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원
(1944년 8월 21일 ~ 2011년 2월 17일)
한국의 만화가이다. 본명은 이동호. 경북 영천출신.
서라벌 예대 사진과 출신이다. 1960년에 데뷔하였으며, 첫 작품은 《의남매》. 이후 어린이 대상 잡지나 신문에 야구만화와 축구만화를 주로 연재하면서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이분의 가장 큰 특징은 개에 대한 만화를 자주 그렸다는 점이다. 아마도 사실적인 만화에서 개가 주인공인 만화를 그린 분은 이분이 가장 유명했을 것이다. 또한 작품도 우수하다. 《이겨라 벤》(1983~1985, 《소년중앙》 연재)이 대표적인 작품이지만, 이미 60년대부터 투견만화 《싸우는 투견》(1968)을 비롯해, 《삽살개 회오리》, 《명견 스토리》 등등 개를 다룬 작품들을 내놨다. 사실 《황야의 바아크》 같은 경우는 《달려라 바아크》라는 제목으로, 《이겨라 벤》은 《투견》이라는 제목으로 대본소용 만화로 처음 발표된 작품이었다. 이후 80년대, 《보물섬》과 《소년중앙》에 작가가 새로 그려서 연재되었다. 그 중 《이겨라 벤》은 90년대 초, 어린이 신문에도 다시 실리기도 했다.
이향원 화백의 동물만화는, 할리우드에서 유행하기도 했던 동물이 주인공이던 영화를 만화판으로 보는 느낌이라는 평도 있었다. 그림이나 만화에 관심이 깊거나 손을 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인체를 그리는 것과 동물을 그리는 것은 차이가 큰데, 적어도 국내에서는 동물 묘사, 작화에서 거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만화가였다. 동물의 감정표현도 세심한 면이 엿보인다.
작가는 생전에 개를 참 좋아했다고 하며, 아래와 같은 인터뷰를 남긴 바 있다.
“서울 올라와 만화를 그리면서 하숙집에서 포인터를 길렀어요. 집주인도 개를 좋아해서 이해를 해줬지만 사냥개 종자라 어찌나 날뛰고 말을 안 듣던지. 결국 단골 수의사에게 얘기를 해서 세퍼트와 바꾸기로 했는데, 데려가기로 한 날 녀석이 웬일로 얌전히 앉아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거예요. 지금도 그 눈을 잊을 수가 없어요.”
작가 본인의 말에 의하면, 본인이 개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작가가 만화가로 데뷔하여 활동하던 시기의 남자아이들은 순정만화엔 눈도 주지 않았고, 여자아이들은 당시엔 활극물, 요즘엔 외래어로 액션물이라고 부르는 만화엔 손도 대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개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면, 둘 다 독자로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것.
만화잡지 《보물섬》에도 시이튼의 《시이튼 동물기》를 바탕으로 한, 《늑대왕 로보》, 《쿠터네이산의 크랙 대장》, 잭 런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황야의 바아크》 등을 연재하여 호평을 받았다.
당시 스포츠 만화계의 야구만화도 손을 냈다. 《마구왕 철》, 《나는 차돌》, 《공포의 나인》 등등. 당시 야구만화가 그렇듯이, 초현실적인 마구를 던지는 캐릭터가 자주 나온다. 《마구왕 철》에서는 마그누스 효과를 이용한 매직 서어클이라는 마구가 나오는데, 이는 이후 이상무 화백의 《달려라 꼴찌》에서 독고탁이 사용하는 더스트 볼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린이용 무협 만화도 가끔 그렸다. 《무당수 취팔권》이 그 예이다. 또한 SF물이나 로봇물도 그리긴 했는데 아쉽게도 요즘 보자면 표절 논란이 있는 작품도 있다...별에서 온 우주로보트 마론같은 경우는 주인공 옷차림부터가 우주전함 야마토 승무원 옷차림이다..
화풍은 이상무 화백과 비슷한 면이 좀 있다. 그림이 깔끔하고 묘사가 세밀하지만, 좀 평면적이라는 평도 있다.
이 분의 작품에도 "독고탁"이나 "까치"와 마찬가지로, 단골로 나오는 고정 캐릭터가 있는데 "세모", "철", "꼭지" 등이다. 보드게임 부루마불의 사용 설명서에도 등장하는 캐릭터들이다.
허영만, 고유성 화백이 이분의 문하생이었다. 1980년대 만화를 우습게보던 대형출판사의 횡포에 맞서 싸워서 후배 만화가들의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2011년 2월 새벽에 뇌졸중으로 별세했다. 고유성 화백에 의하면 신작을 그리고 있었고, 병을 앓았어도 갑자기 세상을 떠날 줄은 몰랐다고…. 실제 이향원 화백은 2000년 이후에, 맹인 안내견과 장애인 유도선수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신작을 구상하기도 했고, 안내견을 교육시키는 곳에도 취재를 가기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