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싯돌과 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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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기 시대부터 사용해온 전통적인 점화 도구.
'플린트-앤-스틸'에서 부싯돌(플린트)과 짝을 이루는 철편을 파이어스틸(Firesteel), 또는 파이어스트라이커(Fire Striker)라고 한다.
우리말로 이 철편은 '부시'라고 부른다.
부싯돌(flint 라고 불리는 석영등의 규산염 광물로 이루어진 광석)이나 그 외의 단단한 돌멩이로 철편의 날을 내려치면, 부딪히면서 살짝 긁혀나간 미세한 철의 분말이 타격열에 의해 공기 중에서 발화하면서 불똥이 일어난다. (금속 분말은 생각보다 잘 탄다.) 이 불똥을 솜이나 탄화시킨 면, 숯, 아마두 버섯(말굽버섯의 일종) 같은 불이 잘 붙는 부싯깃(Tinder)에 튕겨서 점화하는 구조.
C자형이나 D자형, 말굽형 부시가 흔하지만, 없는 경우 탄소강 나이프의 칼등 따위를 써도 된다.
참고로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돌맹이 두개로 불붙이기는 엄청 힘들다. 왜냐하면 알맞은 종류의 돌맹이를 알맞은 크기로 찾아야 하기 때문. 일반 사람들이 하다가는 그냥 돌맹이 여러개 부숴먹거나, 심하면 손까지 다칠 수 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나무 주워서 불붙이는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정도이고, 괜히 생존 전문 프로그램에서 도구없이 불 붙일때 돌맹이 줍는게 아니라 나무부터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파일:Attachment/파이어스틸/knife flint.jpg
이런 방식.
부싯돌의 날을 잘 세워서 불똥을 잘 만들어내고, 그 불똥을 받아 점화하기 위한 잘 타는 부싯깃(불쏘시개)을 준비하는 것이 요령.
때문에 부싯돌 점화 방식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알토이드 캔 등에 부싯깃과 파이어 스트라이커, 플린트를 준비해 다닌다.
이렇게 부싯돌과 부시, 부싯깃 등을 한곳에 모아서 담아놓는 통을 부싯깃통(Tinderbox)라고 부른다.
불붙이기 강좌.
2 페로세륨 막대 (Ferrocerium Rod)
파일:Attachment/파이어스틸/58-firesteel-blau.jpg 출처 |
막대기를 긁으면 어떻게 되는지 구경하자. 루스터 티스 소속의 The Slow Mo Guys 채널에서 촬영한 슬로모 영상.
불붙이기 강좌.
요즘에 파이어스틸이라고 하면 철과 세륨, 마그네슘을 섞어 만든 금속제 부싯돌, '페로세륨[1] 막대 (Ferrocerium Rod)'를 말하는 것이다.
1회용 라이터에 들어가는 라이터 돌을 미슈메탈(misch metal)이라고 하는데, 바로 그것과 동일하다.
파이어 스타터, 메탈 매치(금속 성냥), 아우어메탈[2]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통적인 부싯돌 방식에서는 부시(철편)가 하던 역할을 파이어스틸에서는 페로세륨 막대가 한다. 즉 현대식 파이어스틸에서는 페로세륨 막대가 잘 타는 금속 분말을 만들어내는 역할이고, 쇠긁개는 페로세륨 막대를 긁어 금속 분말을 만드는 부싯돌 역할이다. 세륨은 철보다 훨씬 저온에서 점화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플린트 앤 스틸 부싯돌보다 훨씬 불꽃이 잘 일어난다. 전통식 부싯돌은 불똥 몇 개 튕기는데도 상당히 요령이 필요하지만, 페로세륨 막대는 겉면을 그냥 나이프 칼등이나 쇳조각 같은 거친 표면으로 긁어주면 섭씨 1650도에 달하는 불똥이 우수수 쏟아지는 좋은 성능을 발휘한다.
구조적으로나 불 붙이는 성능면에서나, 불똥이 쉽게, 많이, 빨리 튕길 뿐 전통적 부싯돌과 원리 면에서 전혀 다를바가 없는 이런 원시적 점화 도구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그 단순성 때문이다. 라이터도 기름 떨어지면 쓸모가 없어지며 험하게 다루거나 물에 빠트리면 고장나는 구조인데, 파이어스틸은 그냥 합금 막대기일 뿐이므로 물에 담가도 되고, 아무리 오래 방치해도 완전히 녹슬어버리지 않는 이상은 기능에 문제 없으며, 녹스는 걸 방지하는 게 어렵지도 않고, 고장날 일이 거의 없다. 사용 횟수도 작은 모델이 수천번, 굵은 것은 수만번도 사용하며, 가격도 저렴하다. 그 단순함과 신뢰성을 높게 평가해 많은 서바이벌 전문가와 아웃도어맨이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비상용품으로 챙기는 것이다. 베어 그릴스가 항상 나이프와 함께 강조[3]했고, 병만족도 이거 안쓰겠다고 했다가 호되게 욕을 본 적이 있다.[4]
당연히, 파이어스틸보다는 라이터 쓰는 것이 편하다. 일단 파이어스틸은 라이터처럼 불을 내는게 아니라 불똥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걸로 불을 만드는 걸 익히는데는 연습이 좀 필요하다. 라이터가 비나 바닷물에 젖을 것 같으면 방수백에 넣어가면 된다. 하지만 라이터나 성냥을 갖고 있더라도 파이어스틸 하나쯤 더 갖고 있는 것은 전혀 무게 부담이 되지 않으며, 그 모든 수단을 잃어버리거나 고장났을때에도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하고 확실한 비상용품이기 때문에 심리적/물리적 안전을 더해준다. 그리고 서바이벌 마니아의 허세도 충족시켜준다(...)
파이어스틸을 사면 페로세륨 막대에 손잡이가 달린 모양의 파이어스틸과, 쇠로 된 긁개가 동봉되는 것이 보통. 긁개가 없어도 나이프 칼등 등의 각진 금속으로 긁어주면 문제 없다. 긁개가 꼭 고탄소강일 필요는 없다. 날카롭게 각이 서기만 한다면 스테인레스강 나이프 따위를 써도 무방하다.
파이어스틸 자체는 작고 간단한 도구이지만, 언제 쓸지 몰라 항상 소지해야만 하는 비상용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일반 크기의 파이어스틸의 부피조차도 귀찮아 하는 사람이 있다. (동봉된 긁개도 덜렁거려서 귀찮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엑소텍 나노 스트라이커 같은 크기를 최소화해 휴대성을 중시한 제품이나, 그냥 얇은 페로세륨 막대만 파는 제품도 있다. 심지어 신발끈의 양 끝에 페로세륨 막대를 달아두고, 긁개는 신발 앞부분에 고정할 수 있는 형태로 파는 제품조차 있다(...) 반대로, 사용의 편리와 오랜 사용성을 위해 일부러 페로세륨을 굵고 크게 만들거나, 별도의 긁개가 달리는 대신 스프링 식으로 꾹 누르면 눌려지면서 불똥을 튕기게 하는 제품도 존재 - 이런 제품은 블래스트 매치(Blast Match)라고 한다.
파일:Attachment/파이어스틸/blastmatch1.jpg 출처 |
가끔 마그네슘 막대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다. 이 도구의 주 성분은 철과 희토류(주로 세륨과 란탄)을 합금해서 만든 것이고, 마그네슘은 5% 미만으로 약간만 들어간다. 마그네슘 파이어스타터라고 부르는 모델은 옛날에 군용으로 쓰던 파이어스틸 제품 중 하나인데, 납작한 마그네슘 덩어리 옆에 파이어스틸을 붙여놓은 형태의 물건으로, 마그네슘을 연필 깎듯 칼로 살살 깎아서 모아놓은 다음 파이어스틸을 긁어서 불똥을 튕겨주면 마그네슘에 점화되면서 불이 잘 붙는 구조의 물건이다. 다시 말해 파이어스틸은 불똥을 일으키는 도구이고, 마그네슘은 그 불똥을 받아서 크게 키우기 위한 일종의 고성능 부싯깃. 지금도 마그네슘 덩어리와 파이어스틸이 같이 셋트로 붙은 물건이 판매되고 있다. 여튼 두 개를 따로 떼어놓고 써도 전혀 문제가 없다.
참고로, 라이터 돌도 사실상 파이어스틸이다보니 다 쓴 1회용 라이터도 파이어스틸처럼 쓸 수 있다. 라이터 휠을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살살 돌리면 라이터 돌이 조금씩 갈려나오는데, 그 분말을 일정량 종이 등에 모았다가 라이터 휠을 세게 팍 돌려서 불똥을 튕기면 한번에 점화가 제법 크게 된다. 1회용 라이터 돌의 크기 자체가 작다보니 여러번 사용할 수는 없지만, 알아두면 비상시에 써먹을 수 있는 기술.
지포 라이터 역시 이 기술을 쓸 수 있다. 특히 지포 오래 다룬 사람은 예비용 라이터돌을 연료솜 밑바닥에 몇개 더 깔아놓는 경우가 많고, 연료 솜 역시 좋은 점화용 부싯깃이다. 다만 지포는 기름이 금새 증발하기 때문에, 생존주의적인 관점에서 그다지 좋은 도구는 못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