遊星仮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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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1966~1967) 일본 후지테레비 계에서 방영된 흑백 SF 아니메. 우리나라에서도 1975년에 문화방송(MBC)에서 방영하였다.
제목을 잘 보면 "유성(流星)"이 아니라 "유성(遊星)"인데, 이 한자는 "행성"을 의미한다. 일본에서도 "혹성"이라는 표현에 밀려 잘 안 쓰이는 한자.
이 작품에서 유성(행성)은 지구와 피네론 두 행성을 함께 지칭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
여담으로 1965년에 만들어진 "유성소년 파피(우주의 용사 빠삐)"의 유성 역시 "遊星"이며, 때문에 이 두 작품을 묶어서 유성소년 시리즈라고도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런 것까지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1 줄거리
때는 머나먼 미래, 2001년(...).
지구와 똑같은 공전궤도와 공전주기를 가지면서 항상 태양 반대편에 위치하는 "피네론"이라는 행성이 발견되고, 피네론에도 사람이 살고 있음이 밝혀져 곧 지구와 피네론은 자매행성의 관계를 맺고 활발히 교류하게 된다.
게다가 피네론인과 지구인은 함께 아이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흡사하여, 지구의 로켓 조종사인 로바트 요한센과 피네론 여성인 마리아 사이에 지구-피네론 혼혈 1호 아기인 피터가 태어나게 된다.
그러나 피터가 태어난 지 15년이 되던 해에, 피네론에 핵물질을 운반하던 로바트의 로켓이 피네론의 도시 상공에서 대폭발을 일으켜 수많은 피네론인이 사망하고, 이를 공격으로 오해한 피네론인들과 지구인 사이에 우주전쟁이 발발하고 만다.
지구보다 수십년 앞선 피네론의 과학기술 앞에 지구는 고전하며, 지구에 거주하던 피네론 이민들도 증오의 대상이 되어 모두 수용소에 끌려가지만 피터는 로바트의 은사인 소쿠라돈 교수에게 보호받아 수용소 신세는 면하게 된다.
그런데 이 무렵부터 지구군을 도와 피네론군과 싸우는 정체 불명의 소년이 있었으니, 그 이름을 유성가면이라 했다...
2 캐릭터
- 피터: 15세의 소년으로 피네론인과 지구인의 혼혈이다. 한창 사춘기에 어머니쪽 행성과 아버지쪽 행성이 전쟁을 하게 되어 엄청난 박해를 받는 불행한 소년. 평생 지구에서 살았기 때문에 스스로 지구인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눈 옆에 피네론인의 상징인 십자가 표시가 있어 혼혈임을 숨길 수도 없다. 게다가 아버지인 로바트가 로켓 사고를 내서 우주전쟁을 일으키기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구박덩어리 신세.
- 유성가면: 정체불명의 소년. 놀라운 신체능력과 표창을 무기로 피네론군 및 피네론 닌자단(사프스)과 싸운다. 자가용으로 1인승 로켓인 "라이더"를 갖고 있다. 긴 머리와 망토, 눈을 가리는 마스크가 트레이드 마크. "유성가면"이라는 이름은 스스로 지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인데, 마음에 들었는지 적들이 "누구냐!" 라고 물으면 "사람들이 부르길, 유성가면!"하고 자랑스럽게 말하곤 한다.
- 극중에선 피네론군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지구군을 도울 때가 많았던 데다 피네론군과 싸웠으므로 지구의 용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반전주의자로 "전쟁은 그만둬!"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만약 피네론군이 지구군에게 일방적으로 밀렸다면 피네론 편에서 싸웠을 것이다. 극중에서도 지구에 사는 피네론인들은 유성가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 긴 머리카락(가발) 안에 보조 전자두뇌가 숨겨져 있는데, 이것이 마스크랑 망토와 연동하여 특유의 민첩한 동작을 가능하게 한다고 한다. 또한 장화와 가발에서 배리어를 만들어 내며, 벨트 버클에는 중력 조절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 표창인 "슈터"는 기술명을 외치고 던지면 그에 따라 궤적이 달라지는, 일종의 드론(?)이다. 예를 들어 "매직 슛!"이라고 외치고 던지면 커브로 날아가며, "스트레이트 슛!"이라고 외치면 직선으로 날아간다. 게다가 단검으로 사용도 가능하며 도청장치, 와이어, 시한폭탄 등 정말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만능 무기다. 사실 유성가면은 이것 말고는 무기가 없으니...[1]
- 참고로 극중에서는 최종화에 가서야 유성가면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아주 순진한 어린이 시청자가 아닌 이상은 유성가면이 피터라는 것 쯤은 쉽게 간파할 수 있었다. 물론 국내 방영시엔 아예 제목을 "유성가면 피터"로 지었기 때문에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 호이헨스: 피네론군 총사령관. 평소에도 권력욕이 많았으며 로켓 폭발 사건을 빌미로 피네론의 실질적인 독재자로 등극한다. 척 보기에도 악당 타입의 캐릭터. 그러나 정말로 지구가 피네론을 공격했다고 믿고 있으며, 진심으로 동포의 안위를 위해 싸우는 군인이기도 하다.
- 이모시 박사: 호이헨스의 참모인 과학자. 전형적인 "비열한 2인자" 캐릭터.
- 하츈 대령: 피네론군 지구공격대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장교. 당연히 유성가면과 부딪히는 일이 많다.
- 비츠: 지구군 총사령관. 유성가면의 조력자로 행동을 함께 하는 경우도 많다. 철인 28호에 등장하는 오오츠카 서장이랑 비슷한 위치라고 생각하면 비슷하다.
- 닉 중령: 호이헨스에게 이모시가 있다면 비츠에게는 닉이 있다. 비츠의 부관으로서 세련된 매너와 점잖은 외모로 사람들을 속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속 검은 녀석으로 지구 거주 피네론인들을 수용소에 쳐넣은 것도 이 사람의 아이디어다.
- 키니스키 소위: 지구군 장교로 비츠의 친위대 소속. 하츈에 대칭되는 캐릭터인데, 피네론이라 적인 하츈은 그냥 자기 할 일을 하는 군인인데 반해 키니스키는 아군인데도 굉장히 꼴보기 싫은 캐릭터다. 전쟁 중에 민간인의 희생 따위는 상관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는데다, 모든 피네론인을 몹시 미워하며 혼혈인 피터도 증오의 대상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유성가면과 힘을 합쳐 피네론 군과 싸운다. 마지막에 유성가면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에도 피터에게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하츈과 싸우다 죽어버린다. 나름대로의 신념을 관철한 것인지도.
- 소크라톤: 피터의 아버지인 로바트와 지구군 사령관인 비츠의 은사다. SF물에 흔히 등장하는 만능 과학자로, 전공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수술도 하고 발명도 한다. 로바트의 아들인 피터를 거두어 수용소행은 막아 주었지만, 애당초 지구 거주 피네론인들을 강제수용하는 것에 찬성했으며 마리아(피터의 어머니)가 강제수용되는 것도 막지 않았다. 의외로 현실적인 캐릭터.
- 마리아: 피터의 어머니. 로바트가 피네론에 도착했을 때 꽃다발을 들고 환영한 여성이다. 우주전쟁이 시작되고 나서는 피네론인 동포들과 함께 강제수용되었다가 최종화에 겨우 풀려난다.
- 로바트 요한센: 피터의 아버지. 피네론 행성이 발견된 후 처음으로 피네론에 찾아갔던 우주비행사이자, 이후 지구-피네론간 왕복 로켓의 파일럿이기도 했다. 피네론 여성인 마리아와 결혼해 아들인 피터를 얻고, 피터에게 과학을 가르쳤다. 제 1화에서 로켓 폭발로 사망하는데, 1화를 보면 로바트가 갖고 있던 수트케이스가 바로 유성가면의 옷과 장비가 들어있는 수트케이스다. 이는 이 작품의 최대 떡밥으로, 어째서(그리고 어떻게) 로바트가 유성가면 장비를, 그것도 어린이용 장비를 갖고 있었는지가 의문이다. 로바트는 지구와 피네론 사이의 불화를 바라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피네론인의 기술로 만들어진 유성가면 수트는 어디서 났을까? 등의 떡밥은 끝까지 설명되지 않았다. [2]
- 린다: 피터의 여동생. 실제로는 전혀 혈연이 없고, 소크라톤이 입양한 지구인 소녀다. 극중 활약은 전혀 없다.
- 아틀란타: 로바트의 조수였던 고성능 로봇. 만화판에서는 피터의 신체능력은 아틀란타와 함께 놀면서(?) 길러진 것이라는 묘사가 있다 (아래 그림 좌하단 컷).
3 결말
이하 극의 결말과 반전이 기술되어 있습니다만, 지금 와서 이 작품을 직접 보기는 어려운 일이니, 특별히 스포일러 경고는 하지 않습니다.
로바트의 로켓 사고는 이모시가 일으킨 일이었다.
이방인 혐오자(제노포브)였던 이모시는, 로켓 사고를 발생시키고 그 책임을 지구인에게 뒤집어씌워서 우주전쟁을 일으켰던 것이다.
최종회에서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호이헨스는 스스로 로켓을 자폭시켜 이모시와 함께 동귀어진하고, 오해로 시작된 우주전쟁은 막을 내린다. [3]
정체를 드러낸 유성가면은 지구와 피네론 사이의 평화를 재건하기 위한 상징이 되었으며, 피터는 아버지 로바트의 뒤를 이어 지구와 피네론 간의 왕복 우주선 파일럿이 된다.
4 해설
"철인 28호"로 대표되는 "글리코 극장" 시리즈의 하나로, 60년대 일본 흑백 아니메의 숨겨진 걸작인 작품.
시리즈 전작인 "유성소년 파피"에 비해 무겁고 진지한 소재와 전개가 특징이다.
화목하게 지내던 사람들끼리 전쟁으로 인해 서로 반목하며, 그 사이에 끼어 희생당하는 우주이민들(지구거주 피네론인들)과 혼혈인(피터)들의 고통을 중심 테마로 하고 있다. 세계 제2차대전 종전으로부터 겨우 20년 지난 시점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면 그 내용은 더욱 무게있게 다가온다. [4]
국내에서 방영되었을 때도 남자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조잡하게 만들어진 "피터 가면", "피터 표창" 등의 완구가 발매되었으며, 피터가 타는 로켓인 라이더의 플라모델(물론 카피)도 잘 팔렸다.
"마린보이", "파피", "유성가면" 등이 히트치며 SF 아니메의 대세는 전신 타이츠 초능력 소년물로 굳어지는가 했으나[5] ... 곧 등장한 마징가 제트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거대로봇물에게 왕좌를 내주고 만다.
국내 방영시 오프닝 음악이 유튜브에 등재되어 있다: [1]- ↑ 자가용인 "라이더"에 미사일이 장치되어 있긴 하지만, 극중에선 거의 쓴 적이 없다.
- ↑ 수트케이스를 유성가면에게 전달해준 것은 누구인가라는 의문은 로봇 아틀란타가 극 중반에 등장하며 해결되었다.
- ↑ 그런데 로켓을 폭발시킨 자리는 피네론인들이 구금된 강제수용소 바로 위였다. 호이헨스의 로켓 폭발로 피네론인이 많이 죽었다...설마 일부러 그런 거냐?
- ↑ 실제로 2차대전 당시 미국에 거주하던 일본계 미국인들은 아무 죄도 없이 강제수용당해야 했다. 물론 일본에 거주하던 미국인들도 마찬가지로 추방당하거나 구금당했다.
- ↑ 그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이정문 화백님의 "알파칸"에는 전신 타이츠를 입은 외계인 초능력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철인 캉타우"의 주인공인 카우카 역시 전신 타이츠 초능력 소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