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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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us Andronicus.
티투스 안드로니쿠스[1]

1 개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으로 1590년대 초에 쓰여진 작품. 셰익스피어의 초기작품으로 그가 집필한 첫 비극이며 그의 작품중 전무후무한 가장 잔혹한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복수극 플롯이지만, 그 묘사만 따지면 현대의 슬래셔 무비에 가깝다. 복수극의 귀재 박찬욱 감독조차 자신이 아는 가장 잔인한 복수극이라 평할 정도니 말 다했다. 초기작이다 보니 조금 미숙한 부분이 있으나 후기 4대 비극 작품의 원안이라 할 수 있는 요소가 군데 군데 포함되어 있다.

고트족로마 제국간의 분쟁이 치열하던 제국 말기를 배경으로 한다. 셰익스피어의 사극들이 다 그렇듯,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고증은 안드로메다 언저리로 날아간 작품. 당대의 펄프 픽션에 해당하는 작자 미상의 잔혹극을 토대로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고트족을 격파한 개선장군인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가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었던 로마제국의 황제 자리를 사양한 후, 황제가 된 선황의 장자가 품은 의심과 그의 황후가 된 고트족 여족장이 벌이는 음모에 말려들어가 자식들을 차례로 잃고 자신도 한팔을 잃은 뒤에 처절한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다.

이야기중에 열 네건의 살인이 등장하며 강간과 수족 절단이 나오는 막장스러운 내용, 다른 작품들에 비하여 플롯이 거칠고 성격묘사도 부족하며, 대사의 수준도 떨어지기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아닌 그의 이름을 빌린 무명작가의 창작품이거나 다른 작가와의 공동작업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며, 일단 정설로는 셰익스피어의 초기작으로 다뤄지고 있다.

애초에 16세기 말 당대 영국 사람들의 취향이 이런 잔혹극이었고, 당시 유행했던 작품들도 유혈 비극이 상당히 많았다. 덕분에 셰익스피어의 이 희곡도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의 첫 히트작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한 동안은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의 인기를 능가하는 작품은 없었다.

하지만 왕정복고 이후 잔혹극의 유행이 지나자, 곧 이 희곡의 인기는 뚝 떨어졌고 지금은 셰익스피어의 최대의 흑역사쯤으로 취급되고 있다. 아무래도 유행을 노리고 쓴 목적과 작품 자체의 떨어지는 퀄리티가 문제인듯. 그나마 지금은 언급조차 안되는 당시의 수많은 잔혹극을 떠올려보면 이 작품은 그나마 작가 잘 만나서 대우가 높은편이다.

어느 정도로 욕을 먹냐면 현대의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셰익스피어와 다른 극작가가 같이 쓴게 아니냐'고 하거나 아예 셰익스피어의 작품 리스트에서 제외해버리기도(!) 한다.[2]

그래도 이 작품을 좋게보는 한 비평가는 이런 말을 남겼다. "셰익스피어의 심오한 비극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니라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로부터 자라난 것이다."

사실 몇백년동안 거의 묻혀있던 작품이지만, 20세기 중엽부터 공연, 영상화가 다시 이루어지면서 '재평가'를 받기 시작한 작품이다. 일단 세익스피어 작품 가운데서는 그 동안 많이 안 다뤄지던 작품이다보니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지는 점'도 있는듯.


1999년 타이투스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 안소니 홉킨스 주연으로 내용의 잔혹함은 원작 묘사를 충실하게 따른 덕에 수위가 높고, 쓰여진 당대의 기준에 맞춰서 배경자체가 모호하고 몽환적으로 그려져 고증을 따질 수는 없는 작품. 사실상 현대 스타일로 공연되는 연극을 영화화한 것에 가깝다.

2 내용

로마의 장군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가 고트 족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하여 개선하고, 포로로 잡은 고트족의 왕자를 전쟁에 참여한 로마병사들의 혼을 기리기 위해 제물로 바친다.[3] 원로원은 개선장군 타이터스를 로마 황제로 추대하지만 그는 거절하고 선대 황제의 첫째 아들인 새터니어스가 황제가 된다.

새터니어스는 이미 동생과 약혼한 타이터스의 딸 라비니아를 황후로 할 것을 약속하고 타이터스도 이에 응하는데 그 과정에서 다툼이 일어나 막내아들을 죽이고 만다.

타이터스에게 복수할 마음을 품은 고트족의 여왕 타모라는 새터니어스를 유혹해 황후가 되고, 그녀의 무어인 정부 아론, 남은 두 아들 카이론과 디미트리어스의 힘을 빌려 타이터스의 자식들을 죽여나가는 참혹한 복수를 시작한다.

타이터스의 딸 라비니아는 타모라의 두 아들들에게 겁탈당한 뒤 손과 혀가 잘리고.[4] 타이터스의 두 아들들은 라비니아의 약혼자이자 새터니어스의 동생 바시아너스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한다. 타이터스 본인도 속아서 한쪽 손을 잃고 미쳐버린다.

아버지의 명으로 로마 밖으로 도망쳐있던 타이터스의 장남 루시어스는 자신과 타모라의 아이를 데리고 도망치던 아론을 사로잡아 진상을 알게 된다. 이 모든 비극이 타모라의 복수였단걸 깨달은 타이터스는 반격을 꾀하고, 타모라의 두 아들을 사로잡아 고기파이로 만들어버리고 그걸 향연의 자리에서 그녀에게 먹인다.

연회에서 타이터스는 딸 라비니아를 죽이고, 고트족 여왕 타모라를 죽이고, 그 자신은 새터니어스에게 살해당하고, 새터니어스는 루시어스에게 살해당한다. 루시어스는 새 황제로 등극하게 된다.

안돼 나의 셰익스피어는 이렇지 않아!

3 기타

일본의 애니메이션인 PSYCHO-PASS 6~8화에 걸쳐 사건 내용에 대한 비유로 계속 언급되고, 마키시마 쇼고가 낭독하기도 한다.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가 워낙 유명하지 않은 작품이라 셰익스피어가 이런 작품을 썼다는 걸 PSYCHO-PASS에서 처음 알고 충격을 받은 사람이 많은 듯.
  1. 로마식으로 읽을 경우.
  2.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헨리 6세 1부의 경우도 잔 다르크에 대한 저열하고 추한 묘사 때문에 눈치가 보여서인지 한 때 이 작품과 같은 취급을 받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별로 신경쓰지도 않는다.(...)
  3. 고증대로라면 유배를 가야 옳다. 로마는 포로로 잡은 적의 고위층은 타지로 유배를 보내 여생을 보내도록했다. 그것이 승자의 여유든, 아니면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치가 있어서든 간에.(베르킨게토릭스는 예외적으로 처형함)
  4. 범인이 누군지 '말'하거나 '(손가락으로) 지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