胡靑禹
<의천도룡기>의 등장인물
호접곡이라는 골짜기에 산다고 하여 별호는 접곡의선(蝶谷醫仙)이다. 하지만 오직 자신과 같은 명교 신도들만을 치료해주고, 다른 사람은 절대로 치료해주지 않으며 눈 앞에서 죽어가도 손을 대지 않는다고 하여 견사불구(見死不救)라는 별명도 붙게 되었다.
과거에 귀주성(貴州省) 묘강(苗疆) 지역에서 금잠고독(金蠶蠱毒)에 중독된 신기자(神機子) 선우통(鮮于通)을 3일 밤낮으로 치료해서 구해주었고, 그와 친구가 되어 여동생 호청양(胡靑羊)까지 아내로 주었다. 하지만 선우통은 화산파 장문인이 되려는 야망 때문에 전대 화산파 장문인의 딸과 결혼하면서 호청우의 여동생을 저버렸고, 호청우의 여동생은 뱃속의 아기와 함께 자결하고 만다. 호청우는 복수를 위해 선우통을 몇번이나 찾아 갔지만, 선우통의 무공과 화산파의 세력을 당해내지 못해고 번번히 참패했으며 목숨을 잃을 번 하기도 했다. 명교의 내분 때문에 형제들의 도움도 얻을 수 없었다.
장무기가 호접곡에 오자 처음에는 손대려 하지 않았지만, 보기 드문 현명신장의 한독을 보자 호기심이 들어 손을 대게 된다. 하지만 그도 결국 치료할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또 장무기가 상우춘을 치료해주기 위해 의술에도 관심을 가지자, 여러가지 의서를 빌려주고 조언을 하여 의술을 익히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호청우는 갑자기 천연두에 걸렸다면서 병을 핑계로 자리에 누워버리고, 금화파파가 기이한 부상을 입혀서 보낸 공동파의 성수가람(聖手伽藍) 간첩(簡捷), 딸 양불회를 데리고 있는 기효부, 화산파의 설공원(薛公遠) 등이 나타난다. 호청우는 여전히 치료해주지 않겠다고 누워 있기만 했으나 장무기가 병자들의 증세에 대해서 물어오는 것에는 대답해주었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병의 증세가 바뀌면서 계속 낫지 않아 장무기는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의 아내 왕난고(王難姑)가 몰래 독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왕난고(王難姑)는 호청우와 같은 사문에서 무예를 익힌 동기동문이었으나, 호청우와는 반대로 독술(毒術)을 전공했다. 그 이유는 같은 살인술인 독술과 무술이 장단점을 보완하면 살상효과를 증대시킬수 있다는 자신의 지론 때문이었다. 왕난고는 호청우를 독술 연구에 끌어들이려 했지만, 호청우는 천성적으로 심성이 소박한 사람이라 독술 연구를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애정이 남다르게 두터워서, 마침내 스승의 중매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후 호청우는 '의선'으로, 왕난고는 '독선'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하지만 왕난고는 승부욕이 강한 여자라 호청우의 명성이 자신보다 높아지는 것을 견딜수 없어서, 몰래 사람을 중독시킨 다음 호청우에게 보내는 방식으로 승부를 걸었다. 호청우가 자신있게 치료해내자, 왕난고는 더욱 화가 나서 공개적으로 호청우에게 도전을 한다.
호청우는 자신들의 부부싸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게 되자, 심한 자책감을 가진 나머지 명교 신도 이외에는 병을 고쳐주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왜냐하면 부부가 둘 다 명교 신도였으므로, 명교 신도는 서로를 해치지 않는다는 규율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난고는 호청우가 자신의 실력을 얕잡아본다고 생각해서 더욱 화가 나서 호접곡을 떠나버렸다.
이 맹세를 한 이후, 호청우는 금화파파와 그 남편 은엽선생의 방문을 받게 된다. 하지만 역시 명교 신도만 치료해주겠다는 맹세에 따라 치료해주지 않았고, 금화파파는 원한을 품고 그 맹세를 어기는 날에는 죽여버리겠다고 말하고 돌아간다.
이후 은엽선생이 사망하자 금화파파는 기이한 병을 보면 참지 못하는 호청우의 치료벽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문파의 사람들을 모아 호접곡에 보내게 된 것이었다. 왕난고는 그걸 알려주고 호청우와 같이 대책을 논의하고, 호청우는 병에 걸린 척 하며 드러누웠던 것이다. 하지만 장무기를 통해 그걸 거뜬히 치료해내는 호청우를 보자 왕난고도 오랜만에 호승심이 들어 독약을 써서 환자들을 더욱 괴롭혔던 것이다.
왕난고는 장무기마저 독살하려 했지만, 호청우는 자신의 신변을 걱정하는 장무기의 진실된 마음을 보자 마음이 약해져서 엉터리 약방문을 말해 무기에게 빨리 이곳을 떠나라는 암시를 준다. 그날 밤, 왕난고는 자신이 제조한 극독을 먹고 죽으려 하면서 독의 성분도 말하지 않자, 호청우는 기지를 발휘하여 자신도 그 독을 먹고 죽으려 했다. 남편이 걱정된 왕난고가 급히 독의 성분을 말하자, 호청우는 몰래 탁자 위에 물로 글씨를 써서 장무기에게 해독약을 제조하게 하여 두 명 모두 살린다. 또 마침 두 부부가 죽어가는 장면을 금화파파가 목격하여, 부부가 자살을 했다고 생각한 금화파파는 돌아가게 된다.
호청우는 금화파파가 지금은 돌아갔지만 곧 다시 죽음을 확인하러 올 것이라 생각하여, 장무기에게 자신들의 무덤과 비석을 만들게 하고 왕난고와 함께 도망친다. 도망치면서 호청우는 자신의 비방이 적힌 의서를 장무기에게 주었다.
하지만 결국 금화파파에게 붙잡혀 부부가 다 같이 살해당하고, 장무기는 그들을 묻어서 진짜 무덤을 만들어주고, 시체에서 왕난고의 독경(毒經)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