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크 단위계

(플랑크 단위에서 넘어옴)

Planck Units

자연 단위계의 일종.

자연 단위계는 인간의 자의적인 기준이 아닌, 보편적인 물리 상수들에 기반한 측정 단위계를 의미한다. 즉 이러한 보편적인 물리 상수들을 단위로 놓아 값이 1로 정해지게 만드는 것이다. 플랑크 단위계는 그 중에서도 가장 '자연스러운' 단위계라고 하는데, 이는 다른 자연 단위계에서와 달리 근본적인 물리법칙에 관여하는 상수를 기준으로 잡기 때문이다(일단 이 문서 안에서만큼은 자연 단위계를 플랑크 단위계의 의미로 쓰겠다).

즉, 쉽게 얘기하면 빛의 속도 [math] c [/math]플랑크 상수 [math] \hbar [/math] 를 1로 놓은 단위계이다. 이렇게 놓으면 시간 단위가 길이 단위로 바뀌고, 길이 단위는 또 질량의 역수 단위로 바뀐다.

예를 들어 엄청 넓은데 엄청 얇은 직육면체의 크기를 표기할 때 가로 세로 높이를 전부 m로 놓는 것보다 가로 세로만 m 단위로, 높이는 mm 단위로 표기하는 편이 훨씬 편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혹은 높이를 인차로 쓴다든가. 시간 단위와 길이 단위는 사실 이 정도의 차이 뿐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질량의 역수 단위와 길이 단위 역시 마찬가지고. 그저 원래 같았는데 분리되어 있던 물리량들을 도로 합친다는 느낌으로 보면 된다. 뭔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높은 레벨의 상대론적인 양자역학을 다루는 거의 모든 교과서가 자연 단위계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물리학 공부를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 일부 이론물리학자들은 한번 쓰기 시작하면 너무 편해서 일반 단위계로 돌아올 수 없다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물론 단점도 있다. 자연 단위계를 사용한 계산결과는 별다른 단위 없이 기호와 숫자로만 나오는데, 그게 실제로 몇 쿨롬이냐, 몇 볼트냐, 몇 줄이냐 하는 식의 질문을 하면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의 엔지니어링 문제에 대한 답을 주는 데는 별 쓸모가 없는 도구. 그래서 이 단위계가 쓰이는 분야는 한정되어 있다.

다만 이론적인 계산을 다 해 놔도 결국 실험 데이터와 비교는 해 봐야 하기에 보통 쓰는 좌표계(SI 단위계 등)로 도로 바꿀 일이 많다. [math]c[/math][math]\hbar[/math]랑 전부 다 1로 놓은 마당에 그게 되나 싶겠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거꾸로 지금 구해 놓은 물리량이 SI 단위계에서 올바른 단위를 갖도록 [math]c[/math][math]\hbar[/math]들을 붙이면 된다. 예를 들어 지금 구해 놓은 물리량 [math]x_0[/math]가 어떤 시간이라 하자. 시간이긴 한데 [math]c = 1[/math] 때문에 구해 놓은 것이 일단 길이 단위이긴 할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그 물리량이 시간인 것은 알기에 적당히 [math]c[/math]를 여러 번 곱하거나 나누는 것으로 주어진 '길이' 물리량을 '시간' 물리량으로 바꿀 수 있다. 여기선 [math]x_0 / c[/math]가 시간 단위를 갖는 물리량이므로 실제 구하고자 하는 값은 저렇게 구하면 될 것이다. 운동량, 각운동량, 에너지 같은 단위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것이다.

몇 개의 유명한 공식들을 자연 단위계로 표현한 예는 다음과 같다.

슈뢰딩거 방정식:

[math] \displaystyle i \frac{\partial}{\partial t} \psi\left(\vec{r},t \right)= \left( -\frac{1}{2m}\nabla^2 + V\left(\vec{r},t \right) \right) \psi\left(\vec{r},t \right)[/math]

클라인-고든 방정식:

[math] \displaystyle \left( \partial^\mu \partial_\mu + m^2 \right) \phi = 0 [/math]

단, 자연 단위계를 사용했다고 해서, 모든 물리 공식이 부연 설명할 필요 없이 하나의 형태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전공자들조차도 헷갈리기 쉬운 전자기 단위의 경우 SI를 썼느냐, 가우시안[1]을 썼느냐, 헤비사이드-로렌츠를 썼느냐에 따라 식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진공에서의 맥스웰 방정식은, 전기장과 자기장의 대칭성이 가장 명확히 보여지는 헤비사이드-로렌츠 단위계를 채택한 경우와, 헤비사이드-로렌츠 단위계에서 [math] c = \hbar =1 [/math] 로 놓는 자연 단위계를 사용한 경우 각각 다음과 같다.

  • 헤비사이드-로렌츠

[math] \displaystyle \nabla \cdot \vec{E} = \rho[/math]

[math] \displaystyle \nabla \cdot \vec{B} = 0 [/math]

[math] \displaystyle \nabla \times \vec{E} = - {1 \over c} \ {\partial \vec{B} \over \partial t}[/math]

[math] \displaystyle \nabla \times \vec{B} = {\vec{j} \over c} + {1 \over c} \ {\partial \vec{E} \over \partial t} [/math]

  • 자연 단위계 (사실은 SI에서 [math] \epsilon_0 = \mu_0 = c = \hbar =1 [/math] 으로 놓아도 같은 식에 도달한다.[2])

[math] \displaystyle \nabla \cdot \vec{E} = \rho[/math]

[math] \displaystyle \nabla \cdot \vec{B} = 0 [/math]

[math] \displaystyle \nabla \times \vec{E} = - {\partial \vec{B} \over \partial t}[/math]

[math] \displaystyle \nabla \times \vec{B} = \vec{j} + {\partial \vec{E} \over \partial t} [/math]

속하는 단위

플랑크 길이=플랑크 시간
플랑크 질량
플랑크 온도

플랑크 일률=플랑크 질량/플랑크 시간
  1. 흔히들 cgs라고 부르지만, SI에서 단위만 cm와 g으로 바꾼 게 아니라 전하의 단위 자체가 다르다.
  2. 물론 이 경우에도 전하의 단위가 다르므로 엄밀히는 똑같은 식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그 차이점을 신경써야 할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