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과 헤딩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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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동 화백이 그린 명랑만화. 홍길동전의 주인공 홍길동이 나오는 모험담이지만 설정이나 전개 등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먼저 홍길동이 일단 의적으로 한번 크게 활약해서 이름을 날린 뒤에 다시 백운 도사에게 들어가 수련을 쌓고 나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며, 그때 강원도에서 박치기로 이름을 날렸다는 헤딩박을 만나 자웅을 겨룬 뒤 의동생으로 삼아 다시 세상에 나서게 된다.

일단 홍길동은 소년 고인돌의 주인공 인돌과 번데기 야구단의 주인공 뻔과 같은 외모여서, 그 때문에 헤딩박에게 자기 정체를 밝혔을 때도 "TV만화영화에서 봤는데 너보다 100배는 더 잘생겼어!!"라면서 가짜로 매도받기도 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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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본인은 '코가 약간 넓적해서 그렇지 참으로 믿음직스러운 얼굴'이라고 자부하는듯. 거기다 헤딩박도 박치기를 위해서 머리를 박박 밀고 눈썹은 굵직한 일자 송충이 모양이라서 그리 자랑할만한 외모도 아니며, '삶아놓은 문어대가리'라고 까이기도 했다.

원전의 서자라는 자신의 출생에 대한 신분의 갈등과 고뇌는 설정에서 삭제된건지 언급하지 않으며, 그냥 유쾌한 개구쟁이 타입. 무술실력은 이미 완성된 초고수. 단검을 커브로 던지고, 구름을 자유롭게 타고 다니며, 건장한 산적과 포졸들을 어렵지 않게 제압한다. 헤딩박과 길을 떠난 홍길동은 근처 마을을 괴롭히던 애꾸눈 산적단을 제압해서 2기 활빈당을 재결성하고 각지의 탐관오리들을 혼내주며 백성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다.

백미는 최종보스격인 캐릭터, 중국 무술의 제1인자 왕빠우 도사와의 대결. 중국의 사신이 국경 근처에서 산적에게 몰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대로한 중국 황제가 조선 왕자를 볼모로 잡기로 결정을 내려서 그 임무를 왕빠우 도사에게 맡기고, 사흘동안 조선의 그 누구도 왕빠우를 이기지 못하면 그대로 왕자를 끌고가겠다고 일방적으로 선포한 것.

전국 각지의 장사들이 나서지만 왕빠우 도사의 귀신같은 실력[2]에 다들 자빠지고, 홍길동이 거지소년으로 변장하고 나서서 격렬한 승부를 벌이게 된다. 경공술과 검술로 박빙의 사투가 계속되던 때에 왕빠우 도사가 거대한 호랑이로 변하고 또 홍길동을 뱀으로 변하는 새끼줄로 꽁꽁 묶어서 절대적인 위기상황이 발생한다. 그때 홍길동은 스승 백운도사가 최후의 사태에 쓰라고 준 주머니를 열어보는데 그 안에 든 쪽지에 쓰여진 주문은 '마징가가징마를 세번 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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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홍길동은 천하무적 거대로보트 가징마Z로 변신하여 뱀을 끊어버림은 물론이요 그깟 호랑이 왕빠우를 한손에 잡아 패대기쳐서 기적의 대역전승을 거둔다. 이때 허리가 부러져 졸도하기 직전 왕빠우 도사가 하는 말이 "세상에 인조인간으로 변하는 도술은 처음 본다!!!"

이렇게 공적을 인정받아 홍길동은 임금으로부터 마패를 수여받은 정식 어사가 되고, 전국팔도를 휘돌며 백성들을 위해 뛰는 영웅으로 알려지게 되었다더라.

길창덕코미디 홍길동과 더불어 홍길동의 훌륭한 코믹화 중 하나로 인정받는 수작. 현재 복간되어 구하기도 쉬운 편이다. 다만 과거 만화 검열 흔적이 드러나서 아쉬운 감이 있다. 포졸들이 창에 얼굴 가까이 대고 정체를 묻는 장면에서 복간판조차 창이 죄다 지워져있다. 그리고 헤딩박을 공처럼 홍길동이 던지는 장면에 글자를 수정한 흔적과 같이 박찬호 선수가 던지는 시속과 비슷하다고 나온 걸 보면 과거 야구 유명선수 이름을 2000년 초반에 인지도가 높은 박찬호로 고친 걸 알 수 있다.

  1. 설정은 조선시대지만 무전기와 TV가 있고 또 라디오로 전국서당야구대회 결승전 중계가 나오기도 한다. 깊게 생각하지 마시라. 하긴 빅토리아 시대에도 TV와 닌텐도가 있었다는 만화도 있으니...
  2. 장풍을 구사하며 빗방울을 피해 100m을 달린 기록도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