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풍종호)

1 개요

"그럴 듯한 이야기나, 임자 없는 보물이란 소문 같은 걸로 사람 골려 먹는게 내 사형의 나쁜 취미였다네. 뭐, 그렇게 해서 걸려든 작자들에게 적당히 훈계하는게 삶의 즐거움 아니냐고도 했지만... 보물에 눈이 뒤집혀 못되게 구는 작자들을 발가벗기고 골탕 먹이는 걸 진짜 좋아했거든"[1]

사흉(四凶)의 하나인 대흉(大凶)의 요마로 일컬어지며, 그 형상이 태초 이전의 혼돈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요마에게 붙여진 이름이 혼돈(混沌)이다. 풍종호의 무협소설 『지존록(至尊錄)』에는 그런 전설 속 요마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삼았던 무림기인이 소개되는데, 그는 매우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는 애초에 사생아로 태어났다. 음양신마맥(陰陽神魔脈)이라는 희귀한 절세의 기맥을 가졌으나, 태중(胎中)에서 어미의 배를 가르고 들어온 아비의 칼에 맞았기 때문에 정상으로 태어날 수가 없었다. 그 어미는 아이를 빌미로 아비에게 협박을 하던 중이었으니, 정상으로 태어났다고 해도 쓸모가 없는 이상 버려졌을 상황이었다. 하물며 그 얼굴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그 골격이 헝클어져 있으며, 살갗이 살점에 붙어 있지 못한 채로 뒤죽박죽이 되어 나온 기형아였으니, 비정한 어미가 나자마자 버린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그는 죽지 않았다. 다름이 아니라 새끼를 잃은 개에게 키워졌던 것이다···. 인간의 세상에 있으나 인간이 아니었던 자, 그가 혼돈이라는 이름을 내세우기까지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그러한 계기를 준 것이 건곤일사(乾坤逸士)로, 혼돈이 음양신마맥인 것을 알아보고 거두어 이승을 떠나기 전 마지막 사흘을 같이 보내며 건곤경(乾坤經)을 남겨준다. 태아 시절에 얻은 상처로 인해 음양신마맥이 훼손되어 본래라면 미령천안(美靈天顔)과 쌍벽을 이룰 정도의 아름다울 외모가 일그러지고, 하루 중에 온전한 정신이 유지되는 시간마저도 한두 시진에 불과했던 그에게 건곤일사가 건곤경을 기억하게 한 것이다.

그로부터 이십여 년이 지나서야 '혼돈'은 자신의 몸을 치유하고자 오랜 세월 고심 끝에 창안해낸 독문심법인 혼돈의태심법(混沌儀態心法)으로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정하고, 세상에 온전한 사람의 모습으로 설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세월도 쉽지 않았기에··· 그렇기에 '혼돈'이 된 것이다. 몇 가지 신분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실로 기묘한 인물이 돼버린 것이다.

혼돈의태심법의 다른 묘용이 사람의 외모를 마음대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이를 이용한 장난이 심술궂은 사흉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사소한 복수심에서 시작되었지만 동시에 요협(妖俠)이라는 신분을 만들어 혼돈이 많은 악인을 징벌한 방법이다. 그 잘빠진 외모로 사람을 속이고 고통에 빠뜨리는 자들을 골라, 혼돈 자신이 벗어난 원래 자신의 끔찍한 모습을 부여해 버린다. 간혹 그보다 더한 상태를 만들기도 했었기에 사람들은 그를 마협(魔俠)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당시의 천하삼괴(天下三怪)[2] 중 두 사람이 실은 혼돈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또한, 혼돈은 그 외모의 일그러짐으로 고통받는 착한 이들을 몇몇 구해내기도 하였기에 무명신의(無名神醫)라고 불리기도 하며, 무림태세(武林太歲)와 깊은 교분을 나누기도 하였다.

풍현은 그의 비급인 혼돈절세연(混沌絶世緣)이 포함된 사흉전을 묵연동(默然洞)에서 얻고, 후에 의태심법을 사용하여 운령의 몸을 다듬기도 한다.[3]

2 무공

  • 혼돈의태심법(混沌儀態心法) : 혼천의(渾天儀)가 하늘의 운행을 표현한다면, 자신의 몸은 혼돈을 표현하기에 혼돈의(混沌儀)라 칭하고, 태심법은 그런 혼돈의 몸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내가심법이다. 음양신마맥을 회복시키면서 사람다운 모습을 갖추기 위한 그 만의 소망이 담겨 있으며, 건곤일사가 초안을 잡고 혼돈 스스로 완성한 독문심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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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녹림대제전(綠林大帝傳)』에서 왕삼구건곤자(乾坤子)의 대화 중에서 발췌.
  2. 혼돈, 건곤마협, 무림태세
  3. 참고로 암천향(暗天香)의 유진에서 풍현이 읽은 건곤마협전(乾坤魔俠傳)을 보면 혼돈이 사제인 건곤자와 함께하면서 유출시킨 기예들이 따로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건곤경의 내용으로 혼돈의태심법을 변형시킨 것들이어서 혼돈의 본색이 전혀 드러나질 않았다고 한다. 이 기예들은 『녹림대제전』에서 왕삼구가 잡은 여러 명의 음마문도에게 사용하여 그들의 이마팍에 단도를 깊숙이 꽂았음에도 죽지 않는 괴이한 일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