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설에서 동명이인으로 인해 죽다 살아난 유명한 인물. 생년월일에 탄생시각까지 같았다.
옛날에 진천 땅과 용인 땅에 똑같이 '추천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이 있었다. 이름은 물론이고 앞서 말했듯 생년월일이 같았고 탄생시각까지도 같았다. 이러니 당연히 사주도 똑같았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은 너무나도 다르게 생활하고 있었다. 진천의 추천석은 그냥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마음씨 착한 농부였다.
그 반면에 용인의 추천석은 크고 아름다운 부를 축적하면서도 욕심을 부리고 다녀 많은 사람들의 지탄을 받았다. 이를 괘씸히 여긴 염라대왕은 저승사자들을 시켜 용인의 추천석을 잡아오라 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터졌다. 저승사자들이 용인 추천석을 찾아가야 하는데 진천의 추천석을 찾아가는 병크실수를 저질렀다. 때문에 진천 추천석은 영문도 모른 채 용인 추천석을 대신해서 염라대왕 앞으로 끌려갔다. 진천 추천석을 본 염라대왕은 깜짝 놀라며 저승사자들을 향해 "내가 분명 용인 추천석을 데려오라 했거늘 진천 추천석을 데려오면 어쩌자는 것이냐"며 노발대발했다. 그리고 용인 추천석을 제대로 데려오고 진천 추천석을 풀어주라고 했다.
진천 추천석은 다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했지만 그 기쁨도 잠시, 집으로 돌아가니 자신의 육체는 온데간데없고 위패가 모셔져 있었다. 한 마디로 이미 가족들이 장사까지 다 지낸 뒤였던 것이다. 아 시망 망했어요. 결국 하는 수 없이 용인 추천석의 몸이라도 빌려야겠다는 생각에 냅다 용인으로 뛰었다.
그렇게 해서 용인 추천석의 집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용인 추천석의 가족들은 그의 시신 앞에서 통곡하고 있었다. 하지만 용인 추천석의 혼이 저승사자들에게 잡혀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그리하여 진천 추천석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용인 추천석의 육체에 빙의하여 일어나니 용인 추천석의 가족들은 죽다 살아난 용인 추천석의 몸을 보고는 기뻐하였다. 이에 용인 추천석의 몸을 빌린 진천 추천석은 용인 추천석의 가족들에게 사연을 설명하지만 가족들은 죽다 살아나더니 개드립헛소리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믿어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진천 추천석은 용인 추천석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날이 밝는대로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라며 진천으로 향했고, 용인 추천석의 가족들도 이를 수상히 여겨 진천 추천석을 따라가 보았다.
용인 추천석의 몸을 빌려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진천 추천석은 아내에게 "여보, 내가 돌아왔소!"하고 기쁜 듯이 소리쳤다. 그러나 아내는 믿어 주지 않았다. 갑자기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와서 죽은 전 남편이라고 하니 믿어 줄 리가... 그래서 진천 추천석의 아내는 미친 사람이 왔다고 생각하고 마을 사람들을 불렀고 뒤따라 온 용인 추천석의 가족들은 진천 추천석의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천 추천석이 계속 필사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자 사람들 사이에서 병림픽실랑이가 벌어졌고 관가로 가에 이른다.
관가에서 원님은 진천 추천석의 사연을 쭉 듣고는 용인 추천석의 몸을 빌려 부활한 진천 추천석의 말이 맞다고 판단하여 생거진천(生居鎭川)하고 사거용인(死居龍仁)할 것을 판결했다.
그리하여 판결대로 진천 추천석은 본래 가족들과 함께 진천에서 그대로 살다가 세월이 지나 진천 추천석이 용인 추천석의 몸을 버리고 진짜로 세상을 뜨자 용인 추천석의 가족들이 그 시신을 거두어 갔다는 전설이다.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居龍仁)이라는 말의 유래가 된 전설 중 하나이다.
그리고, 전설의 고향에도 나온 적 있다.
바리에이션
이 전설의 바리에이션 중에 원님 "이승에서는 육체가 인정되니 지금의 저 추천석은 용인으로 가서 살라"며 정반대의 판결을 내린 바리에이션도 있다. 하지만 이 바리에이션에서도 용인 추천석의 몸을 빌린 진천 추천석이 오히려 새롭고 더 좋은 환경에 적응해서 잘 살았으니 야! 신난다~ 역시 해피엔딩인 건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