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영지연

초장왕의 고사. 절영지회라고도 한다.

춘추시대때 초나라의 장왕이 무슨 전쟁에서 이겨가지고 문무백관을 모아 성대한 연회를 했다. 한창 즐기고 있는데 바람이 불어서 등불이 다 꺼졌다.

그래도 다들 꽤 취해서 그러려니하고 놀고있는데 왕의 애첩이 비명을 지르더니 장왕에게 가서 '누군가가 어둠을 틈타 저의 가슴을 만지고 희롱했습니다. 제가 그 남자의 갓끈을 뜯어 표시를 해두었으니 등불을 켜고 갓끈이 없는자를 잡아주세요'

그러자 장왕은 등불을 켜기는 커녕 다들 격식차리지 말고 편하게 즐기자며 모두 갓끈을 풀게한뒤에 등불을 켰다. 결국 범인은 찾아내지 못한채 연회가 끝났다.

몇년뒤에 진나라와 초나라가 전쟁을 했는데 초나라가 져서 장왕도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한 장수가 목숨을 걸고 피투성이가 된 채로 장왕을 구했다.

그때 장왕이 묻기를 '내가 그대에게 특별히 잘해준 일이 없는데 어찌하여 죽음을 재촉하며 싸웠는가?' 하자 그 장수가 3년전 폐하의 애첩을 희롱했던 남자는 자기였다며 그때 장왕의 은덕이 아니었다면 이미 죽은 목숨이었기에 이후로는 목숨을 바쳐 은혜에 보답하려 했다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동주열국지에서는 초장왕의 애첩을 희롱한 장수의 이름이 당교(唐狡)라고 나오는데, 장수 자체는 실존하는 인물이지만 이 일화의 실제 장수는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근데 어떤 개그 프로에서는 전쟁이 끝나고 저렇게 왕을 위해 죽은 장수가 수십명이 나와서 왕이 애첩을 째려보고 애첩이 급 외면하는 개그를 치기도 했다.

삼국지연의에선 동탁초선때문에 여포와 사이가 틀어지자 이를 걱정한 이유가 위 고사를 예로 들며 초선을 여포에게 주라고 건의하는 장면이 있다. 뭐... 초선이 계략을 써서 결국 성사되지 못하고 동탁은 최후를 맞지만...

이렇게 미담으로 전해지는 고사이지만 21세기에 들어서는 여성을 성추행한 부하를 용서한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는데, 사실 여전히 미담으로 언급이 되는 일이 적지 않다. 만약 여성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들으면 불쾌하게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한문 시간에 여학생들이 수업 듣는데 이 고사가 나오면 난감해진다.
그래서인지 딴지일보 게시판에선 이 고사를 비판하는 글이 실리기도 했다. 물론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엄밀히 말하면 그 때랑 별로 다를 것이 없는 현 세태를 비판하는 글에 더 가깝다.
물론 옛날부터 전해지는 이야기 중에 요즘의 기준으로 치면 비판 받을 이야기들이 한둘이 아니고, 여성의 인권은 빨라야 19세기, 20세기 무렵에 들어서야 인정되었고, 그보다 더 옛날인, 남성조차도 신분이 낮은 사람은 거의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던 춘추시대에 여성에 대한 인권의식이 있었을 리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