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일본어 少しは, ちょっとだけは의 대표적인 번역체 문장.

일어를 모르는 사람을 위해 부가설명 하자면, 물질이 아닌 추상적인 쪽에 붙는 조금은을 얘기한다. 잘 모르겠다면 '조금은'을 '조금 정도는'으로 바꾸었을 때 부자연스럽다면 번역체이다.

감정 표현에 인색한 일본인들은 감정상태를 화답할 때에도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일부러 그 정도를 폄하시켜 표현하는데, 이때 아주 단골로 쓰이는 표현이 이것이다.[1] 물론 한국의 일상 회화에서는 소심하다는 뉘앙스 탓에 감정표현에 대해 쓰이지 않는다.

일본 만화일드, 재패니메이션,일본 소설(특히 에쿠니 가오리)을 보면 자주 나오는 표현이며, 그렇다고 번역시 뺄 수도 없기 때문에 접하는 빈도가 매우 높다. 맞장구를 칠 때는 관용어구처럼 뒤에 ~일지도(~かも)를 동반하는 경우가 매우 많으니 참고하자.[2] 이것 역시 책임 소재에 대해 민감한 일본인이 자주 쓰는 우회적 표현이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비문이 되기 쉽다. 아래 예문을 참고하자.

  • 조금은 기쁠지도…. (= 쑥스러운 감격)
  • 조금은 감사하라고! (= 소심한 호통)
  • 어디 조금은 각오가 나아졌나? (= 소박한 으름장)

위의 조금은 감사하라고! 같은 문장의 경우, 츤데레 끼를 표현하는데 자주 쓰이는데 분석하면 '나에게 다소나마 감사하는 마음을 나타냈으면 좋겠다' 가 된다. 즉 '내게 감사해라' 라는 것을 좀 돌려서 표현한 것인데, 전자의 경우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 후자의 경우는 너무 직접적인 표현이 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

이렇듯 한국에서는 여러모로 오해받기 쉬운 표현. 일본식의 우회적인 감정 표현 용법으로 쓰면 남에게 소심하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물론 랄까보다는 덜 오덕스럽고 쓰이는 용례도 드물게 있지만 이 경우에도 '조금'이라는 표현은 쓰이나 '조금은' 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시나 노래 제목처럼 서정성을 부각시키고자 쓰는 경우 외에는 쓰임이 한정적이다.

다만 이것을 가지고 일본의 국민성이 소심하다거나 가식이라고 말하는 것은 삼가도록 하자. 엄연히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것이며 그걸 무턱대고 국민성에 연관시키는 것도 관점에 따라서는 남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또한 랄까와 달리 이건 일본식으로 쓰기에도 너무 수줍은 용법이라 진성 오덕들도 잘 따라하지 않는다(…). 굳이 쓰고 싶다면 '조금쯤은' 정도로 해 두자. '좀'으로 해도 의미는 통하지만, 이 때는 일본어에서 쓰이던 뜻보다는 훨씬 적극적인 의미로 게 된다(e.g. 좀 고마워해라, 좀!).

한국동남 방언 중에 비슷한 용법으로 '쪼매', 서남 방언 중에는 '쪼까'가 있다.[3]. 쪼까 거시기 허네.

  1. 이런 점에서 우리 말의 '약소하지만', '다소나마' 등의 표현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2. 추측성 표현인데 용법이 평서문이다. 참고로 저것도 줄임말로, 원래는 ~かも知れない(~일지도 모른다) 이다.
  3. 다만 쪼까의 경우는 반어법으로도 많이 쓰인다. '쪼까'를 '제법', '상당히'로 치환해도 별 무리가 없는 문장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