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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노출을 하는 이유
퀴어퍼레이드는 "성소수자도 '평범한' 사람이에요"를 표현하기 위한 행사가 아니다. 퀴어퍼레이드에서의 노출은 무의미하거나 상업적인, 아니면 단순히 '음란성'을 띄는 노출이 아니며, '존재'에 대한 표현, 자기긍정, 저항, '시혜적 시선'의 거부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서양에서는 퀴어퍼레이드는 물론 반전, 모피 반대, 성차별 반대 등 시위에서 맨몸을 드러내는 행위가 코드화되어 있다. 인류 사회에서 발생한 불평등을 상징하는 무기나 제복으로부터 탈피함으로써 평등을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한 생물로서 더 이상 침범당할 경우 피를 흘리게 되는 마지막 선을 드러내고 이 이상 물러날 수 없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2 법률적 해석
공연음란 여부 판단에 대한 판례에 따르면 "신체의 노출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일시와 장소, 노출 부위, 노출 방법·정도, 노출 동기·경위 등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그것이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음란죄를 적용하지 않는다. 상대를 선별하여 노출행위를 해 특정인을 공격하는 바바리맨과 달리, 퀴어퍼레이드에서의 노출은 정해진 시위 일시 및 장소에서 시위가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서라는 사정이 뒷받침되므로 음란행위로 볼 수 없다. 한편 공연음란죄는 아니더라도 '경범죄처벌법에는 해당되지 않는가'하는 반대 의견은 많다.
3 성소수자에 대한 이미지 악화 우려에 대한 반박
퀴어퍼레이드 반대자나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내에서도 노출로 인한 성소수자 이미지 악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퀴어퍼레이드에서 추구하는 바는 평소 '평범'을 가장하고 대중 속에 숨어 있는 성소수자들에게 억눌러 온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며, 여기에서까지 다른 사람의 시각을 의식하여 평범을 가장하라는 것은 행사 취지에 벗어난다. 평범을 가장해야만 공존을 인정하겠다는 사람은 어차피 성소수자 본연의 "평범하지 않음"이 드러나는 순간 공존을 거부하며, 그러한 인식에 맞춰서 행동하라는 요구도 억압일 뿐이다. 이러한 거부에 상처받는 과정을 반복해 온 성소수자들은 평범하지 않아도 공존을 용인하는 사람들과의 연대를 희망한다. 퀴어퍼레이드는 그러한 편견 및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은 사람들의 연대의 장이며, 따라서 '여성적인' 남성 성소수자, '남성적인' 여성 성소수자, '문란한' 성소수자, PL(People Living with HIV/AIDS)[1] 성소수자 등 모든 종류의 "평범하지 않음"이 어울릴 수 있는 것이다. 즉 이러한 "평범하지 않다"는 주장은 단지 성적정체성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모든 종류의 "평범하지 않음"에 대한 배척에 대항하겠다는 의지 표현이기도 하다.
4 '보기 불편하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
불편함의 실체는 성소수자가 바다 건너 어느 나라의 해프닝이 아니라 바로 내 옆에 이렇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에 대한 불편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말로 순수하게 나체만을 불편해 하는 일반 시민도 존재할 수 있으나, 그 '불편함'이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시위 참가자들은 1년 중 364일을 자신을 숨기고 불편하게 살아가고 있고, 그에 비하면 눈을 감거나 고개를 돌려 피할 수 있는 것은 큰 불편함이 아니다.
5 상식/사회통념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
'상식/사회통념에 어긋난다'는 말은 성소수자 혐오자들의 주요 레퍼토리로서, '보기 불편하다'를 조금 더 있어보이는 말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상식은 무조건 옳고 불변인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다. 때와 장소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어서 어느 곳에서는 상식인 것이 어느 곳에서는 상식이 아닐 수도 있고, 옛날에는 상식이었던 것이 현대에는 상식이 아닐 수도 있다. 해외에서 노출 시위는 '상식'이며, 과거에는 미니스커트도 과다노출이었다. 무엇보다 '상식/사회통념'이라는 단어를 이용하여 사회적 약자를 통제, 억압, 탄압하는 일은 옛날부터 있어왔던 일이고, 이것도 그 범주에 불과하다. 실제로 혐오세력들은 일부 행사 참가자의 노출을 자의적으로 잘라내고 노골적으로 연출하여 극단적으로 일반화하여 확대생산 및 재배포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것은 상식/사회통념은 반드시 정의이자 진리인게 아니라는 점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슬람 원리주의에서 주장하는, 현대 보편인권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율법들도 중동의 이슬람 종교국가들에서는 얼마든지 상식/사회통념이 될수 있으며, 실제로도 전근대적인 샤리아를 정부법으로 사용하는 나라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샤리아의 상식과 사회통념들이 서방세계, 그리고 아시아 선진국들 입장에서도 과연 옳게 보일수 있을까? 그 옛날 서양국가들은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백인과 흑인의 분리, 흑인을 열등한 인종으로 간주하는 인종차별을 현대로 들어오면서 점차 버려나갔듯, 상식과 사회통념은 얼마든지 수정하고 보완해나갈수 있는 것이다.
6 기타
각종 반대 단체에서는 노출을 핑계로 퀴어 퍼레이드를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체들은 성소수자를 탄압하고 있으므로, 노출에 대한 비난은 단지 여론몰이를 위한 핑계거리일 뿐이다. 노출을 핑계로 온갖 악의적인 왜곡과 비난을 일삼는 혐오세력들이 노출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퀴어퍼레이드에 우호적 내지는 중립적으로 태도를 바꿀 리도 만무하다. 실제로 2014년 퀴어퍼레이드 때는 노출이 아닌 퍼레이드 차량을 문제삼고 차량만 포기하면 길을 내주겠다고 혐오세력들이 주장한 바 있다. 한편 국내에서 이러한 노출 표현에 대한 반발이 심한 것에는 시위에 대한 인식 부족과 타인의 복장에 대해 평가하거나 간섭하고자 하는 시각도 영향을 끼친다.- ↑ HIV 감염인, AIDS 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