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튼 동물기

1 개요

어니스트 시튼이 저술한 글들. 사실 《시튼 동물기》라는 제목으로 별도의 시리즈가 나온 건 아니고, 개별적으로 나온 글들을 사람들이 이렇게 통칭해서 부른다. 《내가 아는 야생동물(Wild Animals I Have Known, 1898)》을 시작으로, 그 이후에 발표된 많은 글들을 통틀어서 《시튼 동물기》라고 부른다. 참고로 이 제목은 일본에서 지어져 우리나라로 수입된 것이기에, 서구권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제목을 모른다.

기본적으로 실화를 기초로 하나 소설적 각색이 상당히 들어가 있고, 작가가 어느 정도 상상을 섞어 전지적인 시점에서 쓴 부분도 많으니, 《파브르 곤충기》처럼 100% 관찰에 기초한 생태학 연구라고 보지는 말자. 그리고 상당수가 비극적인 결말이다.

2 작품 일람

다양한 번역본이 있는 경우에는 원제를 직역한 표기를 기본으로 한다. 번역판 제목이 원체 오락가락이다.

2.1 커럼포우의 왕 로보

《Lobo the King of Currumpaw》[1]

1890년대, 미국 뉴멕시코에서 로보라는 영악한 늙은 늑대가 이끄는 무리(겨우 5마리!)가 2년 동안 무려 2천 마리가 넘는 와 5백 마리가 넘는 염소 같은 여러 가축을 학살한다.[2][3] 로보를 잡기 위해 사람들은 정말 별의별 방법을 다 시도했으나, 전부 다 실패로 돌아갔으며, 특히 이게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열 받는(…) 방식의 대응이었다. 마치 늑대인 로보가 인간을 조롱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 : 당시 기술로는 첨단의 물건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최신형 덫을 놓고, 사람 발자국도 없애고, 덫의 쇠 냄새를 없애고자 방취제나 동물 피를 바르는 등 설치에 반나절이 걸릴 정도로 조심해서 덫을 놓아도, 로보는 걸리지 않고 죄다 코요테나 다른 늑대 무리나 다른 동물들뿐이었다. 심지어 로보는 비웃듯이 덫에 똥오줌을 갈기고 유유히 사라지거나(…) 심하게는 돌을 뿌려서 덫이 저절로 작동되게 만들어서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 각종 독극물: 로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스스로 사냥한 먹이 외에는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 심지어 어제 잡아먹고 남긴 가축도 몇몇 부위만 먹고 일절 건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독을 써봐야 로보 무리는 일절 피해가 없고, 애꿎은 코요테나 새 같은 다른 동물들이 학살당했을 뿐…
  • 다이너마이트
  • 개떼 몰이: 한 사냥꾼은 20마리가 넘는 사냥개[4]들을 이끌고 로보를 잡고자 했는데, 로보는 개들을 험한 지형으로 유인해 무리를 분열시켜 각개 격파했다.(…) 결국 고작 개 5마리만 중상을 입은 채로 살아남아, 그 사냥꾼은 분신과 같은 개들이 죽은 것에 충격을 먹고 떠났다.

이처럼 그 어느 방법도 통하지 않아 무수한 농장주들이 파산하고 떠났다. 그 충격으로 아예 주술로 로보를 저주해 죽이겠다고 주술을 시도하던 농장주까지 있었으며, 목사가 "악마여 물러가라" 하는 식의 기도를 하기까지 했다. 허나 결국엔 부질없는 짓이었다.

문제의 늑대 로보를 잡기 위해 어니스트 시튼이 투입되었는데, 단순히 죽은 양에 독극물을 넣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시튼은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암소의 콩팥 중 기름덩어리에 치즈를 섞고, 도자기 그릇에 끓인 뒤, 쇠 냄새가 나지 않게, 시튼이 동물의 뼈를 갈아서 만든 뼈칼로 미끼를 자르고 구멍을 뚫어, 캡슐로 싼 독극물을 넣은 다음, 치즈로 구멍을 막았다. 이 작업 내내 암소의 따뜻한 피로 적신 장갑을 꼈고, 입을 천으로 덮어 입김이 닿지 않게 주의를 기울였다. 이렇게 한 뒤에도 콩팥을 암소 생간과 피를 담은 자루에 같이 넣은 다음, 말에 자루를 매달고 한 시간 정도 땅에 끌고 다녔다. 오죽하면 이를 돕던 사람들은 살다 살다 이렇게까지 정성을 기울이며 준비한 건 처음 봤다며 감탄했다고.

이렇게 준비한 다음 시튼은 로보가 다니는 길에 콩팥을 놓아두었는데, 로보는 이걸 먹지 않고 마지막 콩팥을 둔 곳에 전부 모아놓고, 쓸데없는 짓 말라는 듯이 그 위에 을 싸놓았다. 미끼로 둔 콩팥이 없어진 걸 보고 잔뜩 기대했던 시튼은 중간쯤부터 뭔가 잘못됐다 싶었는데, 끝내 로보가 해놓은 짓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았다. 시튼도 그랬지만, 주변 마을 사람들이나 돕던 사람들이 받은 충격은 더했다. 이를 돕던 조수 한 사람은, “저놈은 정말 악마라고요! 대체 늑대가 이렇게까지 영악할 수 있어요?” 라며 치를 떨었을 정도.[5]

와중에 사람들이 결국 일대의 늑대와 각종 동물들을 무차별 학살하기 시작할 무렵, 시튼은 상당히 치졸한 방법으로 로보를 잡는 데 성공한다. 그 방법이란 로보의 아내인 블랑카[6]를 노리는 것이었다. 함정에 빠진 블랑카를 죽여서, 침착하고 영악했던 로보를 동요시킨 뒤, 블랑카의 시체를 미끼로 써서 덫에 걸려들게 한 것. 이때 로보는 그답지 않게 거의 광란에 빠진 것처럼 충격과 분노, 슬픔에 미쳐 날뛰었고,[7] 그라면 도저히 걸리지 않았을 덫에 허무하게 잡히고 말았다.[8]

이후 로보는 시튼이 주는 먹이도, 물도 거부하고, 1894년 1월 31일, 스스로 굶어죽었다. 이렇게 보면 로보가 덫에 걸린 것 역시 자포자기한 것일지도?[9] 시튼은 이후에 책에서 로보에 대하여, "나는 사랑하는 배우자를 먼저 죽이는 비열한 방법으로 이겼다" 면서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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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로보 사진. 당연히 덫에 잡힌 걸 찍었다.

2.2 멍청이 개 빌리

유명한 사냥꾼 밥 얀시의 집에는 사냥개가 많은데, 그중 강아지 빌리는 지독한 지랄견이다.(…) 인근 밭의 농작물을 다 망치거나, 주인의 장화 등을 넝마로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이를 야단치는 주인에게, 자신이 넝마로 만들어 파묻어놓은 다른 가죽장화를 꺼내서 보여주어 주인의 뚜껑이 열리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을 아이들은 모두 빌리를 귀여워하여 밭의 주인이 빌리를 혼내주러 쫓아가면, 빌리는 영악하게도 아이들에게 도망가고, 아이들은 서로 빌리에게 귀엽다며 실드를 쳐준다. 그러다가 빌리는 쥐를 쫓다가 기름 등불을 깨뜨려, 집에 불을 내는 대형사고를 치기에 이른다. 불에 놀라 달려 나온 가족과 얀시는 불을 끄려고 동분서주하다가, 쥐를 쫓아 짖으며 불속에서 뛰어나오는 빌리의 모습을 보고 범인을 알아채게 된다. 그리고 결국 집은 홀랑 불에 전소(全燒)되어버린다. 이에 빡친 얀시는 사냥총으로 빌리를 쏴 죽이려 하나, 얀시의 아들이 자신의 몸으로 빌리를 실드 치며 울어서 결국 죽이지 못한다.

시간이 지난 뒤, 올드 선더, 빅 벤 등의 노련한 사냥개들이 많은 얀시는 무시무시한 포스의 마이티라는 새 사냥개를 들여온다. 신참견의 유입으로 발생한 새로운 서열경쟁에서 마이티는 막강한 전투력을 발휘하여 패배한 개들 중 일부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 마이티도 터줏대감인 늙은 사냥개 올드 선더의 포스에는 대들 엄두를 못 내고 꼬리를 만다. 그 와중에 거대한 회색곰이 가축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일이 연이어 터진다. 얀시도 합류한 사냥단은 끈질긴 추격 끝에 문제의 회색곰을 발견한다. 선두에서 추격하던 얀시는 노련하게 사냥개들을 지휘하여 회색곰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이에 회색곰은 반격에 나서고 많은 사냥개들이 다친다. 사냥개들을 추스르며 사격할 기회를 노리던 얀시는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나무 등걸 사이에 다리가 끼며 총을 떨어뜨린다. 이를 본 회색곰은 얀시에게 달려들고, 주인의 위기를 본 올드 선더가 곰에게 달려들지만, 회색곰의 앞발 한 방에 날아간다.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부상을 당하고도, 올드 선더는 다시 일어서서 곰에게 덤벼들려고 하는데, 이게 웬일. 마이티가 올드 선더를 중간에서 물고 늘어지는 일이 벌어진다. 다른 사냥꾼들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놀라 당황하는 와중에, 회색곰은 얀시의 지척까지 육박한다.

이제 틀렸다 싶은 순간, 하얗고 조그만 덩어리가 회색곰의 대가리로 튀어 오르더니 마구 물어뜯기 시작한다. 빌리였다. 회색곰은 불에 데인 듯 펄펄 뛰다가 빌리를 앞발로 잡아 힘껏 땅에 패대기친다. 하지만 그 틈에 얀시는 발을 빼내고 총을 회수하여 회색곰에게 사격을 퍼붓는다. 주춤한 곰에게 다른 사냥꾼들까지 가세하여 집중사격을 가하여 곰을 죽인다. 그러자 올드 선더를 반 죽여 놓은 마이티가 회색곰의 사체 위에 올라가서 으스대는 듯 짖어댄다. 어이를 상실한 얀시와 사냥꾼들은 마이티를 쏴 죽여 버리고, 얀시는 중상을 입고 낑낑대는 빌리를 안고 고마워한다. 올드 선더는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은퇴하게 되고, 이후 완쾌된 빌리는 사냥개들의 우두머리가 된다.

2.3 어느 엄마 여우의 마지막 선택

닭 등의 가축을 훔쳐 먹으면서, 마치 로보처럼 영리한 머리로 독이 든 먹이나 덫은 모조리 피하고, 쫓아오는 사냥개는 시냇물이나 계곡 등을 이용해 따돌리는 등, 인간을 농락하던 수컷 여우가 계속된 승리에 방심하다가 결국 총에 맞아 죽고, 이제 혼자 남은 어미여우가 새끼들을 먹이기 위해 닭 등을 계속 훔쳐간다. 화가 난 사람들은 대규모의 조직적 수색 끝에 여우 굴을 발견한다. 사냥개들이 뛰어들어 새끼여우들은 모조리 물려죽고, 한 마리만 살아남은 새끼여우는 마당에서 쇠사슬로 목이 묶인다.

이제 이 새끼여우를 구해내기 위한 어미의 사투가 시작된다. 쇠사슬 중간 부분을 땅에 묻거나,[10] 매일 이빨에 피가 나도록 쇠사슬을 갉기도 한다. 그 와중에도 새끼에게 젖을 먹이거나 먹이를 잡아서 준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가고, 어미여우가 갉은 쇠사슬 부위가 반짝거리며 윤이 날 정도가 되었지만 사슬은 끊어질 리가 없었고….

어느 날, 어미여우는 늘 그랬듯이 덫과 감시를 피해 몰래 숨어들지만, 새끼여우의 앞에 먹이 하나를 툭 내려놓고, 젖을 주지도 품어주지도 않고 쓸쓸히 가버린다. 그리고 그것을 먹은 새끼여우는 괴로워하다가 죽는다. 어미여우는 도저히 새끼를 구해낼 수 없으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는 맹수사냥용으로 사람들이 뿌려둔 독이 든 먹이를 새끼여우에게 준 것이다.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다. 그 이후로 어미여우 빅스는 다시는 그곳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11]

2.4 기타 에피소드

  • 토끼의 영웅 리틀워호스
놀라운 뜀뛰기 실력의 산토끼 이야기. 인간에게 잡히자 사냥개에게 쫓기는 경기를 수없이 치르면서 날마다 목숨을 걸고 달리지만, 기어이 피난처로 도망치는 데에 성공한다.
까마귀 무리의 현명한 지도자인 실버스팟 이야기. 어린 까마귀들에게 집단생활의 규칙과 먹이를 찾는 방법, 위험을 피하는 방법 등을 가르친다. 눈가에 흰 털이 난 점이 있어서 실버스팟[12]이며, 90년대 한 번역판에는 이 까마귀 이름을 '은빛 별' 이라는 이름으로 오역하기도 했다.[13] 그러나 어느 겨울 비참하게도 부엉이의 밥이 되어버리고 만다.
시튼이 어릴 때 길렀던 개 이야기. 빙고는 야성이 강해서, 강아지 시절이 지나자 주인 말은 안 듣고, 사람들에게도 적개심을 보이며 밤에 마음껏 돌아다니며 늑대처럼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시튼이 사냥 중 자기가 장치한 덫에 실수로 걸려 꼼짝없이 죽을 뻔 했을 때, 홀연히 나타나 구하러 왔다. 이후 어느 정도 철이 든 듯했지만, 어느 날 사냥 도중 독이 든 미끼를 잘못 먹는 바람에, 시튼의 집까지 간신히 돌아오긴 했지만, 곧 숨을 거둔다.
  • 《고독한 회색 왑의 일생》
어렸을 때 어미와 형제들을 잃고 험한 세상에 버려진 회색곰이 혼자 힘으로 살아남는다. 짝을 만나거나 가족을 이루지도 못하고 쓸쓸히 살아가던 왑은 유황 가스가 나오는 골짜기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 《용맹한 스냅》
스냅은 시튼이 어렸을 때 기른 개의 이름. 용감무쌍하고 듬직한 면이 있고, 성미가 사나워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까다롭게 굴지만, 일단 친구가 되면 아주 사랑스럽고 듬직한 개다. 부상을 무릅쓰고 늑대 사냥에 앞장섰다가 죽음을 맞는다.
  • 비둘기 아노스의 마지막 귀향》
전설적인 전서구 아노스 이야기. 전서구는 지금처럼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눈부신 활약을 했다.
  • 《소년을 사랑한 늑대》
야생동물과 인간의 깊은 우정을 보여 주는 늑대 이야기. 사냥꾼 때문에 어미와 형제들을 잃은 늑대는 지미라는 소년에게 유일하게 마음을 연다. 늑대는 열병을 앓는 지미의 침대 맡을 지켰고, 지미가 죽던 날에는 처절한 울음소리를 내며 지미를 떠나보낸다. 그리고 절망에 빠진 나머지 미친 듯이 가축 등을 물어 죽이다가 인간들에게 사살 당한다.
  • 《하얀 순록의 전설》
시튼이 1900년 여름에 노르웨이의 우트로반에서 쓴 이야기이다. 시튼의 동물 이야기 가운데 가장 많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환상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다.
  • 《소년과 봅캣》[14]
시튼이 16살 때 몸이 아파서 시골에 쉬러 갔다가 겪은 이야기를 각색한 것. 봅캣과 맞부딪친 소년 토번이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다.
자신을 사로잡으려고 끈질기게 따라붙는 사람들을 피해, 엄청난 힘의 흑마 페이서가 도망치는 이야기. 그러나 인간의 꾀를 당해내지는 못하고 붙잡힐 위기에 처하자, 페이서는 스스로 벼랑으로 뛰어내려 목숨을 끊는다.
  • 《위대한 늑대 빌리의 승리》
시튼의 이야기들 중에서는 드물게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 늑대 이야기. 젖먹이 때 어미를 잃고 어미가 아닌 다른 암늑대 밑[15]에서 자란 빌리는 씩씩하고 지혜로운 늑대로 성장한다. 그러다가 늑대 사냥꾼에게 쫓겨 어미인 암늑대를 잃고[16] 이후 빌리는 예전에 살던 곳으로 돌아오고, 양어미인 암늑대를 죽인 그 사냥꾼을 만나 죽음의 문턱까지 몰리지만, 사냥꾼이 키운 사냥개들을 한 마리씩 차례로 해치우고, 유유히 자신의 산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사냥꾼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며 물러선다.
  • 《솜꼬리 토끼 래길럭의 모험》
작고 힘없는 토끼가 어떤 지혜와 수법으로 적을 따돌리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야기. 엎드리기나 지그재그 뛰기, 들장미 덤불과 흐르는 물을 이용하기 등의 전법이 나온다.
  • 《충직한 양치기 울리》
사람들의 귀여움을 받으며 자란 영리한 개 울리는, 어느 날 주인을 따라 양떼를 몰고 갔다가 어리석은 주인에게 버림받고,[17] 그 자리에서 그대로 하치코化하여 2년 동안 주인을 기다린다. 그러다가 다른 집에 들어가 다시 양을 지키게 되지만, 세상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낮에는 충직한 양치기 개로, 밤에는 피에 굶주린 듯 마을의 양을 닥치는 대로 죽이는 이중생활을 한다. 결국 발각되어 죽임당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새 주인의 양은 건들지 않았다고.
길고양이가 여러 주인을 거치며 다양한 삶을 누리는 이야기. 빈민가에서 어렵게 살던 길고양이가 귀족 고양이로 탈바꿈한다. 바구니 속엔 갇힌 채 머나먼 곳으로 옮겨졌지만, 귀족 같은 생활도 마다하고 빈민가의 집으로 다시 돌아오고 만다.
  • 《목도리들 레드러프의 비극》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붉은 목깃털의 목도리들꿩, 레드러프 이야기. 온갖 시련을 이기고 어른이 되어 가족을 이룬 목도리들꿩에게, 인간은 하찮은 이기심으로 가차 없이 총을 들이댄다.
사냥을 좋아하는 얀이라는 청년이 사슴 무리를 이끄는 멋진 수사슴에게 꽂히게 되어, 몇 년 동안 사냥철만 되면 수사슴을 쫒아 사냥 여행을 떠나는데, 그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결국 수사슴과 일대일로 마주친 상황에서, 얀은 수사슴에게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되어 그냥 보내주고 돌아온다.
  • 《늑대왕 쿠르토》
1430년 경[18], 프랑스를 유린했던 식인 늑대 쿠르토의 이야기. 늑대 무리의 우두머리 쿠르토는 처음에는 가축을 공격하다 식인에 맛을 들이게 되었고, 그의 지휘 아래 식인 늑대들은 마을을, 때로는 수도원을 습격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파리에도 쿠르토와 그의 무리들이 출몰하게 되자, 수비대장 부아셀리에가 쿠르토를 막기 위해 나선다. 추운 겨울, 노트르담 대성당 앞마당에 내장을 깔아놓고 늑대를 유인한 부아셀리에와 기사들은 쿠르토의 늑대 무리를 일망타진하는 데 성공한다. 부아셀리에는 홀로 남은 쿠르토와 1대1 승부를 벌여, 그는 쿠르토의 심장에 창을 꽂고, 쿠르토는 부아셀리에의 목을 물어뜯어 둘 모두 죽게 된다.

3 미디어믹스

1988년,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1992년 KBS-1에서 방영한 바 있다. 내레이터인 시튼 역 성우는 나카타 코지, 故 엄주환. 내친구들에서도 만화로 연재되었다. 고(故) 이향원이 만화로도 연재하여 월간 《보물섬》 1983년 1월부터 3월호까지 《쿠터네이산의 크랙 대장》을 연재한 바 있고, 《늑대왕 로보》를 창간호부터 연재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향원 화백은 잭 런던 원작의 《황야의 바아크》도 같은 잡지에 연재한 바 있다.[19]

다니구치 지로도 늑대왕 로보나 위에 몇 편을 만화로 그려 국내에서도 정발됐다.

이에 영감을 얻어 우라사와 나오키는 자신의 만화 《마스터 키튼》을 어레인지한 《키튼 동물기》를 펴낸 적이 있다.(…) 한국에는 정식 출판되진 않았다.

최강전설 쿠로사와》에서 쿠로사와가 여관에서 우연히 《시튼 동물기》를 읽고, "도망쳐서 살아남는 토끼도 있잖아. 도망치는 게 현명한 거야." 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하지만 돌아오던 기찻길에서 《시튼 동물기》는 동물의 이야기라는 것에 생각이 미쳐, "나는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야." 라며 "싸워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1. 《늑대왕 로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들도 많으나 엄밀히 말하면 오역. 하지만 보통 《늑대왕 로보》라 번역한 책들의 대다수가 아동용 도서라는 걸 생각하면, 독자층의 연령을 고려해서 늑대왕으로 의역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리왕 로보》라는 번역본도 있다.
  2. 책의 내용에 따르자면, 먹지 않고 재미로 죽인 가축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이에 대해 늑대를 잡는 인간에게 정당성을 더하기 위해 일부러 과장했을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지만, 포식동물이 가축을 재미로 죽이는 경우는 의외로 많으니, 무조건 과장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는 부분이다. 족제비가 닭장의 닭들을 먹지도 않으면서 물어 죽이는 것을 생각해 보자.
  3. 단 사람에게는 절대로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리 수적으로 우위에 있어도,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나타나면 무리를 이끌고 금방 물러갔다. 이유인즉 이 주변 목장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다 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나?역시 템빨이 최고다
  4. 당연하지만 늑대랑 1:1로 싸워서 밀리지 않는 용맹한 개들이다.
  5. 오죽하면 로보의 목에는 악마라는 증거인 금빛 털이 있다는 소문도 퍼졌었다. 고(故) 이향원 화백이 《보물섬》에 연재한 《늑대왕 로보》에서는, 그놈은 악마라고 사람들이 교회에 가서 애원할 지경으로 묘사됐다.
  6. 하얗다는 뜻으로, 털색이 하얘서 붙은 이름. 비앙카라고도 번역된다. 로보와 비교하면 멍청한 편이라 빈틈이 많았고, 서열이 중시되는 늑대 무리에서도 남편을 믿고 서열을 종종 무시하곤 했다. 만약 다른 졸개가 블랑카처럼 굴었다면 로보에게 작살이 났겠지만, 블랑카는 다소 멋대로 굴어도 로보가 용인했다고 한다. 애처가? 아님 공처가?
  7. 블랑카를 잡아서 그 시체를 가지고 갈 때 그 주변에서 로보의 것으로 추정되는 구슬픈 늑대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강인한 성격에다가 로보라면 치를 떠는 목장주나 카우보이들도 그 소리를 듣고는 마음이 약해졌을 정도. 이후 로보는 슬픔에 미쳐서 방황하다가 우연히 목장 주변을 지나가게 되었고, 거기에 있던 파수견 한 마리를 완전히 갈기갈기 찢어놨다…. 개를 죽인 건 그렇다 치더라도, 혼자 그렇게 멀리까지 나왔다는 걸 보고, 시튼은 로보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걸 간파한다.
  8. 사실 로보는 2번 덫에 걸렸는데 한 번은 엄청난 힘을 발휘하여 겨우겨우 빠져나갔으나, 2번째에는 꼼짝없이 걸리고 말았다. 사족으로 덫을 논 근방에서 소떼들이 시끄럽게 굴었다는 시튼과 카우보이들의 대화와, 잡힌 로보 주변에 엄청난 수의 소발자국들이 찍힌 걸 보면, 덫에 걸린 철천지원수로보를 구경조롱하러 소들이 몰려들기도 한 모양이다.
  9. 이 사례는 "늑대 같은 남자" 라는 말이 얼마나 칭찬(!)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훌륭한 근거가 된다. 늑대는 종종 "바람을 피우고 여자 울리는 나쁜 남자"처럼 묘사되지만, 실상은 결코 그렇지 않은 동물인 것. 오히려 알고 보면 정말 절개가 대쪽 같은 단혼제 사회를 유지하는 동물이다. 고(故) 이향원 화백은 당시 《늑대왕 로보》의 《보물섬》 연재에서, 배우자를 잃은 늑대와 비둘기 등은 상심해서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는 해설을 덧붙여, 탁월한 식견을 보여준 바 있다.
  10. 이러면 쇠사슬이 끊어진 것처럼 보인다. 여우 입장에선 끊어져 보이면 실제로 끊어지는 거라고 생각한 듯. 나름 기발하다.
  11. 1970~80년대 클로버 문고 단행본들 중 이 여우 이야기와, 위의 지랄견 빌리의 이야기가 만화화된 것이 들어가 있는 것이 있었다. 단행본의 제목은 《동물회의》였던 듯. 오스카와 시쇼카 이야기도 여기 수록.
  12. 단순히 “은빛 점”이라는 의미
  13. 실버스팟을 실버스라고 번역한 책도 있었는데, 일본어를 이중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역으로 보이나 자세한 것은 불명. 은빛 별이라는 번역은 실버스타를 다시 번역한 것으로 추정된다.
  14. 스라소니와 근연(近緣)의 동물로 북미에서 서식한다. 국내판에서 살쾡이로 오역되었다.
  15. 빌리를 받아들인 뒤 자기 새끼들이 모조리 죽는 바람에 유일한 아들로 키우게 된다.
  16. 양엄마인 암늑대는 지혜로워서 덫을 피해 다녔으나, 공교롭게도 덫에 걸린 채로 살아있는 매를 사냥하려다가 (여태껏 덫에 설치된 동물은 죄다 죽은 사체라서 깜빡 속았다) 덫에 걸려버린다. 사냥꾼이 총을 들고 다가오자, 암늑대는 울부짖는 빌리를 물어뜯기까지 하며 어서 너라도 달아나라고 으르렁거린다. 빌리는 슬퍼하면서 달아났고, 이렇게 빌리를 키워준 암늑대는 죽는다. 암늑대를 사살하는 총소리와 함께 멀리서 슬퍼하는 빌리의 울음소리가 구슬프게 울렸다는 묘사가 나온다.
  17. 주인이 양 한 마리가 모자란다며 찾을 때까지 돌아올 생각 말라고 쫓아낸다. 하지만 그 양 한 마리는 몸집이 작아서 안 보였을 뿐 무리 속에 있었다. 나중에 주인이 그것을 알게 되자, 괜히 다른 집 양이라도 훔쳐오면 골치 아파진다고 생각해 울리를 버리고 가 버린다.
  18. 공교롭게도 딱 잔 다르크가 활동하던 시기와 겹친다. 파리는 그 당시에는 영국령이었고, 파리 시민들은 잔 다르크에 적대적이어서, 그녀의 파리 입성을 거부하고 전투까지 벌여 그녀가 부상을 입고 후퇴하기까지 했다. 물론 늑대 쿠르토를 잔 다르크로 직접 빗대거나 한 것은 아니겠지만, 뭔가 묘한 부분이 적지 않다. 뒷부분에 언급되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잔 다르크가 죽은 후인 1456년, 마녀, 이단자라는 누명을 벗은 명예회복 재판이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다.
  19. 여담으로 바아크는 일본의 어느 애니메이션에서는 셰퍼드 비슷한 외모로 묘사했고, 이향원 화백의 작품에서는 세인트 버나드에 가깝게 묘사했다. 원작에서는 셰퍼드와 세인트 버나드의 혼혈종이라고 되어 있었으니, 어느 쪽도 틀린 건 아닐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