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두세

인두세(人頭稅, poll tax)란 사람 머릿수에 맞추어 내는 세금을 말한다. 복잡한 조사가 필요없이 인간의 존재 자체만으로 징세의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가장 원시적인 조세수입의 원천이기도 했다.

그러나 인두세는 거두는 입장에서는 가장 손쉽게 거둘 수 있는 세금이지만, 납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되어 매우 형평성에 어긋나는 불합리한 세금이기도 하다. 당장 재벌 회장과 월 200만원을 버는 일반 서민이 똑같이 매달 5만원을 낸다고 생각해 보자. 재벌 회장에게 5만원은 돈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만, 월 200만원을 버는 서민에게 5만원은 월급의 2.5%이다. 현대적인 세제는 기본적으로 부자에게 더 많이 걷고 가난한 자에게는 적게 걷는 누진세제를 원칙으로 하는데, 인두세는 이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불합리한 세제인 것이다.

이러다보니 역사적으로 볼 때도 인두세는 많은 조세저항을 불러온 세제이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14세기 말 백년전쟁의 전비 조달을 위해 인두세를 부과하였다가 와트 타일러의 난이라는 크리티컬을 맞기도 했고, 무굴 제국에서는 악바르 대제가 악으로 깡으로키워 놓은 제국을 아우랑제브 황제가 전비 조달을 위해 비 이슬람 교도들에게 부과하던 인두세를 부활시킴으로써 엄청난 반란의 연쇄작용으로 제국을 말아먹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 식민 지배에도 인두세는 매우 유용하게 이용되었는데, 이 때문에 마하트마 간디의 불복종 운동의 요구사항에는 인두세 폐지가 들어가기도 했다. 또 류큐를 정복한 사쓰마 번류큐 왕국에 엄청난 양의 공물을 강요하였는데, 이 때문에 류큐 조정은 오키나와 본도를 제외한 부속 도서의 주민들에게 인두세를 가혹하게 매겼고, 이 때문에 이런 섬의 주민들은 낙태로 인구를 조절한다거나, 심한 경우 살아 있는 사람을 여러 구실을 붙여 죽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과거가 있기 때문에 류큐 독립 운동은 상당히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 오키나와 본섬이 아닌 다른 섬들에 사는 주민들이 일본은 싫어하지만 오키나와 본도에 대해서는 또 다시 악감정을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대에 와서도 이는 변함이 없었는데, 마거릿 대처가 인두세를 도입했다가 엄청난 반발을 불러와 결국 대처 퇴진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인두세는 근현대에 들어와서는 비합리적이고 불공평한 조세제도로 인식되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폐지되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인두세가 아직도 남아 있는데, 그것이 바로 주민세이다. 이 세제는 1961년 세제개혁 때 일시적으로 폐지되었다가 1973년에 다시 도입되었는데, 이는 세대주와 법인에 매겨지는 것으로서 인두세적인 성격이 매우 강하다. 소득에 따라 매기는터라 심한 조세저항은 없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견이 많으며, 특히 박근혜 정부가 복지예산 벌충을 위해 담배값 인상과 함께 자동차세 인상, 주민세 인상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역시 인당 4000엔씩의 인두세를 징세하고 있다.[1] 선진국 중에서는 드문 사례이다.
  1. 극빈자는 제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