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2권으로 이루어진 김진명의 소설.
전형적인 김진명식 소설로 정줄을 놓고 본다면 충분한 카타르시스를 약속한다. 반대로 생각하면서 보면 밑도 끝도 없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줄거리는 미국 대통령이 단 한 방에 동북아 평화와 자신의 재선을 약속할 만한 아이디어를 생각했는데, 방산업체의 반발과 압박으로 계획을 수정한다. 그 계획이란 게 한국 대통령을 암살하고 2차 한국 전쟁을 일으키는 것.
이에 사건에 말려든 주인공 일행은 이 사실을 도청하는데 성공, 뉴욕 타임스에 이 정보를 넘기고 미국 정부에 체포된다. 결국 미국 정부는 계획을 취소하는 한편 이 이상의 스캔들은 감당할 수 없다는 식으로 사건을 묻어버린다. 이후 주인공들의 신변 처리는 불명.
그런데 이 끝내주는 아이디어가 뭔고 하니, 북한군을 이라크에 파병하는 것.
미국이 북한에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하고 병력이 부족한 이라크에 인민군을 파병하는 식으로 평화 협상과 지지부진한 이라크 전쟁 등을 해결할 방법을 떠올리고, 방산 업체들은 평화보다 전쟁(=시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미국의 자작극으로 한국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이야기이다.
미국이 한국의 뒤통수를 맛깔나게 후려갈긴다는 건 둘째 치고, 아침 뉴스만 제대로 챙겨 봐도 미국에 대항하여 정권을 옹위하자는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자존심으로 버티는 북한이 잘도 미국의 전쟁에서 용병짓을 하는 파격 행위는 불가능한 게 상식이다.
무엇보다 그런 식으로 인민군이란 대규모 집단이 해외 파병 되어 외부에서 보고 듣고 온게 북한 사회에 퍼지면…. 한국 드라마 봤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북한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체제 붕괴가 온다.
억지로 짜맞추자면 경제 지원과 화해 무드로 체재 보장 및 경제 재건->수령님의 령도력으로 포장해 유야무야가 그나마 해결책이라면 해결책. 실지로 나폴레옹 전쟁 당시 서유럽에 갔던 러시아 장교단은 그 영향으로 차르에 대한 개혁 요구와 무장 봉기를 일으켰고 양차대전 당시 유럽에 갔었던 흑인 장병들의 영향으로 전후 흑인 폭동이 미국에 일어났었고 흑인들의 의식이 발전했다.
이걸 막자면 이라크에서 북한군이 작전한다고 할 때, 미군과의 접촉은 소수 장교 외에는 일체 없어야 한다. 문제는 가뜩이나 복잡한 현대전에서 동맹군끼리 소수 장교외 접촉만 하는 것으로는 협동작전은 꿈도 못 꾼다.(괜히 NATO나 한미연합훈련 미일연합훈련등의 연합훈련이 지속적으로 강화 혹은 정기적으로 하는 이유가 아니다.) 또한 인민군이 이라크에 전개되고 전투를 하려면 미국의 수송 전력과 물자 지원이 필수이다. 하다못해 전투 식량이라도 미군 걸 먹어보게 될 텐데, 결국 미군과 접촉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더 나아가 이런 식으로 급속도로 미국과 북한이 가까워지면 중국과 러시아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동북아 평화 무드 조성하려다가 제3차 세계대전 일어날 기세.
게다가 아프간과 이라크 침공으로 국제사회에서 적잖은 비난을 받은 미국이 세계에서 제일 폭압적인 정권 중 하나인 북한을 정권 교체나 개혁, 개방도 없이 파트너로 전쟁으로 끌어들인다면… 지적하자면 무리수가 밑도 끝도 없는 소설.
이런 비상식적인 내용으로 가득한 소설이지만, 출간 당시에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설이라 북한과는 화해 무드였고, 반대로 조지 부시 정권에 의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공 등과 한국의 세대 교체에 따른 반미 감정이 급속도로 확산되던 때였다. 동시에 아프간, 이라크 전쟁 등에 대해 석유 재벌, 방산 업체 등이 자원과 시장 확보를 위해 침략 전쟁을 사주한다는 식의 분위기도 한 몫 했다.
즉,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 자위물로 보기엔 충분한 상품성을 가진 소설이다. 아 장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