말로서, 간격 밖에서 들어오는 공격에는 몹시 취약하다. 상성으로 따지면 가라테나 태권도 같은 원거리 발차기 무술이 최악의 상성이며 간격 밖에서 들어오는 복싱의 펀치와 공격법도 난적이다.[11] 따라서 짧은 자신의 간격을 후퇴든 전진이든 항상 유지하는 것이 영춘권사의 목적. 그러면서도 장기전의 체력소모까지 생각해서 한 기술 한 기술에 힘을 많이 들이지 않는다. 팔을 마구 휘두르기만 하는 사람에게 싸움을 걸지 않고 자멸할 때까지 기다리는게 좋은 예시이다.[12]
자신의 간격에 들어온 상대를 빠른 손기술을 연타로 날려 무너뜨리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접근전과 중거리에서 발차기도 갖추고 있다. 속설과 달리 중국 남파 권법이라도 발기술을 경시하지 않는다. 단지 문파 특유의 전술 때문에 사용 빈도가 적을 뿐이지 배울 건 다 배운다. 크고 높고 화려하게 차지 않으며, 상체의 움직임과 콤비네이션으로 섞어서 사용한다. 쪼인트 차는걸 생각하면 되며 실전무술인만큼 고자킥(...)도 당당하고 유용한 기술이다. 목인장 투로에는 108가지 손기술과 8가지 발 기술이 존재한다.
영춘권 특유의 목인춘(木人椿)[13]과 치사오(黐手)[14] 수련이 유명하며, 투로[15]가 소념두(小念頭), 심교(尋橋), 표지(標指) 딱 셋밖에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16] 보기 드문 트레이닝 도구로는 등나무로 만든 원형 고리인 묵완(rattan ring)이 있다. 영춘권 외에도 남파 당랑권, 소림흑호문, 태극권 등에서 쓰이는 도구로서,[17] 앉아서 다리 사이에 고리를 끼우고, 고리에 손을 넣은 뒤 손기술을 수련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손기술의 범위를 몸에 익히는 게 목적. 참고로 권법마다 묵완의 사이즈가 다른데, 영춘권용 묵완의 사이즈가 가장 작다. 치사오 말고도 '치거'라는 양손을 서로 맞잡고 하는 발기술의 수련도 있다.
또한 근대 중국 권법사에서 처음으로 대중에게 '중국 권법의 비전'을 공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엽문은 몇몇 수제자를 제외하고는 '진수'를 모두 전수하지는 않았다고. 사실 엽문은 세세하게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스타일이 아니라 이거 해봐 하고 알려준 뒤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게 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하다보면 된다는 마인드로 가르쳤던 것 같고 실제로 대표 제자인 황순량은 엽문의 명령으로 각종 비무 대회에도 수 차례 참가 했었다. 황순량은 적어도 백 번이 넘는 실전(시합, 도장깨기 응대, 길거리 싸움 모두 포함)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무기로는 팔참도(일명 버터플라이 소드. 양손단검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육점반곤(2.75m 창 길이의 지팡이[18])이 있다. 옛날에는 한손검도 다뤘다는 자료도 있다. 사실 영춘권에서 무기는 팔꿈치의 연장선이며, 모든 동작들은 손동작과 비슷하게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한손검을 다루는 방법도 한손 치사오와 비슷하다.
무기술과 투로의 개수가 타 중국권법에 비해 매우 적고, 기본기가 단순화되어 있다. 이 간결함은 다른 중국권법들의 고질적 문제점[19]에서 벗어나 실전성 있는 무술로 인식되는 요소이다[20] .
4 미디어에서의 영춘권
1994년 양자경 이 엄영춘 역을, 견자단이 양박도 역을 맡은 '영춘'이라는 영화를 제작한 바가 있다. 영춘권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재해석해서 풀어내었는데, 시원시원한 무술 연기가 일품이며, 견자단의 리즈시절을 엿볼 수 있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견자단은 후일 홍금보가 제작을 맡은 엽문에서 영춘권의 대가 엽문으로 다시 열연하게 된다. 영화를 보면 위에 설명한 그대로의 무술이 그야말로 배우들의 연기보다 영춘권이 눈에 각인될 정도로 제대로 나온다. 자세한 사항은 항목 참조.
비디오 게임에서 영춘권으로 유명한 게임 캐릭터로는 철권 시리즈의 레이 우롱이 있다.
한국에서는 배우 장혁을 통해서 추노와 뿌리깊은 나무 같은 드라마에서 액션을 볼 수 있다.[21]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재활하면서 배운 무술이기도 하다. 덕분에 주연한 영화 <셜록 홈즈>에서 복싱 시합 장면에서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영춘권 간지를 보여준다.[22] 첨언하자면 위에 서술했지만 근대 권투는 남파 권법과 유사하다. 붙으면 클린치가 아니라 붙으면 레슬링이 상식이었던 시대다.(...). 즉, 당대 영국에 영춘권이 들어왔을 리는 없지만 싸움 기술 자체는 비슷하게 수렴진화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술감독이 고증과 창작을 잘 섞어놓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로다주가 영춘권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이언맨3에서는 촬영 기간에도 사부를 모셔와 틈틈이 수련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영화에 목인장을 수련하는 장면까지 잠깐이지만 집어넣었다.
슬리핑 독스의 주인공 웨이 쉔의 집에는 목인장이 있고, 액션 키로 수련을 할 수 있다. 게임의 격투 시스템에서 반격의 비중이 상당히 큰데, 액션들이 어느 정도는 영춘권의 영향을 받은 게 보인다. 발차기로 관절을 꺾고 빠지거나 상대 주먹 패링하고 들어가거나 하는 카운터 동작들이 있다. DLC 코스튬 중에는 아예 엽문 컨셉 복장도 있다(...).
5 대한민국에서의 영춘권 수련관 현황
과거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영춘권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서울 뿐이었으나 2015년 3월 현재, 한국에서 영춘권을 '정식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은 꽤 늘어난 편이다.
- 홍대입구의 한국영춘권협회(양정 계열), -인천과 구리에서도 수련이 이루어지며 부산 동호회도 결성되어있다.
- 도곡동의 치사오영춘권센터(양상,하금명 계열),-전주, 일산에서도 수련회가 이루어지고 있음.
- 계동의 영춘무술연구회(양상 계열), -돈암동에서도 수련이 이루어지고 있음. 스틱술도 같이 배운다고 한다.
- 신수동의 윙춘소울영춘권(서상전 계열),
- 종로의 실용영춘권(온감량 계열)
- 인천 중구 내동의 정무문 쿵후 총본관의 영춘권(노문금 계열)
- 부산 수영구 현진중국무술관 -장권(도,검,곤,창) 남권(남도,남권) 태극권(양가,진가) 산타,절권도,영춘권 지도하고 있다
- ↑ 영상의
머리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아저씨는 영춘권으로 유명한 유튜브 스타다. - ↑ 맞추는 것보다 떼는 것이 중요하다는 명언을 남긴 그 사람이다. 현대 권투의 스타일을 다른 무술의 주먹기술과 비교해보면, 이 말이 권투라는 격투기에 얼마나 큰 은혜를 안겨주었는지 알 수 있다.
- ↑ 상식적으로 동양이든 서양이든 다 같은 사람인데, 처한 조건이 같으면 궁리하는 것도 비슷할 수밖에 없다.
- ↑ 황비홍 덕분에 친숙한 바로 그곳.
- ↑ 사실 세명만 키우려고 했지만, 진화순이 몰래 보고 훔쳐배운 뒤 양벽과 시비가 붙어서 싸울때 영춘권을 쓰는걸 양찬에게 걸리는 바람에 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 ↑ 미국 무술잡지에 실린 전 영춘권 수련자의 수기에 따르면, 어린 시절 이소룡과 친구가 되었고 그를 통해 영춘권에 입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엽문에게 다음 투로를 가르쳐달라면, '얼마 있어? 그걸로 뭘 배우려고 해!'라는 면박만 받았다고 한다.
- ↑ 양찬은 친아들이 아니었던 진화순에게 영춘권의 진수를 모두 전수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엽문은 모든 기술을 전수받은 양벽을 만나는 기연으로 영춘권을 모두 배울 수 있었으니 전화위복.
- ↑ 다만 양벽은 그를 진화순의 제자라고 여겼다.
- ↑ 이소룡이 영춘권을 중점적으로 배운 이유도 근시라서 근접전에 유용한 무술을 찾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 ↑ 중지, 약지, 소지
- ↑ 영화 <엽문>에서도 엽문이 가라테 고수와 복싱 챔피언에게 고전하는 모습이 나온다.
가라테 10대1 싸움은 쳐바르던데..? - ↑ 사실 팔을 힘껏 휘두르는 사람
붕붕훅은 무술가로서도 상대하기 까다로운게, 온 몸의 힘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기다리면 혼자 쓰러지겠지만. 그것을 응용한 사례로 소림권법에는 상대가 다가오는걸 저지하기 위해 팔을 둥글게 휘두르는 기술이 있다.결국 막싸움이 갑이다?하지만 주먹 휘두르는 상태에서 상대가 파고들면... - ↑ 목인장을 치는 수련법
- ↑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손기술을 연습하는 수련법. 대련과는 달리 상대를 직접 가격하지 않고 기술만 연습한다.
- ↑ 우리식으론 품새
- ↑ 한국에서는 목인춘이 영춘권에서만 쓰인다는 오해가 퍼져있는데 채리불권등 다른 문파에서도 널리 쓰이는 수행도구이다. 채리불권과 영춘권이 라이벌 관계라는 오해도 마찬가지인데, 채리불권쪽에서는 이소룡을 통해 자기네 문파도 알려졌다고 고마워한다. 이는 1980년대 서림문화사에서 나온 쿵푸 교본을 통해 퍼진 낭설인 듯 하다.
- ↑ 심지어 홍가권 계통의 무술 연기를 많이한 성룡도 이걸로 수련하는 장면이 나오는 작품이 존재한다.
- ↑ 한때는 3.5m였다고 한다. 뱃사공들이 젓는 노를 가지고 싸우기 위해서였다는데...
- ↑ 기본기와 투로의 갯수가 너무 많아 습득이 어렵고, 지나치게 세분화된 상황대처 때문에 오히려 실전성이 떨어지는
- ↑ 복싱을 예로 들면 주요 기술은 과격하게 줄이면 잽, 스트레이트, 훅, 어퍼로 네 개 정도밖에 안 되지만, 그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응용할 수 있고, 기술의 가짓수가 적어 빠르고 깊게 숙련할 수 있다. 영춘권도 중국권법 치고는 매우 간결하고 기술의 가짓수가 적은 편에 속해서 타 권법에 비해 습득 속도와 숙련도가 깊어질 수 있는 것이다.
- ↑ 장혁이 익힌 것은 절권도이긴 하지만 실상 이소룡 사 후 흔히 절권도라고 통칭하는 무술 스타일의 손기술이 영춘권. 왜 이런 구질구질하고 구구절절하고 긴 설명이 붙게 되었는지는 이소룡과 절권도 항목을 참조.
- ↑ 본디 셜록 홈즈가 익힌 무술은 복싱과 펜싱, 그리고 유도와 지팡이술을 결합한 '바리츠'이다. 실존하는 무술인 바팃츠를 모티브로 만든 코난 도일의 소설적 창작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