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대선

진원대선(鎭元大仙)

중국의 고전소설 서유기의 등장인물이다. 만수산에 있는 오장관이란 도관의 주인이며 지선(地仙)의 조상이라 불리고 있다 서유기에서 딱 한 이야기에 등장하지만,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세 형제를 한번에 관광시킨 유일한 존재. 진원대사라고도 부른다.

삼장법사가 금선장로였을 시절엔 친구였다고 한다. 점을 쳐보고 삼장이 올거라는 것은 알았지만 자신은 원시천존의 초대를 받아 천계에 강론을 들으러 가야 해서 청풍(淸風), 명월(明月)이라는 두 막내 제자만 남겨두고 떠났다. 가기 전에 삼장 법사와 그 제자들이 오거든 오장관의 보물인 '인삼과'를 대접하라고 시켰다.

인삼과는 오직 오장관에서만 자라는 보물 나무의 열매이다. 서왕모의 천도 복숭아에 비견될 정도로 대단한 나무이나, 천도복숭아 나무가 엄청 많은 것에 비해 이것은 한 그루밖에 없으므로 더 귀하다 할 수 있다. 게다가 한 번에 30개밖에 안 열린다. 이 나무는 3천 년에 한 번 꽃이 피고 3천 년 만에 열매가 맺으며 또 3천 년만에 열매가 익어 도합 1만 년을 기다려야 열매를 먹을 수 있다. 게다가 그 땅도 보통이 아니라 태초부터 있어온 땅이라 완전히 단단하게 굳어서, 손오공이 못 부수는 것이 없다는 여의금고봉으로 내리쳤는데도 멀쩡하다.

또 태초부터 자라온 이 열매는 오행과는 상극이다. 즉 화(火)를 만나면 타버리고 수(水)를 만나면 녹아버리고 목(木)을 만나면 굳어버리고 금(金)을 만나면 떨어져버리며 토(土)를 만나면 들어가버린다. 이를 따기 위해서는 금속으로 된 막대로 건드려, 떨어지는 열매를 나무로 된 쟁반에 비단을 깔아 받아야만 한다고. (손오공이 딸 때는 여의봉으로 건드려서 떨궜다.)

문제는 이 열매의 모양. 갓난아기처럼 생겼다. 두 팔에 두 다리가 달렸고, 얼굴 부위에는 눈, 코, 입, 귀까지 다 달렸다. 게다가 바람이 불면 아이 웃음소리가 난다고 한다. 그래도 이 열매는 천지의 기운이 서린 거라 냄새만 맡아도 수명이 360세나 늘어나고, 하나만 먹어도 4만 7천년을 살 수 있다.

스승님의 예상대로 삼장이 오자 그 제자들의 버릇없음에 놀라지만 반대로 삼장의 기품에 놀라워한다. 그리고 스승님의 분부대로 인삼과를 한 개 따서 대접한다. 하지만 인삼과에 대해서 전혀 모르던 삼장은 겉모습을 보고 대경실색해서 갓난아기는 절대 먹지 못한다고 거절한다. 인삼과는 그대로 두면 딱딱하게 굳어져서 못먹게 되기 때문에 청풍과 명월은 삼장법사의 어리석음을 비웃으며 자기들끼리 맛있게 나눠먹는다.

문제는 지나가던 저팔계가 그들이 하는 소리를 엿듣고 욕심이 난 나머지 손오공을 꼬드겨서 인삼과를 따러 간다. 손오공이 여의봉으로 열매를 건드리자 떨어졌는데 곧바로 사라져버린다. 처음엔 토지신이 감아간 줄 알고 불러내 혼낼려 하지만 토지신이 인삼과는 오행과 상극이라는 사실을 알려줘 동자들이 열매를 딸 때 쓴 막대기와 천을 가지고 가서 제대로 세 개를 따서 사오정까지 불러 셋이서 나눠 먹는다. 사오정은 예전에 권렴대장이었기에 인삼과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본 적은 있다면서 알아본다.

그냥 훔쳐먹고 모른 척 지나갔다면 좋았을 텐데 저팔계가 너무 급하게 먹으려다 한번에 삼켜버려서 맛을 제대로 모르겠다고 더 먹고 싶다고 떼를 써서 화근이 된다. 이번엔 반대로 청풍과 명월이 지나가다가 그 소리를 들은 것. 혹시나 해서 자기들이 있던 방으로 가 보니 자기들이 제대로 올려놨던 열매를 딸 때 썼던 물건들이 땅바닥에 떨어져있다.

설마설마 하면서 나무로 가서 열매 개수를 세어보니 네 개가 모자랐고, 딱 삼장법사와 그 제자 셋이서 훔쳐먹었구나 생각하고 다짜고짜 달려가 욕질을 한다. 삼장법사는 당연히 영문도 모르는 일이라 그런 끔찍한 물건을 뭣하러 훔쳐먹겠냐고 반문하고 손오공도 시치미를 때는 데 또 저팔계가 네 개가 없다는 소릴 듣고 손오공이 하나를 빼돌렸다고 생각해 뭐라 하다가 빼도 박도 못하게 됐다.(...)

근데 계속 욕지거리를 듣고 있자니 한 성질 하는 손오공은 슬슬 약이 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속으로 '그깟 열매가 귀해봤자 얼마나 귀하다고'라며 분노해서 몰래 분신을 남겨두고 날아가 나무를 뿌리뽑아 쓰러뜨려버린다. 당연히 흙을 만난 열매들은 땅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한참 욕을 하다 지친 청풍 명월은 혹시 자기들이 나뭇잎에 가려진 열매를 못 보고 잘못 셋을지도 모르고, 어차피 스승님이 원래 대접하라고 했던 거니까 확인해보고 넘어가려 했지만 이미 세상에 하나뿐이라는 나무는 뿌리를 드러내고 사망. 기절할 지경이 돼버린다. 처음엔 도망칠까 하다가, 가봤자 어딜 가겠냐는 생각에 꾀를 부려 다시 세어보니 열매들이 제대로 달려있었다고 시치미를 떼고 다시 잘 대접해주는 척 하다가 방에 가둬버린다.

손오공에게 이게 통할 리가 있나. 애초에 손오공은 어떤 잠긴 것이라도 열어버리는 해쇄법이라는 능력이 있었기에 소용없는 짓. 결국 밤이 되어 청풍 명월이 잠들자 더 깊이 잠들도록 잠벌레까지 붙여버리고 문을 열고 도망간다. 이것때문에 청풍 명월은 사흘동안 꼬박 잠만 자버린다.

진원대선이 돌아와서 상황을 보니 성인군자라도 뚜껑열릴 상황. 곧바로 괘씸한 삼장 일행을 잡으러 간다.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동시에 덤벼드는 무시무시한 상황이 펼쳐지지만, 먼지털이 하나로 셋의 협공을 막아낸다. 그러다가 '수리건곤'이라는 수법을 써서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삼장법사에 백마는 덤으로 한번에 잡아가둔다. 수리건곤은 소매로 천지를 감싸는 수법이라고 하는데, 일종의 아공간 생성같은 이치인 듯 하다. 저팔계가 쇠스랑으로 찢어버리고 탈출할려 했는데, 만져보면 부드러운 소맷자락이 내려치기만 하면 단단해져서 흠집도 나지 않아 결국 탈출에 실패한다.

오장관으로 돌아온 진원대선은 하나씩 꺼내다가 묶어놓고 벌을 주기 위해, 나무기둥에 묶어놓고 무명천으로 칭칭 감은다음 옻칠까지 해서 못 움직이게 해 놓은 다음 칠성편이라는 채찍을 물에 불려 때리려 한다. 손오공은 자기는 몰라도 다른 사람은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걸 알기에 자기가 다 맞는다. 물론 동두철액 강철같은 몸을 가진 손오공은 허벅지가 반들반들해질 정도로 때렸지만 가렵지도 않다.

날이 어두워져 다들 자러가자, 손오공은 자기들 일행 넷을 나무토막으로 바꿔서 묶어놓고 도망간다. 날이 밝자 진원대선은 제자들을 시켜 채찍질을 계속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 분신은 때려도 문제가 없는데 손오공 분신을 때리자 손오공은 몸이 저려서 깜짝 놀란다. 결국 길을 걷기가 불편해서 이쯤 되면 괜찮겠지 싶어 분신술을 거둔다. 제자들이 깜짝 놀라 보고하니, 진원대선은 다시 삼장법사 일행을 잡으러 간다. 이번에도 손오공 일행은 악을 쓰지만 수리건곤에 몽땅 붙잡혀버린다. 그런데 이 부분이 이상한 게, 손오공은 허구한 날 분신술을 쓰는 데 이런 문제가 있다는 구절은 여기 뿐이다. 갑자기 급조한 설정인 듯, 그 전에도 그 뒤로도 이런 일은 없다. 아니면 칠성편이 엄청 좋은 물건이라 그런건가.

이번엔 꽁꽁 묶은 다음 펄펄 끓는 기름솥에 넣어 튀겨죽이려고 한다. 먼저 손오공부터 넣으려고 하니 손오공은 묶인채로도 몰래 바꿔치기 술법을 써서 돌사자와 바꾼다. 그 무거운 돌사자를 기름솥에 넣으니 솥은 구멍이 나버리고 사방으로 기름이 튀어 진원대선의 제자들은 화상을 입는다.

노발대발한 진원대선은 삼장을 넣어버리라고 한다. 손오공은 그제서야 튀어나와 대소변 보고 온거라고 태연하게 시치미뗀다. 손오공의 걸쭉한 입담과 변화무쌍한 술법에 기가 질린 진원대선은 인삼과 나무를 살려내면 용서해주고 의형제까지 맺지만, 안그러면 삼장의 목숨은 없다고 제안한다.

일단 삼장법사와 저팔계, 사오정은 묶인 것이 풀리고 손님으로 대접받고, 손오공은 한번 땅속에 들어간 열매라도 어떻게 못하나 하고 여의봉으로 땅을 내리쳤지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그 땅도 보통이 아니라 흠집도 안났다. 결국 자신이 아는 온갖 선계의 신선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청한다. 물론 가는 곳마다 감히 세상에 하나 뿐인 오장관 인삼과를 거덜냈다는 말에 아연실색하는 것은 물론 살려내는 건 엄두도 못낸다. 애초에 진원대선은 지선의 조상격이라, 태상노군, 원시천존, 통천교주옥황상제 등등의 다음이라고 여겨지는 최고의 신선이다. 그런 분이 못 살려내는 나무를 누가 무슨 재주로 살려낸다는 말인가. 보통 나무가 아니기에 수명을 다스리는 별자리 신들도 그것만큼은 못살려낸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옥황상제의 아내이자 도교 최고의 여신인 서왕모, 음양의 기를 다스린다는 동화제군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온 세계를 돌아다니던 손오공은 결국 남해의 관세음보살님을 찾아간다. 관세음보살은 어딜 감히 그런 귀한 보물을 결딴내버렸냐고 꾸짖고, 다시 진작에 오지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야단친다.츤데레 그리곤 자기 정병에 담긴 감로수[1]를 뿌리부터 골고루 뿌려 살려내는 데 성공한다. 게다가 먹지 못하고 땅속으로 들어가버렸던 열매들은 도로 나무에 붙어 그제서야 삼장법사는 열매도둑 누명을 벗는다.

이렇게 가까스로 나무가 살아나자 진원대선은 화를 풀고 기뻐한다. 그리고 관세음보살과 찾아온 신선들, 삼장법사 일행에게 인삼과를 대접한다. 삼장법사도 그제서야 이게 보물 열매인 것을 알고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손오공과도 의형제를 맺고 일행은 다시 천축으로 향하는 여행길에 오른다. 문제는 이것 때문에 삼장법사의 고기를 먹으면 불로장생한다는 말이 요괴 사이에 퍼져버리면서 이후의 여행길에 큰 위험이 된다... 는 설이 있는데 이는 잘못 전해진 정보다. 삼장법사의 고기를 먹으면 불로장생하는 원인은 삼장법사가 십세를 수련하고 조금의 원양도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지 인삼과 때문이 아니다. 인삼과 때문이었다면 역시 인삼과를 먹은 저팔계나 사오정의 고기에도 같은 효능이 있어야 하겠지만 "저팔계 고기는 쓸모없다. "고 사타령 요괴가 이미 인증했다.[2]

서유기 전체를 통틀어서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셋이서 덤볐는데도 못이긴 상대는 진원대선이 유일하다. 그것도 먼지털이 하나, 소맷자락만으로 그들을 농락했다. 지위도 높고 인삼과 열매를 먹어 수명도 긴 데다가 그 덕에 도력도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손오공을 완전히 붙잡는 건 못하고, 변신술을 알아보는 것도 못하긴 하다. 관세음보살도 한 수 양보한다고는 하지만 진원대선은 인삼과를 살리지는 못했다.
  1. 이 물도 당연히 보통 물이 아니다. 언젠가 관세음보살이 태상노군과 나무를 되살려내는 내기를 했는데, 관세음보살의 버드나무가지를 태상노군이 가져가 팔괘로에 사흘간 구워 새카맣게 태워서 돌려줬다. 그런데 거의 숯이 된 이 나뭇가지를 감로수가 담긴 정병에 꽂아뒀더니 되살아났다.
  2. 다만 "쓸모없다"는 불로장생 효능 차원에서의 얘기고 식용으로서의 가치는 있기 때문에 요괴들은 일단 저팔계를 잡으면 버리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