曹瞞傳
삼국지 시대 오나라의 신원미상의 인물이 쓴 조조의 전기.
위나라의 군주에 관하여 적국인 오나라에서 쓴 전기라는 특이한 위치에 있는 책이어서 굳이 조조빠가 아니어도 조조의 안 좋은 모습들을 모아서 조조를 까기 위한 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되는 듯 하다. "조만전의 조만(曹瞞)은 조조의 성인 조와 속인다는 뜻인 만을 결합해서, 간악한 조조라는 의미로 쓴 것이며. 조조의 간악한 모습을 알려서 정치적 선전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써진 책일 것이다. 그러므로 적국인 위나라의 시조인 조조를 폄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적이기 때문에, 사료로서의 신빙성에는 의문이 있다" 라면서 조만전을 믿을 수 없는 사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선 서적명은 조조의 아명이 瞞 이었기에 조조의 어릴 적 이름은 조만이었으며 그 이름을 그대로 써서 책 이름을 조만전 으로 지은 것인데 이를 '간악한 조조' 라고 해석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느 정도 중의적인 뜻을 노렸거나, 아명으로 불러서 얕잡아 보려는 뜻이 있었다고는 볼 수 있다. 전근대 동양사회 기준으로 사람의 이름을 그대로 부르는 것은 대단한 모욕이다. 이게 허용되는 것은 집안 어른들이 아이를 부를 때 뿐이다. 이걸 아명으로 부른다는 것이 이걸 보다 강조하는데, 이게 상대국의 군주라면 대단히 얕잡아보는 것이 된다. 동아시아권에서 피휘니 호칭어 들이 괜히 발달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정치적 선전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써졌다고 보기에는 조만전에는 조조의 장점이 많이 기록되어 있다. 당장 조조의 훌륭한 점으로 가장 먼저 뽑히는 건석의 숙부를 엄정히 다룬 일의 출처는 조만전이 유일하다. 당시로서는 욕먹을 일이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상대의 신분, 벼슬의 높낮이, 가지고 있는 권력, 그리고 자신과의 친분을 따지지 않고 규율을 지키는 모습을 찬양하는 모습은 삼국시대 이전의 서적에서도 많이 있다. 게다가 조조가 때려 죽인 사람은 십상시의 친척이다. 까기 위해서 쓴 것이라면 좀 청렴하고 유능한 인물을 죽인 것을 적었거나, 아예 연관관계를 언급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조 자신이 사졸에게 보리를 밟지 말라 영을 내렸는데 조조의 말이 날뛰다 보리를 밟자 군영에 따라 자결하려 했으나 주위의 만류로 결국 자결 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머리카락이라도 대신하여 자르는 일 역시 출처는 조만전이다. 딱히 사악한 모습 없이 똑똑함을 드러내는 부분도 여럿 있으며, 다른 사서에서는 전혀 없는 대범하고 멋진 지도자의 면모도 보여준다. 즉, 조만전에서만 보이는 조조의 장점이 제법 많다.[1] 역주인 배송지 역시 옳지 못하다고 한 곳도 별로 없으며 (완전히 없지는 않으나, 다른 사서의 오류 수준 이상은 아니다.) 사서를 비난하지도 않았다.
단지 위, 진의 사가들이라면 가릴만한 내용들 이거나, 당시 역사 서술의 관행 상 적지 않는 일들을 기록한 서적인데 편찬한 나라가 오나라이고 상대가 조조였을 뿐 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도 오나라 편찬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악행의 정도가 과장된 부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전혀 없던 사실을 날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즉, 팩트 자체는 대부분 사실이나 부정적인 가치 판단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혹은 조만전은 오류가 많은 사료인데 배송지가 그런 부분들을 전부 쳐냈거나. 다만, 이 가설은 설득력이 조금 떨어진다. 배송지는 문제가 있는 사료가 있는 경우 그 부분을 기록한 다음 자기 자신이 해당 내용에 대하여 반박하는 식으로 저술했으므로.
현재와 같은 입체적인 조조의 인물상을 만들 수 있었던 것에는, 배송지가 정사 삼국지에 주석을 달 때 조만전을 참고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조만전에서 담고있는 조조의 캐릭터가 왕도 가치에 따라 이상적인 창업군주로서 윤색된 모습이 아니라 인간적 욕망에 충실하고 경박해 보이는 조조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현대인들에게 있어서는 정사의 조조에 호감을 가지게 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여느 사료 마냥 책 자체는 실전되었지만 현재는 배송지가 정사 삼국지에 주석을 달 때 인용한, 무제기에 더덕더덕 붙어있는 분량만이 남아있다.- ↑ 물론, 여기서만 보이는 조조의 단점도 여럿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