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Window
창(窓)을 뜻하는 말. 컴퓨터에서 띄우는 창을 뜻하기도 한다. 사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윈도'가 맞다.
2 Windows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인 Microsoft Windows의 이름.
3 항공/공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이 사용했던 채프(Chaff)의 선조격.
2차대전 중 독일군은 연합군의 폭격기를 막고자 약 160km 밖의 항공기도 탐지가능한 장거리 조기경보 레이더인 프레야(FREYA)와 고사포 및 야간전투기 지휘소 등에게 정확한 적기의 정보를 알려주는 뷔츠부르크(Würzburg)레이더를 운용했다.
영국 본토 항공전 때만 하더라도 영국군은 자국의 레이더를 전폭적으로 활용하여 독일군 폭격기 부대를 막는데 큰 도움을 받았지만, 독일 본토를 폭격하려다 보니 이 레이더를 피할 방법을 찾느라 골머리를 썩혔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윈도우'라는 코드네임이 붙은 본격 알루미늄 박편 살포 작전이다. 레이더라는 물건은 기본적으로 전파가 날아가다가 무언가 물체가 있으면 반사되어 돌아오는 것을 활용한 물건이다. 하지만 일부 고성능 레이더를 제외하면 공중에 있는 그 물체가 항공기인지 날아가는 새인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보통은 전파가 많이 반사되어 돌아오는 것을 항공기라고 생각한다. 전파가 많이 돌아온다는 것은 보통의 경우 덩치가 크다는 것이기 때문.
'윈도우', 즉 알루미늄 박편은 레이더의 이러한 특성을 활용한 것으로 공중에다 알루미늄 박편을 뿌려 놓으면 적 레이더 전파는 이 알루미늄 박편들을 '거대한 물체'로 착각하게 된다. 물론 아무렇게나 만든 알루미늄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적의 전파를 최대한 잘 반사하도록 길이를 정해야 한다. 전파는 자신의 파장길이에 대해 [math]{1 \over 2}[/math]이나 [math]{1 \over 4}[/math]의 길이인 물체에 가장 잘 반사되므로 윈도우를 만들던 영국군은 미리 독일군이 주로 사용하던 레이더 전파의 파장길이에 맞추어 알루미늄 박편들을 잘랐다.[1]
영국군은 이를 이미 1940년에 개발해 놓고서는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설프게 이것을 사용했다가 도리어 독일군이 떨어진 알루미늄 박편들을 보고 분석, 똑같이 흉내낼 것이 두려웠기 때문. 그래서 철저히 기밀을 유지하다가 물량을 모아서 '한 타' 칠 때 대박으로 쓸 궁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독일 역시 '뒤펠'이란 이름으로 똑같은 것을 만들어 놓고서는 똑같은 이유로 사용을 미루고 있었다. 이 놈이나 저 놈이나...
여하간에 이런 이유로 윈도우의 실전투입은 늦어졌으나 결국 1943년에 실전에서 쓰였다.
영국군은 1943년 7월 24일 부터 함부르크에 대규모 폭격을 가했는데[2] 이날 영국군 폭격기 부대와 함께 모스키토 경폭격기들이 윈도우를 싣고 독일을 향해 날아올랐다.
곧 뷔츠부르크 레이더의 전파 파장에 맞춰 제작된 윈도우들이 영국군 폭격기가 지나갈 길에 뿌려졌다. 뷔츠부르크 레이더는 완전 먹통이 되어버렸으며, 이 레이더에 연동되어 작동하던 대공포와 서치라이트도 덩달아 먹통이 되었다. 독일군 대공포 부대들은 새까만 하늘에다가 이리저리 수동으로 대공포를 쏘아댔지만, 원래 레이더로 유도가되어도 명중률이 썩 좋지 못한 대공포였는데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폭격기를 향해 야간에 이리저리 쏘아댄 들...
첫 투입은 밀레니엄 작전에 연장선상에 있는, "함부르크-드레스덴-쾰른 폭격"에서였다.[3] 1943년 7월 24 첫 폭격이 시작된 이후, 모스키토 전폭기가 B-17 폭격기를 쫄쫄 따라가다 엉뚱한 경로에 대당 2천개의 윈도우를 투하했으며, 동시에 가짜 엔진소리를 독일군 주파수 대역으로 흘려 보냄으로서 독일 방공망에 커다란 혼란을 야기시켰다. 요격기들은 우왕좌왕 했으며 대공포병들은 포구를 어디로 향해야할지 몰랐다.
아돌프 갈란트의 회고록에 보면 당시의 상황을 잘 묘사해놓았다.
아군의 레이더는 전부 먹통이 되었다. 영국군이 윈도우를 사용한 것이다. 이것은 원시적이지만 효과적이었다. (영국군) 폭격기들 및 함께 온 폭격기들은 길이와 폭이 우리의 레이더 파장에 맞춰 재단된 얇은 레이더 박편 꾸러미를 대량으로 살포하였다. 이것들은 바람을 타고 공중에 오랫동안 머물었으며, 레이더 전파가 뚫을 수 없는 거대한 장벽처럼 작용했다. 공중의 상황은 안개에 가려진것 같았다. 아군 전투기를 유도해주는 레이더 역시 먹통이 되었으며 심지어 (야간)전투기에 달린 레이더도 장님이 되었다. 대공포 부대 역시 공중의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었으며 레이더 표적 탐지기도 먹통이었다. 단 한방에, 그 밤은 레이더가 개발되기 이전으로 돌아간듯 하였다.
윈도우의 효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영국 공군은 평시 폭격기 손실률의 15%만을 잃었으며(17~27대), 성능을 인정받은 윈도우는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으나, D-DAY 때는 루프트바페가 능동적으로 대처했기에 똑같은 전법으로 폭격기 40대를 잃어야 했다.
물론 독일군도 눈뜨고 당하기만한 것은 아니었으며, 윈도우는 거의 공중에 멈춰있고 항공기는 계속 움직인다는 것을 감안하여 도플러 효과를 이용, 움직이는 항공기만 찾아내는 레이더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윈도우로 만들어진 '전파가 뚫을 수 없는 장벽'을 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럼에도 윈도우는 여전히 일정수준 이상 효과를 거뒀고, 게다가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운용시 어떤 복잡한 시스템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므로 영국군으로서는 밑지는 장사도 아니었기에 결국 전쟁이 끝날 때 까지 윈도우를 계속 사용하였다.[4]
이런 장치는 일본군도 활용했는데, G4M 베티의 파일럿이었던 타카하시 쥰의 인터뷰에 따르면 야간 비행시 야간 전투기가 따라 붙었을때 알루미늄 박편이 든 원통을 허공에 뿌렸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적 야간 전투기가 알루미늄 박편이 뿌려진곳이 폭격기가 있는 곳으로 착각하고 그쪽으로 향했다고.
현재는 이것이 발전되어 전투기나 폭격기는 채프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다.
- ↑ 뷔츠부르크 레이더 대응용으로는 길이 30㎝, 폭 1.5㎝의 알루미늄 박편을 사용하였으며, 프레야 레이더 대응용으로는 훨씬 길이가 긴 박편을 사용하였다.
- ↑ 유보트의 기지가 있으며 주요 공업도시중 하나였다.
- ↑ 이 도시들이 아무런 공격할 이유가 없는 도시라는 주장이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 함부르크는 항구와 산업의 거점중 하나였으며 유보트가 정박하는 잠수함 기지가 있는 도시였다. 드레스덴의 경우에도 주요 공업지대이며 교통의 요충지였다. 쾰른 또한 철도 및 군사시설이 있는 도시였다. 그나마 쾰른의 경우에는 앞의 두 도시에 비해서는 공격할 이유가 적다고 할 수 있어도 전부 공격할 이유가 충분한 도시들이었다.
- ↑ 영국군은 이것 외에도 몇가지 독일군 방공망을 교란하기 위한 기만책을 사용하였다. 일부 모스키토 경폭격기에는 마이크로 엔진소리를 녹음, 이 소리를 독일군의 지상 지휘소가 전투기와 교신할때 쓰는 주파수에다 실어서 '방송'을 했다. 당연히 독일군 전투기 조종사들과 지상 관제요원들은 무선교신을 시도할 때 마다 모스키토의 엔진음이 심하게 섞인 상태에서 교신을 해야했다. 일종의 무선 전파방해인 셈으로 영국군은 이를 Tinsel(번쩍번쩍 빛나는 쇳조각)이라 불렀다. 다만 무선으로 서로 완전히 의사소통을 못하게 할 정도는 아니었으며,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서로 교신을 하는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영국군 폭격기 부대 일부는 독일군 전투기가 사용하는 레이더에 맞춰진 전파방해장치를 탑재하거나, 혹은 독일군 통신용 주파수에 맞춰진 전파방해장치를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