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차일드 공군기지 B-52 추락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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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고 영상.

1994 Fairchild Air Force Base B-52 crash
어처구니없는 원인으로 일어난 사고. 미 공군의 대표적인 인재(人災)라고도 할 수 있다.

1994년 6월 24일 워싱턴 주 페어차일드 공군기지(Fairchild AFB)에서 B-52H가 선회기동 중 지상에 추락한 사고.

1 사건의 경위

1994년 6월, 공군 에어쇼에서 B-52의 시범비행을 위해 예행연습이 진행되고 있었고 사고 당일 오후 2시가 채 못되어 B-52H 기체번호 61-0026(콜사인 Czar 52)는 조종사 아서 "버드" 홀랜드 (Arthur "Bud" Holland) 중령, 부조종사 마크 맥기한 중령, 비행 안전 감독관으로 로버트 울프 대령, WSO 및 항법사인 켄 휴스턴 중령이 탑승한 채 이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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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비행의 마무리 단계에 터치 앤드 고[1] 과정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하필이면 해당 활주로는 KC-135 공중급유기가 착륙한 직후라 해당 과정을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Go around[2]를 해야했고 이때 고도는 250ft 즉 75m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때 홀랜드 중령은 360도 선회비행을 요청했다. 관제탑에서는 이를 승인하기는 했으나 홀랜드 중령은 추가적인 상승 후 부드러운 선회 대신 승인 직후 해당고도에서 반시계방향으로 급격한 뱅크턴을 시도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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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공역에서 거대한 기체가 가파른 선회를 하면 아무래도 운동 에너지 손실은 클 수 밖에 없는데 어찌어찌 선회는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선회가 거의 끝날 때 쯤 기체는 좌측으로 90도까지 급격히 기울어버렸고 비행속도까지 당연히 크게 줄어든 상태였기에 고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양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없었다. 기수는 지상으로 향하고 홀랜드 중령과 부조종사 맥기한 중령은 선회를 중단하고 오른쪽으로 기체를 바로잡으려 했지만 이미 기체는 제어불능에 빠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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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추락과 동시에 홀랜드 중령을 포함한 조종사 및 승무원 4명 전원이 순직하는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2 순직 인원

조종사 아서 홀랜드 중령(46) 제92폭격비행단[4] 표준화 및 평가 담당관
부조종사 마크 맥기한 중령(38) 제92폭격비행단 소속 제325비행대장
WSO/항법사 켄 휴스턴 중령(41) 제325비행대 작전장교
비행 감독관 로버트 울프 대령(46) 제92폭격비행단 부 비행단장(부사령관)

조종석 및 WSO의 좌석은 탈출좌석(이젝션 시트)이 있었으나 충분한 고도와 비행자세를 확보하지 못했기에 맥기한은 탈출에 실패[5], 휴스턴 중령은 애초 탈출 시도도 하지 못했으며 울프 대령의 좌석은 이젝션 시트도 아니었다.

3 사고 원인

조사 결과, 선회시작 직전 IAS[6]는 337km/h였고 홀랜드 중령은 선회를 시작할 때 추가적으로 엔진 출력을 상승시키기는 했으나 항공기 터보제트 엔진은 피스톤 엔진처럼 쉽게 가속될 수 있는게 아니다보니 결국 필요한 비행속도를 유지하기에는 스로틀 조작이 늦었다[7][8] 즉 엔진 출력 상승을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선회를 시작해버렸다. 결국 추락 8초 전에는 IAS가 269km/h 까지 떨어졌고 기체는 뱅크각이 60도를 넘어서게 된다. 기체를 바로 잡으려 오른쪽 날개의 스포일러를 최대로 작동하고[9] 방향타와 승강타도 최대로 작동시켰으나 이미 269km/h의 속도는 기울어진 기체가 고도를 유지하기에는 부족한 속도였다.

항공기가 선회를 하기 위해 뱅크각을 주면 당연히 양력의 방향은 기체의 상면방향 즉 양의 피치 방향이고 중력은 지구 중심 방향이므로 항공기가 고도를 유지한 채로 선회를 하기 위해서는 직선비행을 할 때 고도를 유지하기 위한 양력보다 큰 양력을 필요로 한다.[10] 바꿔말하면 뱅크각이 크면 직선 비행보다 뱅크각이 주어졌을 때 실속하기 더 쉽다는 뜻이다. B-52의 실속속도는 269km/h보단 낮지만 스펙상 표기된 실속속도 보다 뱅크시 실속속도가 더 높고 B-52의 경우 60도 이상의 뱅크각에서는 최소 272km/h보다 빨라야만 했다. 결국 269km/h인 상태에서 기체는 실속을 일으켰고 기수는 점차 지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사고 내용도 충격적이지만 왜 저런 위험한 선회를 시도했는지 조사하면서 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는데 홀랜드 중령은 B-52를 조종하면서 수시로 비행제한 조건을 어겼었고, 부하 승무원들은 홀랜드 중령과 함께 탑승하기를 꺼렸다고 한다. 저공에서 급선회하고 고속으로 30m 초저공 비행을 하다가[11] 45~65도로 상승하고...[12]이렇게 안전 규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 상관이나 선임이 조종하는 대형 폭격기를 누가 동승하고 싶겠는가. 심지어는 같은 동료들조차 이런 아슬아슬한 비행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는데,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제325비행대장인 맥기한 중령은 자신이 동승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비행대 소속 부하는 홀랜드 중령이 조종하는 기체에 태울 수 없다고 탑승 거부를 했을 정도였으며 결국 자신이 부조종사로 동승하는 조건 하에 맥기한 중령의 부하가 WSO로 탑승하게 됐으나 결국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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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드 중령의 비행 사례.위 동영상을 보면 알겠듯이 매우 위험천만한 비행을 자주했다. 동영상을 찍은 사람도 놀랐을듯 1994년의 사고도 후반부에 포함되어 있다.

결국 저런 규정상 금지된 위험천만한 선회를 시도한 것은 그동안 자신이 여러차레 규정을 위반하면서 시도했던 전적이 있기에 이번에도 문제없이 성공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위 동영상 외에도 자기 딸이 참가한 소프트볼 경기에 과시한답시고 추락시에 했던 기동과 동일한 기동을 한 적이 있었고 그 때도 뱅크각이 증가하고 고도를 잃는 과정이 있었으나 무사히 기체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때는 고도가 2500ft였었다.[13]

4 여담

저런 시범비행이 인기가 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사고가 나지 않았고 비행술 자체는 좋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홀랜드 중령은 기존의 지속적인 규정위반에도 불구하고 1991년부터 1994년까지 지속적으로 에어쇼 시범비행 책임자를 맡았다. 1994년에 새로 부임한 비행단장은 홀랜드 중령이 시범비행 계획을 브리핑할 때 45도 이상의 뱅크와 25도 이상의 피치를 가지는 기동을 제외할 것을 명령했으나, 홀랜드 중령은 사고 전 17일에도 이를 위반했었고 1주일 뒤...

더 황당한 점은 원래는 로버트 울프 대령은 이 시범비행 멤버가 아니었다. 원래는 윌리엄 E. 펠러린 대령이 감독관이었는데 펠러린 대령은 수차례 홀랜드의 규정위반을 목격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었다. 바로 위 언급한 17일 비행에서도 동승했으며 비행단장에게 별 문제 없다고 보고했다. 기존의 비행단장과 감독관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새로 부임한 책임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갑자기 펠러린 대령은 24일 비행에 동승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 대리로 동승하게 된게 로버트 울프 대령이었다.운도 지지리 없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울프 대령은 충분한 통지를 받지 못했고 심지어는 비행 전 브리핑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비행계획서도 못보고 Czar 52의 엔진이 시동된 이후 탑승했다. 때문에 그날 비행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알 수도 없었기에 이륙전에 홀랜드나 비행계획에 대해 태클을 걸 기회조차 없었고 안전 감독관의 임무를 수행할래야 할 수도 없었다. 결국 펠러린 대령은 사고 이후 군사법정에 서게 되고 관리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유죄판결을 받아 감봉에 처해졌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이 사고는 20일, 미 공군에서 정신감정에서 탈락하여 강제전역당한 딘 멜버그라는 정신이상자가 기지의 병원에 침입해서 총기난사를 일으켜 5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해서 어수선한 분위기인데 고작 그 사건이 일어나고 4일 만에 일어난 참사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이 사고는 미군이 군 인력을 유지 및 관리하는데 있어 이정표가 되었다고 한다. 이 사고는 이후 십수년간 공군은 물론 민간 항공 분야에서도 안전규정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타산지석으로 인용되어왔다고 한다.

사고 보고서나 여러 기록들에 따르면 이러한 조종사의 행동은 에어쇼에서 멋진 시범비행을 보여주려는 데서 기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행시에는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것보다도 안전과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자신의 실력을 펼쳐야 하는 자리일지라도 안전규정대로 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에어쇼 사고 중에서 그러한 실수로 목숨을 잃는 비행사들이나 공군 조종사들이 많기에, 비행기를 조종하는 사람들은 항상 실력보다 안전을 중요시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비슷한 원인으로 일어난 사고가 한건 더 일어난다.

그 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U-2기의 경우도 영내 가족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 앞에서 뱅크선회하다 실속으로 언덕에 추락하여 조종사가 사망한 사고도 있는데, 이런 것을 보면 딱히 전투기 조종사가 아니라도 조종간을 잡으면 지인들이나 군중들 앞에서 곡예비행을 하고싶은 충동이 오는 조종사들이 꽤나 많은 모양이다...신병자

5 그 외 참조

관련 내용이 있는 블로그[14]
  1. Touch and Go. 착륙과정을 진행하지만 다시 이륙하는 형태를 일컫는다.
  2. 착륙 과정에서 활주로 어프로치를 일시 중지하고 다시 상승, 대기하는 것
  3.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관제탑 뒤는 핵무기 저장시설이 있어 상공비행이 금지되어 있었고 해당 공역 진입을 피하기 위해 급격한 선회를 시도한 것이라고 한다.
  4. 현재는 공중급유 비행단이다
  5. 이젝션 시트를 작동하면 조종석 위의 해치가 날아가고 이후 탈출좌석이 점화되는데 이미 늦은 시점이었기에 해치는 분리됐지만 좌석은 미처 사출되지 못했다. 위 충돌 전 사진에서 수직미익 근처에 보이는 물체가 바로 맥기한 중령 좌석의 해치.
  6. Indicated Airspeed 계기(측) 비행속도. 피토관을 통해 측정되는 속도에 의해 변하는 동압과 기상조건에 따라 일정한 정압과의 차이를 통해 나타내는 속도
  7. 어프로치 과정이었기에 낮은 비행속도로 하강하다가 어프로치를 중단하고 고도를 상승시키던 과정이었으므로 충분한 고도와 비행속도를 확보할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B-52의 경우 스로틀 조작 반응까지 8초 정도 걸린다고 한다.
  8. 스로틀 조작을 하면 연료 분사량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증가된 출력이 공기흡입량을 증가시켜 다시 그 증가량이 연소량 증가를 통해 목표출력에 도달하는 터보제트의 특징상 가솔린 엔진처럼 액셀러레이터 페달 조작에 함께 흡기량과 연료공급량이 동시에 증가하는 형태보다 출력반응은 느릴 수 밖에 없고 급격한 연료량 증가는 자칫하면 연소를 중단시켜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석유는 사실 기화하지 않으면 불이 잘 붙지 않는다. 휘발유가 인화성이 좋은 이유는 이름 그대로 휘발성이 좋기 때문) 가스터빈 엔진은 스스로 연료분사 속도도 조절하게 되어 있다.
  9. B-52 같은 대형 기종은 보조익 외에도 스포일러를 통해 뱅크각을 변경시키는 경우가 많다. 대형기체는 양력이 워낙 크다보니 스포일러를 통해 한쪽 날개의 양력을 감소시키는 형태가 뱅크각 조절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를 작동하면 작동된 쪽의 주익의 양력은 줄어든다
  10. 고기동시 높은 G가 주어지는 게 바로 이 추가적인 양력을 얻기위해 피치를 급격히 올리기 때문.
  11. 동영상에서 보이듯 B-52는 공기밀도가 높은 저공에서 일정속도를 넘기면 양력 발생량이 많다보니 수평비행을 하려면 기수가 아래를 향하게 된다. 30m 상공에서 하방을 보면서 시속 수백km로 원하지 않는 비행을 한다면 동승한 사람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공포가 따로 없을 것이다.
  12. 그것도 대형 폭격기로 저런 곡예비행을 했으니 옆에서 동승하는 사람은 죽을 맛일터.
  13. 이 역시 폭격기가 급격한 선회를 하기에 충분한 고도는 절대 아니다. 선회과정에서 거의 절반가까이 고도를 잃고서야 기체를 바로 잡을 수 있었다.
  14. 일부 내용이 잘못되어 있기는 하지만 딱히 내용이해에는 문제가 없으니 관심이 있는 위키러는 참고해 보자. 해당 B-52 사고뿐 아니라 여담에서 언급된 C-17의 사고도 개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