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풍전

李春風傳

조선 시대의 고전소설. 판소리로 불리웠다는 기록은 없지만 문체나 사설에 판소리의 흔적이 남아있어서 판소리계 소설로 분류한다고 한다.[1]

본격 트롤을 일삼는 남편을 하드캐리하는 아내의 이야기

제목은 이춘풍전이지만 이춘풍은 페이크 주인공에 가깝고 제대로 활약하는 진 주인공은 이름도 안 나오는 이춘풍의 부인 김 씨이다. 현명하고 진취적인 여성상을 내세웠다는 점이 이 소설의 포인트. 다만 작중에서 이춘풍을 방탕한 길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 기생인 추월이라는 것과 결국 추월까지 벌을 받았다는 점에서 여성의 적은 여성으로 등장하는 오늘 날의 막장 드라마 플롯과 비슷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숙종 때 한양에서 부유하게 살던 이춘풍은 선대가 물려준 재산을 다 탕진하지만 그 부인이 현명해서 다시 먹고 살만한 수준이 되나 그 상황에서도 정신을 못차리고 사업을 일으키겠다며 관에서 이천 냥을 빌려[2] 평양으로 가버린다. 평양 기생 추월은 그 돈을 탐내어 유혹하고, 이에 넘어간 춘풍은 역시 이천 냥을 다 날려먹은 끝에 종 노릇을 하게 된다.

한편 한양에서 남편이 돌아올 날을 기다리던 이춘풍의 부인은 남편이 비참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듣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남장을 하고 감사의 비장이 되어 평양에 따라간다. 그녀는 감사의 노모를 지극히 모셨는데, 처음에는 어디에서 굴러먹은 무뢰배가 자기 노모를 희롱하는 줄 알고(남장한 춘풍의 부인을 보고 감쪽같다며 손뼉을 치는 노모...) 목을 베려던 감사도 그 자초지종을 알게 되자 한바탕 웃고는 평양 감사로 임명되면서 그녀를 자신의 비장으로 삼아서 데려갔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사정을 알 리가 없는 추월은 비장한테 수작을 걸다가 박살나고, 춘풍과 함께 공금횡령으로 죽도록 맞고 오천냥으로 토해내게 된다.
춘풍은 다시 한양으로 되돌아오지만 시치미 뚝 떼고 있는 부인 앞에서 또 추월이 타령을 하면서 찌질거린다(...). 결국 이 꼬락서니를 보다못한 아내가 다시 비장으로 등장한 다음에야 정신차리고 아내를 존중했으며, 그 뒤 가업을 일으켜서 오래오래 잘 살았다는 이야기. "그래, 지아비를 묶어놓고서 곤장을 때리니 속이 시원했소?" / "아내를 홀로 남겨두고 추월이 따라주는 술을 마실 때는 속이 시원하셨습니까?"라는 대화가 포인트(...).

1970년대 동양방송(TBC)에서 일일드라마로 방영하기도 했다. 이춘풍 역에는 김성원씨, 진주인공인 이춘풍의 아내 역에는 당시 TBC의 단골 여주인공 김창숙씨가 맡았다. 이춘풍의 난봉질로 가세가 점점 기울어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크기는 하지만 초가집으로, 나중에는 하인들도 다 사라지고 결국 초가삼간으로 몰락하는 게 꽤 볼만했다. 물론 원작대로 이춘풍의 아내가 원래 살던 기와집을 되사들인다. 원작에 비해 뒷부분이 조금 추가되었고 마지막에는 이춘풍이 정체를 숨기고 있는 비장이 자기 아내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걸로 나온다. 목소리 듣고 처음부터 알았지만 자기 한 짓이 있으니 그냥 하는대로 당했다고 나온다. 정확한 제목 기억하는 분 추가바람.

1999년에는 추석 특집으로 MBC에서 단막극으로 제작해 방영하기도 했다. 제목은 '내 이름은 춘풍이'. 이춘풍 역에는 조형기, 이춘풍의 부인 역에는 김여진 씨가 출연했다.
  1. 위키백과 이춘풍전 항목
  2. 여기에 더해 부인이 모아둔 오백냥도 폭력을 써서 강탈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