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애니메이션

1 개요

유럽 국가들의 애니메이션. 한 국가가 아닌 유럽 국가 전체의 애니메이션이지만 당초 유럽 국가들은 땅도 좁고 스타일의 차이도 미미하므로 여기서 유럽 작품 전체를 다루도록 한다. 일본은 저패니메이션이라고 부르듯이 유럽 애니메이션도 매우 드물게 '유러니메이션'이라고 불리는 경우가 있다.

2 특징

작가주의

이 단어 하나만으로도 유럽 애니 90%를 설명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느 유럽 작품이 안 그러겠냐만

캐릭터를 상업화, 상품화에 매진했던 미국 애니메이션과 달리 유럽은 제작비 여건과 관련해서 실질적인 제작보다는 기획 쪽에,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보다는 영화 기술의 미학적 측면에 더 손을 들였다. 즉, 스토리의 재미보단 영상미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것이 유럽 애니메이션의 특징이라 볼 수 있다. 재미 있고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미국인 반면 유럽은 애니메이션의 예술성을 얼마나 극대화시킬 수 있는지에 더 초점이 맞춰진 것.

유럽 국가들은 애니메이션의 실험성과 대중성을 이상적으로 결합시키는 걸 추구하며 이데올로기적 스토리로 저항성 있는 메시지를 담는 교훈을 많이 사용하고 미국처럼 대량 생산 시스템에 의한 공장화와 달리 작가 개개인의 1인 수작업이 더 흔하다. 그래서 유럽은 컴퓨터로 제작한 애니메이션보다는 셀이나 스톱 모션 같이 순수하게 수작업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예술 애니메이션만 있는 것도 아니다. 땡땡의 모험이나 패트와 매트, 꼬마펭귄 핑구 등 지상파에서 틀어줬던 작품들 중에 유럽 작품 수도 상당했으며 이보다 연령층이 더 높은 작품은 생각보다 하이틴을 컨셉으로 한 작품들이 많다. 예로 Winx Club, LoliRock, 로라 & 버지니아 등이 있으며 한불일 합작인 레이디버그도 엄연한 하이틴 작품.

2.1 프랑스

프랑스는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단연 1위, 탑을 꼽는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유명하다. 당장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가 한국과 대만 다음이 프랑스라는 점을 보면 프랑스인들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게다가 프랑스는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는 물론 TV 애니메이션까지 정부로부터의 보조금 지원 혜택이 있던 덕에 여느 유럽 국가들보다 비교적 활발한 산업을 보인다.

프랑스 애니메이션은 무게감 있는 주제 의식이 적절히 재미있게 진행되는 독특한 서사구조를 지니고 있다. 또한 프랑스는 작가 자신의 예술 지향적 작품을 만들면서 제작비와 스튜디오 운영비 확보를 위해 팀끼리 상업용 애니메이션 제작을 병행하는 구조가 일반적인데 이러한 방식을 '하프 시스템'이라고 부르며 이것은 후에 유럽의 상당 국가들이 이 제작 구조를 따르게 됐다.

프랑스도 우리나라처럼 애니메이션 쿼터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2.2 영국

영국은 실험성의 상품화를 가능하게 한 최초의 국가이며 따라서 이데올로기적 스토리를 담은 대중적 작품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또한 CF용 애니메이션도 상당한 수익을 가져다 줬기 때문에 영국 역시 애니메이션 산업이 나름대로 좋은 편이다. 다만 영국이 워낙에 개인주의 성향이 심한 탓에 작가들의 작품마다 스타일의 편차가 커서 딱히 이것이 영국 애니메이션이라고 할만한 고유의 스타일을 찾아보기 힘들다.

영국의 유명한 작가로는 존 할라스를 들 수 있는데 할라스는 고유성을 유지하는 다른 영국인들과 달리 늘 새로운 기술을 애니메이션 제작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기 때문에 영국에서 굉장히 알아 주는 애니메이터다. 할라스는 조이 배첼러라는 여성과 결혼하여 '할라스 앤드 베첼러'라는 스튜디오를 세웠는데 이 회사가 미국의 디즈니 못지 않게 영국을 대표하는 상당히 유명한 메이저급 스튜디오다. 굳이 영국이 아니더라도 유럽을 대표하는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에도 이 '할라스 앤드 베첼러' 회사가 자주 꼽힌다. 이 회사의 유명한 대표 작품으로는 동물농장을 들 수 있다.

영국은 영어권 국가라는 이점 덕에 프랑스 못지 않게 애니메이션 산업이 활발한 편이다. 다만 프랑스와는 달리 정부로부터의 보조금 지원 정책이 없다는 게 흠이다.

한국에도 알려진 유명한 영국 애니메이션 중에는 월레스와 그로밋이 있다.

2.3 독일

Yee
독일은 표현주의가 깊은 예술 지향적 작품들이 특징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이것이 너무 과장되어 자칫 포르노나 정치 영화 같이 너무 난해한 영화로 보일 수도 있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독일 작품은 지역에 따라 약간 다른 성향이 보이는데 서독에서는 사회비판적이며 전통적인 실험 정신이 깃든 작품들이 주인 반면 동독은 정치 선전용 애니메이션이 많이 제작되었다.

독일은 프랑스와 영국과는 달리 국민소득과 인구 수에 비해 애니메이션 시장이 굉장히 작은 나라다. TV수신료를 영국이나 프랑스보다도 비싸게 내는데도 의외로 방송사에서 애니메이션에 쓰는 금액이 변변치 않다[1] 그래서 애니메이션 수업이나 제작을 위해 독일로 간다는 건 너무 코미디라고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듯.

2.4 러시아/동유럽

러시아와 동유럽 애니메이션은 흔히 알고 있는 일반적인 유럽 애니메이션과는 성향이 약간 다른데 계몽주의적 사상이 내포되어 있는 섬세한 묘사와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반항하는 저항적 표현주의 기법이 깃들어 있어서 동유럽 작품들은 어찌 보면 내용 자체가 많이 우울해 보일 수도 있다.

러시아는 프랑스처럼 국가 보조금 덕에 많은 장편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데 특히 눈의 여왕이란 작품은 세계적으로 큰 인정을 받아 애니메이션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으로 꼽혔다. 미야자키 하야오도 이 작품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동유럽 작품은 그 중에서도 체코를 꼽을 수 있는데 체코는 퍼핏 애니메이션 산업이 상당히 발달한 국가다. 일본이 셀 애니메이션 강국이라 한다면 체코는 퍼핏 애니메이션 강국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 정도. 유명한 퍼핏 애니메이션인 패트와 매트도 체코의 작품이며 카렐 제만이라는 체코인은 유리를 녹여서 형태를 만든 다음 굳힌 후 찍는 작업을 선보여서 덕분에 다른 퍼핏 애니메이션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유리 애니메이션이 탄생되었다.

2.5 기타

이탈리아는 움직임과 속도 등 모든 종류의 역학을 예술로 표현한다는 게 특징인데 공간, 형태, 빛 그리고 움직임에 수많은 실험적 작업을 시도한 덕에 이탈리아 애니메이션은 그래픽이 상당히 뛰어나다. 또한 이탈리아인들은 단편보다는 장편을 더 지향하기 때문에 극장용 이탈리아 애니메이션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195-70년대에는 광고용 애니메이션이 눈에 띄기는 했다[2]

벨기에는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상업성과 예술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애니메이션 강국이며 유명한 작품 땡땡의 모험도 실은 원작이 벨기에 만화다. 다만 나라규모가 작다보니 국가에서 줄수있는 보조금이나 수신료 지원, 광고같은게 상당히 열악해서[3] 합작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스페인도 나름대로 애니메이션 강국이라 볼 수 있는데 EBS에 방영된 곰돌이와 비키의 모험, 미운 오리 새끼 페오가 스페인 작품이며 니켈로디언의 로라 & 버지니아도 스페인의 대표적인 하이틴 작품이다. 그리고 국산 애니메이션 빼꼼도 스페인과 합작한 작품이다. 물론 현재 빼꼼은... 또한 일본 야애니대악사공중파에서 노모로 틀어 준 업적도 있었다고 한다.

추가바람

3 그 외

역사에 관해서는 애니메이션 항목에 역사 항목을 참고하도록 하자. 대략적인 역사를 알 수 있다.

1930~60년대에는 유럽 지역에서 디즈니 혹은 워너브라더스의 애니메이션을 하청받거나, 미국에서 일하다 되돌아간 사람들이 많았던 관계로 한동안은 미국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후에는 Princes Et Princesses 같은 실루엣 애니메이션이나 월레스와 그로밋 같은 클레이 애니메이션 등이 제작되기도 했으며, 2000년대 후반부터는 프랑스와 스페인이 3D 애니메이션 쪽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의외로 동유럽권인 유고슬라비아의 애니메이션을 크게 주목했는데, 그 이유는 유고슬라비아가 자국의 애니메이션 산업을 육성해 미국의 워너브라더스 같은 애니메이션 기업을 만들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애니메이션이 최초로 탄생한 나라라고 하지만 그에 명성과는 다르게 시장이나 산업이 미국은 물론 일본에도 상당히 뒤떨어져 있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한국보다도 더 시장이 좁다고 할 수 있겠는가?[4]

유럽 애니메이션은 각 국가별로 언어가 다르고 시장특성도 제 각기 달라서 미국 제작사에 비해 규모와 자본 스케일이 매우 취약한 데다 자금 유동성의 위기도 계속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발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과 같은 몇몇 국가에서는 정부 보조금이 전혀 없어서 제작비의 45%는 자본업체가 마련해야 한다. 비교적 정부 보조금과 수신료 지원이 활발하며 쿼터제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 프랑스도 유럽 전역을 담당하는 국가적인 배급 체제도 없는 것이 현실.

유럽은 한국과는 다르게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이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은 유럽도 마찬가지로 자금난에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다. 물론 한국에 비해 여건이 좋은 건 맞지만 사실 이것도 대규모 스튜디오 한정이라서 중소규모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1. 물론 ARD와 ZDF에서 애니메이셔 제작에 신경을 안 썼던건 아니고 유아용 애니메이션이나 아동용 애니메이션은 주기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합작제작하는 경우가 다반사다보니 그리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리고 블록광고 아이캐치 제작에 특화되어서 그렇지...
  2. 1950-70년대에 제작된 애니메이션 가운데 상당수가 광고용 애니메이션이었는데 당시 이탈리아 텔레비전에서 특이한 형태의 광고방식을 체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광고용 애니메이션의 수요가 많아서 그랬던 것이다. 사실 이는 구 서독이나 네덜란드도 마찬가지는 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구 서독이나 네덜란드는 아이캐치용 애니메이션이지만
  3. 주요 방송사들부터가 언어권별로 나누워지다보니까 방송사 규모가 클수가 없기는 하다.
  4. 다만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이 유별나게 발달되어 있는 이유가 일본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중국도 일본의 영향을 받아 상당히 활발한 애니메이션 산업을 보이고 있으므로. 더군다나 이 쪽은 인구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