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말하자면 음악을 듣는 사람들끼리(주로 락, 메탈을 듣는[1] 리스너) "이 밴드는/이 곡은 장르가 뭐다." "아니다, 이거다." 등으로 나뉘어 배틀이 붙는 것.
원래 모든 음악이 그렇듯이 장르의 딱지는 처음부터 생긴 것이 아니고, 거진 십여 년에 걸쳐서(일반적인 경우) 어떤 특정한 경향성/지역성/공동체성을 띠는 음악 흐름이 고유 특징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귀납적으로 정의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어떤 특정한 장르가 있어도 거기 속한 모든 음악인들이 완전 동일한 음악을 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한 음악인도 이리저리 음악성이 변화하다 보면 동일 음악인에 대하여 여러 장르의 특성이 겹쳐지기도 하고, 분별성의 필요로 인해 장르의 이름 자체가 바뀌기도 하고, 있던 장르 구분이 존재의의를 상실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기에 장르의 체계화가 중요한 만큼, 장르 딱지 자체의 한계도 정확히 인식해야 하는 것.
그런데 한국에서는 주류 발라드나 댄스 뮤직을 제외한 나머지 음악 장르 전반이 메인스트림에 어울릴 기회를 박탈당하면서, 비주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자부심과 열등감이 묘하게 겹쳐지며 다른 나라들보다도 유독 전투적으로 장르논쟁에 임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마이너 중 더 마이너인 메탈 리스너들 사이에서는 이루 말할 바가 없다. 이런 탓에 사소한 말다툼을 넘어서 인신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인 입씨름까지도 많이 일어나게 된다. 심지어 초보 리스너들이 락 좀 들어보려고 몇 곡 듣고 블로그 같은 곳에 가볍게 관련 글을 썼다가, 고수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온갖 욕만 먹고 상처를 받아 락에 대한 접촉을 꺼리게 되는 불운한 경우가 많다. 개중 심한 경우에는 당사자가 블로그의 해당 대목을 고쳤음에도 불구하고, 엄한 카페까지 따라와서 "너 이 장르가 이거라고 했던 무식한 놈이지?"라는 식으로 물고 늘어지는 찌질함을 보이는 악질도 있다고.
그렇기에 결과적으로는 정말 소모적이고 상처만 받는 논쟁이다. 서로의 의사소통을 원활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에 락의 대중화를 막는 가장 큰 방해 요소 중 하나. 이 때문에 락을 어려운 음악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락과 메탈을 조금 듣고 싶다"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위와 같은 사람들의 행동에 겁 먹지 말고 그저 많이 듣도록 하자. 락과 메탈은 절대로 어려운 장르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원초적이고 단순한 현대 대중음악이기도 하다. 대중성과 작품성은 무조건 반비례에 놓인 관계가 아니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장르 딱지는 다 사람들이 음악 들으면서 살다가 하나씩 붙어나간 것이다. 음악 장르 자체가 무슨 대단한 위상으로서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다. 편하게 마음을 가지자.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음악 장르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장르 딱지는 딱지일 뿐이지만 결국은 다 필요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고, 그 딱지가 그렇게 이름 붙여진 이유와 배경과 역사가 있다. 장르 논쟁에서 열폭하는 사람들이 열폭하는 데는 그런 장르 딱지에 대해 사전 지식 없는 무분별한 오용이 자기들이 애정을 쏟는 음악에 대한 모욕처럼 느껴지게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그 장르의 팬에게 그 장르 특성에 대해서 내 알 바 아니다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건 그야말로 어그로 끄는 행위나 다름 없으니 주의. 좌파우파 논쟁이 무의미하다면서 김구더러 좌파라고 하면 바보 취급 받는 것처럼 장르논쟁이 무의미하다면서 장르 얘기를 틀리게 하면 바보 취급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어렵게 생각하지 마라. 한국의 유명 메탈/하드코어 밴드 바세린도 처음에는 하드코어가 림프 비즈킷 류의 뉴메탈을 말하는 것인 줄 알고 그런 류의 음악을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누구나 다 틀릴 수 있는 것이다. 편하게 마음을 가지자.
여하간 이 항목의 요점은 이거다. 그냥 편한 마음으로 듣고 싶은 거 마음껏 듣자 음악은 즐거우려고 듣는 것이지 괴로우려고 듣는 것이 아니다. ...일단은 그렇다.
사실 장르 논쟁 자체가 서로 한 발짝씩만 물러서서 본다면 험한 말 나올 일이 없다. 무엇이든 안 그런 일이 있겠냐만...
- ↑ 이상할 정도로 락과 메탈 층에서 유달리 이 경향이 강하다. 메탈을 듣는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 취향에 대해 자부심이 유달리 크기 때문인지도 모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