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민주주의

direct democracy

모든 민주주의 정치의 이상향, 혹은 민주정의 극이라고 볼수 있는 정치 형태. 모든 참정권을 가진 시민이 직접 정치 활동에 참여하는 형태의 민주주의 정체를 이르는 말이다.

1 고대의 직접민주주의

우리의 정치체제는 이웃나라의 관행과 전혀 다릅니다. 남의 것을 본뜬 것이 아니고, 오히려 남들이 우리의 체제를 본뜹니다. 몇몇 사람이 통치의 책임을 맡는 게 아니라 모두 골고루 나누어 맡으므로, 이를 데모크라티아(민주주의)라고 부릅니다. 개인끼리 다툼이 있으면 모두에게 평등한 법으로 해결하며, 출신을 따지지 않고 오직 능력에 따라 공직자를 선출합니다. 이 나라에 뭔가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가난하다고 해서 인생을 헛되이 살고 끝나는 일이 없습니다. 실로 우리는 전 헬라스의 모범입니다. - 기원전 431년 페리클레스전몰자 추도 연설 중에서

고대 그리스-로마의 민회 등 고대 사회에서 민주주의 정치는 대부분 직접 민주주의에 가까운 정치 행태였다. 물론 시민권 자체가 제한되어 있기도 했고[1] 규모도 작았으며 결국 한계를 보여 그리스고 로마고 다른 정치 방식으로 전환되었지만. 그리스에 비하면 로마는 상당히 대의제에 가깝다. 그래서 사실 그리스나 로마나 완벽한 의미의 직접민주제를 실시한 것은 아니다.

고대 직접민주주의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공직 추첨제 : 아테네에서 실행되었던 것으로 모든 시민은 공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상 아래, 추첨을 통해서 아무나 공직에 앉히는 것이다. 당연히 이렇게 하면 자질이 없는 인간이 공직에 앉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 민회 : 주민들이 모여서 정기적으로 집회를 가진다. 흔히 민회라고 불리는 이 집회에서 누구나 제약 없이 법률을 제안하고 통과시킬 수 있다. 민회 제도는 인구 증가를 따라갈 수 없고, 정치 참여의 확대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 생계나 거주지가 너무 멀다는 이유 때문에 민회에 출석할 수 없는 사람도 많이 있어서 필연적으로 유산 계급 만이 참가하게 된다.

2 현대의 직접민주주의(혹은 그러한 요소)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대한민국 헌법 제1조

현대의 직접민주주의는 인구가 적은 몇몇 국가, 지방자치단체, 최하 단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한정적으로만 실행된다.

직접 민주주의는 시민 개개인의 의식이 갖춰져야 이루어질 수 있는 체제이며, 이 때문에 시민들이 정치에 대한 의식을 갖지 못하면 고대 그리스 민주정에서 그랬듯 중우정치정치적 무관심으로 인한 행정력 공백 혹은 정치적 혼란이 생기기 가장 쉬운 체제이기도 하다. 또한 정치 집단이 거대해질수록 전체 의견을 모두 반영하기 어려워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 때문에 현대의 직접민주주의는 많은 국가에서 기본으로 삼고 있는 간접민주주의 정치를 보완하는 경우로 많이 이루어진다. 대표적으로 국민투표, 국민발안, 국민소환의 개념을 들수 있다.

  • 국민투표 : 헌법개정안이나 법률안을 국민, 주민의 투표에 부쳐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제도로 국민표결이라고도 한다. 현대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다. 한국에서 헌법개정은 반드시 국민투표를 거치게 되어 있으며, 그밖에도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은 대통령이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 그러나 잘못 이용되면 독재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헌법재판소는 국민투표를 대통령의 신임과 결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 국민발안 : 국민창안이라고도 하며, 국민 스스로 헌법개정안이나 법률안을 제출할수 있는 제도를 뜻한다.
  • 국민소환 : 선거직 공무원을 그 임기가 끝나기 전에 국민에 뜻에 의해 파면시킬수 있는 제도로 국민파면이라고 한다. 미국의 몇개 주나 스위스, 일본등지에서 사용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 국민투표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으나, 국민발안이나 국민소환은 헌법에 근거가 없으므로 개헌 없이 이러한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지는 논란이 있다. 다만 헌법기관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 주민의 권리로 규정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방자치법에는 주민투표권과 주민의 조례제정·개폐청구권(주민발안제),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제를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현대 민주국가에서 간접 민주정치를 채택하면서도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직접민주정치의 방법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혼합민주주의라고 하기도 한다. 혼합민주주의는 '참여민주주의' 내지는 '심의민주주의'라는 용어로도 널리 쓰인다. 또 최근 들어 인터넷이나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의견을 결집시켜 위정자들에게 전달 할 수 있는 통로가 이전보다 더 개방된 상태이므로 갈수록 직접민주주의의 영역이 확대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2011년 이슬람 민주혁명도 이런 경향에 의해 발생된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는 편. 한국의 경우 전자기술 하나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끝내주다 보니, 한국의 정치학계나 행정학계에서는 이런 전자정부 시스템을 이용한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자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민주제가 대의민주제를 대체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언뜻 직접민주제는 국민의 의사를 직접 표출하므로 더 좋을 것 같지만 직접민주제의 실행 결과 질적 소수자(예컨대 흑인, 여성)의 권익은 보다 지켜지는 경향이 있었지만 양적 소수자(예컨대 동성애자)의 권익은 오히려 저해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특히 우파 자유주의자들은 직접민주주의는 '다수의 횡포'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 직접민주주의에 대해 시큰둥하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1. 고대 아테네를 현대 민주주의에 비기기에는 유권자의 비율이 낮은 편이었다. 기원전 4세기 아테네의 인구는 10만 명 이상이었으나 시민 계층은 2만 명에 불과했으며, 그나마도 하층 시민들은 먹고 사는 데 바쁘거나 정치에 무관심했다. 그리고 시민 이외의 계층은 절대 다수가 노예였고, 직접 민주주의 체제가 다수 노예의 생산으로 지탱되었다는 점을 보면 차라리 근대의 부르주아적인 간접 민주 정치와 흡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