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페이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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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그토록 싫어했던 신페인 당수 마틴 맥기네스와 찍은 사진으로 가운데가 페이즐리이다. 참고로 오른쪽의 인물은 스코틀랜드의 전 총리인 알렉스 새먼드.

Ian Richard Kyle Paisley (1926-2014)

북아일랜드의 목사 겸 정치인. 그러나 생전에 과격한 언행과 인종차별적, 반가톨릭적 행동으로 인해 논란에 휩싸이곤 했다.

1970년부터 40년간 영국 국회의원(북부 앤트림 지역구), 1979년부터 25년간 EU 의회 의원, 1998년부터 12년간 북아일랜드 자치의회 의원을 지낸 거물 정치인이다. 1971년부터 북아일랜드 민주통일당(Democratic Unionist Party)의 당수를 지내왔으며, 2007년부터 2008년 사이에는 북아일랜드 자치 정부의 공동총리를 지내기도 했다.[1] 이 당시에 이언 페이즐리가 TV 나오면 남북 아일랜드 할 것 없이 가톨릭 신자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고 한다.

종교관

그가 특히 아일랜드 가톨릭 신자에게 까이는 이유는 연합주의자(unionst)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전형적인 수구꼴통+개신교 근본주의 때문이다. 이 인간은 북아일랜드 개신교인답게 가톨릭을 무지하게 싫어한다. 전형적인 근본주의자들의 가톨릭 까기 레퍼토리를 시전하는 것은 기본이다. 가톨릭을 향해 성모를 숭배하여 예수님 대신에 중보자로 내세운다느니, 교황은 적그리스도라느니 하며 기독교 취급을 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기독교는 오로지 본인이 신봉하는 근본주의 개신교뿐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우는 것이다. 1951년에는 자기가 몸담았던 장로교도 변절했다며 몇몇 동조자들과 함께 얼스터 독립장로회로 떨어져 나오기도 했었다.[2]

200762.jpg [3]
가톨릭을 공격하는 선전을 일삼는 것은 기본이고, 이것이 정치적인 논리로 확장되면 가톨릭을 사탄의 세력으로 간주하여 북아일랜드 개신교인들이 똘똘 뭉쳐 사탄의 세력인 가톨릭을 믿는, IRA를 비롯한 가톨릭 진영에 대해 영적전쟁을 선포해야 한다는 지경에까지 이르른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북아일랜드를 철권통치하고 있는 영국[4] [5]은 사탄의 세력인 가톨릭에 맞서 참 진리인 개신교를 수호하기 위해 싸우는 정의의 사도쯤으로 간주하는지, 아주 극단적인 친영파 행각을 보이며 IRA를 비롯한 북아일랜드 독립을 위한 무장 투쟁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영국을 지지한다. 북아일랜드의 개신교인들은 영국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해야 하며 IRA의 무장 의거를 비롯한 북아일랜드 가톨릭 신자들의 독립운동은 사탄의 세력인 가톨릭이 발호하는 것이니 영국 편에 서서 IRA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는 EU의회에서 교황을 모욕하는 언설을 서슴지 않다가 합스부르크 황가의 마지막 황태자이자 유럽 보수 가톨릭계의 유력자였던 오토 폰 합스부르크에게 문자 그대로 강냉이를 털리는 굴욕까지 당한 적이 있다. 정확한 사건은 해당 항목 참조.

물론 종교개혁 이래 교리적 이유로 가톨릭을 비판하는 것 자체는 개신교인으로서 당연할 수 밖에 없다 해도 친영국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섞어가면서까지 그것이 진리를 수호하는 것이라며 합리화한 것은 분명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다. 심지어 1978년에 바오로 6세 교황이 선종했을 때는 고인드립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자기가 싫어하는 진보파 개신교와 WCC까지 깐 건 덤. 그걸로도 모자라서 뒤에 진짜 정계로 진출했다. 정교분리 원칙을 완전히 개무시하는 것인데[6] 이렇게 정계에 진출하여 북아일랜드가 영국 땅으로 남아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부르짖었다. 더욱 흠좀무한 것은 자기 딴에는 이것이 사탄의 세력인 가톨릭에 맞서 벌이는 영적전쟁이라고 간주를 하고서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아일랜드 독립을 요구하는 가톨릭 신자들과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을 향해 엄청난 어그로를 끌었다.

뉴욕 타임스는 그의 사망을 보도하면서, 인생 말년에는 가톨릭에 대한 그의 자세가 누그러졌을지라도 그가 남긴 투쟁과 종교간 증오의 씨앗은 남아있다고 썼다. 사족으로 슬하에 두 자녀가 있는데, 아버지처럼 연합당원이다.
  1. 북아일랜드는 오랜 갈등의 역사 때문에 1999년에 부활한 자치정부에서는 사실상 강제적인 쌍두정(diarchy)과 대연정(grand coalition)이 실시되게 하고 있다. 북아일랜드에서는 총리·부총리가 이름은 달라도 법적으로 동등한 공동 정부수반이며, 자치의회 내 선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북아일랜드의 친영 진영과 아일랜드 민족주의 진영에서 각각 한 자리씩 맡게끔 제도가 설계돼 있다. 이언 페이즐리는 신페인당 당수인 마틴 맥기니스와 공동 총리였다.
  2. 북아일랜드 내의 한인교회중에도 여기 소속된 교회가 있다. 흠좀무
  3. 가톨릭을 공격하는 설교를 하면서 희한하게도 왜 로만 칼라 차림이냐고 궁금해 할수 있으나 원래 하얀 목띠 칼라는 스코틀랜드 장로교가 원조였다. 이에 대해서는 문서 포크가 끊어져버린클러지 칼라 항목을 참조할 것.
  4. 영국은 개신교 국가인데, 잉글랜드는 성공회지만 스코틀랜드는 장로교이다. 이언 페이즐리의 종파는 스코틀랜드 장로교이며, 본인도 스코틀랜드 계통이다. 맨 위 사진에서 뜬금없이 스코틀랜드 총리(새먼드 전 총리도 국교파 장로교도이다)가 중재자 역할을 했던 이유도 바로 이런 역사적 연유 때문이다.
  5. 영국은 의도적으로 같은 켈트족 혈통이며 애초에 처음부터 아일랜드에서 넘어온 스코틀랜드 사람들을 북아일랜드로 이주시켰다. 이는 스코틀랜드인들이 장로교를 믿는 것을 이용해 장로교와 가톨릭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려는 것이었다. 이 때 북아일랜드로 넘어온 장로교인들의 후손 가운데 하나가 이언 페이즐리이다.
  6. 보통 개신교 목사가 정계에 진출할때는 네덜란드의 아브라함 카이퍼처럼 목사직을 일단 내려놓고 하는것이 정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