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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시계(오르로이, Orloj)
1 소개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 위치한 천문시계. 1410년 프라하 시청사의 요청으로 두 명의 시계공(미쿨라스, 하누쉬)과 한 명의 수학자(얀 센델)가 제작했다고 한다.
2 시계 탄생 비화
1410년 프라하 시청사의 요청으로 시계공 미쿨라스와 하누쉬, 그리고 수학자인 얀 신델이 합작하여 만들게 된다. 완성된 시계가 너무 아름다워 당시 동유럽으로 관람을 온 귀족들이 하누쉬에게 자신의 나라에도 제작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자, 이를 알게 된 프라하 시의회는 천문시계를 독점하기 위해, 새벽에 장정 다섯 명을 보내어 양팔과 양다리를 포박하고 불에 달군 인두로 시계공의 눈을 지져버렸다고 한다. 이후 슬픈 마음을 안고 마지막으로 시계탑에 올라간 하누쉬가 손을 대자 시계는 그대로 작동을 멈추었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1860년, 400년이 지난 뒤였다고 한다.
전해 내려오는 그럴듯한 이야기지만, 1410년 카단의 시계공 미쿨라스와 카를 대학의 천문학 교수였던 얀 신델이 시계장치와 글자판을 만들었고, 1490년 이를 수리한 하누쉬가 아래쪽 시계판을 설치했다는 것이 진실이라고 한다.
16세기 이래 자주 시계가 멈추었지만 그때마다 보수했고, 1865-1866년간에는 사도들의 행진(The Walk of the Apostles)이라고 불리우는 움직이는 사도의 상이 추가되었다.
1870년에는 시계 아래쪽의 캘린더가 더해져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데, 2차대전 때 불타 손상된 것을 1948년에 복구하고 1979년에 또 보수해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3 시계 보는법
프라하 천문시계는 두 개의 시계 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3.1 아래 시계판
아래 시계 판의 포인트는 바로 그림인데, 시곗바늘 없이, 모든 것이 그림판으로 이루어져 있다.중앙의 탑 세 개가 있는 기호는 프라하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프라하 도시마크인데, 그 도시마크 주변의 열두 개의 작은 원은 황도 12궁이고, 그 위의 큰 그림은 농경의 단계를 나타낸다. 씨 뿌리고, 타작하고, 추수하는 등의 체코의 농경사회를 월별로 나타내어 주고 있다. 지금도 맞게 움직인다는 이 시계 판은, 12시 방향의 금색 침은 고정이 된 채, 그림판이 일 년에 한 바퀴씩, 하루에 조금씩 회전하고 있다. 침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이 이번 달의 별자리이며, 이번 달에 체코의 농민들이 해야 할 일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즉, 글을 모르는 농민들을 배려해서 만든 그림판 달력이다.
쉽게 말해 게자리→6월?→그래서 따뜻하구나→그 위의 그림을 보니 씨를 뿌려야 하는구나..!!→씨 사러 가자!! 뭐 이런 식…
3.2 위 시계판
위의 시계 판은 모두 다 기호로 구성되어 있다. 농민들이 볼 수 없는 지식인, 귀족, 왕들이 보던 시계인데, 천동설과 지동설의 원리에 따른 해와 달의 움직임을 표현했다고 한다.
바탕테두리가 로마숫자로 구성되며, 12시간이 아닌 24시간으로 시침과 분침이 회전하고 있다. 가운데 판의 테두리는 황도 12궁이 기호로 표현되어 있으며, 시계판 바탕에는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등의 색깔이 있는데, 색색의 굵기와 길이로 밤낮의 길이까지 나타내고 있다. 시계판은 지구상에서 본 하늘을 나타내는데- 중앙의 푸른 원은 지구를, 그 위의 푸른 부분은 지평선 위의 하늘을, 그 아래의 붉고 검은 부분은 지평선 아래의 하늘을 나타낸다. 이 바탕 위에 태양과 달이 움직이는데, 낮에는 태양의 모양이 푸른 부분에 있다가 밤에는 검은 부분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지평선의 동쪽(다이얼의 왼쪽) 부분에는 AURORA(라틴어로 새벽), ORTUS(일출)이라는 문구가 씌어져 있고 지평선의 서쪽 부분에는 OCCASUS(일몰), CREPUSCULUM(황혼)이라는 문구가 씌어져 있다. 푸른 부분을 나누고 있는 황금색의 호들은 해가 떠 있는 시간을 12등분한 것을 나타낸다. 현재의 시간은 황금의 손이 가리키는 로마 알파벳을 보면 된다. 로마 알파벳의 바깥에 있는 숫자들은 옛 체코 시간을 나타낸다.
시계 하나로 년/월/일/시/분/동지/하지/낮의 길이/밤의 길이 까지 알 수 있는 시계라는 말이다. 당시 천문학을 배우지 않았다면, 기호와 라틴어를 모르면 죽었다 깨어나도 볼 수가 없었던 시계였다.
4 정각 퍼포먼스
천문시계 정각 퍼포먼스 + 허탈해하는 수 백명의 관광객들
천문시계는 정각이 되면 소리가 나며 쇼가 시작된다.
먼저, 위 시계 판의 우측의 해골이 종을 당기고, 들고 있는 호롱불을 기울여진 상태에서 수평으로 세우며, 안에 촛불이 있다는 가정을 한다면 촛불이 꺼지게 된다. 해골의 의미는 죽음이라고 본다면, 해골이 종을 치는 행위는 죽음이 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그 옆의 기타 치는 인형, 왼쪽의 지팡이 짚은 인형과 거울 보는 인형이 같이 고갯짓하는데, 이는 탐욕, 욕심, 증오 등을 가진 인간들을 의미한다. 또한 인형들의 고갯짓은 죽음의 순간에 급해진 인간들의 모습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와 동시에 위의 두 창문이 열리는데 예수의 열두제자가 돌아가면서 아래를 내려보며, 죽음을 맞는 인간들을 조용하게 지켜본다. 이러한 퍼포먼스의 마지막에는 황금수탉이 우는데, 수탉이 울면 새벽이 오며, 이것은 삶이 온다는 것을 뜻한다.
- 열 두 제자의 등장과 수탉이 우는 장면
이 모든 퍼포먼스를 조합해 보면, 인간은 죽음 앞에서 부질 없는 존재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삶은 중요하다 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거지, 노예, 부자, 귀족, 신분과 부유함을 떠나 개개인의 개성 있는 삶은 중요한 가치,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으며, 그렇기에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매시간 수백 명이 모이는데, 정작 위에 설명한 퍼포먼스는 동시다발적으로 15초 정도로 빨리 진행되어서, 매시간마다 수백 명의 허탈한 표정을 추가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너무 짧다는 여론이 강했는지, 기사 복장을 한 친구들이 황금 수탉의 울음이 그침과 동시에 시계탑 정상에서 약 40초간 나팔로 곡을 연주한다. 그래도 이 모든 과정이 1분 안에 끝난다.
5 기타
천문시계는 구시가지 광장에 위치하고 있으며 매 정각에는 정말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
프라하에 관광 일정이 있다면, 많은 관광객이 천문시계에 집중하여 신경이 분산됨과 동시에 밀집된 인파 사이 발생하는 소매치기가 악명이 높으니 주의해야 한다.
광장 노점에서 파는 핫도그와 빵을 사먹다가 소매치기를 당하는 경우가 매우 높으니 진짜진짜 주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