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황금빛의 볶음밥, 숟가락에 붙어있는 흰쌀밥과 완전히 대조된다. 그야말로 은을 금으로 바꾸는 요리계의 연금술. 시공간이 오그라든다
1 달걀과 밥만으로 만드는 볶음밥
가장 단순한 형태의 볶음밥 가운데 하나. 흔해빠진 재료인 달걀과 밥만을 사용하고 난이도도 높지 않은 데 비해 완성품의 맛이 좋은 편이다. 반드시 유의할 점은 달걀을 골고루 풀어서 조리해야 한다는 점. 그냥 섞지 않고 넣으면 흰자와 노른자가 따로 엉겨서 전체적으로 고른 황금 빛깔이 나오지 않는다. 그건 그것대로 맛있다고는 하지만....
볶음밥과 관련된 경구인 '금으로 은을 싼다'는 표현이 적용되는 것이 바로 이 황금 볶음밥으로, 밥 한 알 한 알에 계란을 코팅하면서 볶음밥답게 익혀내려면 숙련된 솜씨가 필요하다. 계란이 일부는 뭉치거나 일부는 부스러기처럼 자잘하면 온전한 황금 볶음밥이라고 부르기 힘들다. 볶음밥 한 그릇에 더럽게 까다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애초에 초라하디 초라한 볶음밥에 황금씩이나 되는 거창한 타이틀이 붙는 데는 다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이 볶음밥의 친정집이라고 할 만한 중화요리에서는 아주 센 불을 애용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솜씨 좋게 계란물을 밥에 입히며 볶아내는가로 요리사의 역량을 파악할 수도 있다. 만화 철냄비짱에서도 고반초 키리코의 솜씨가 드러나는 첫 번째 요리가 바로 이 황금 볶음밥이고, 요리왕 비룡 애니메이션 1화에서도 비룡이 황금 볶음밥을 통해 국하루의 주인 자리에 도전할 자격이 있다는 점을 어필한다.
제대로 하려면 강한 화력과 뛰어난 솜씨가 필요하지만, 가정식으로 만들어 먹는다면 매우 간편한 우회로(?)가 있다. 계란물과 찬 밥을 미리 골고루 섞어서 냉장고에 잠깐 재워 뒀다가 볶으면 된다. 이미 계란물과 밥이 골고루 섞인 상태이기 때문에 뜨거운 불에서 물기 없이 잘 볶아내면 간단하게 완성. 불조절만 적당히 할 줄 알면 일류 요리사만큼은 아니라도 일반 계란볶음밥보다 훨씬 고상한 색깔과 맛을 느낄 수 있다. 의외로 업장에서도 종종 이 방법을 사용하는데, 배달 중국집에 진정한 요리사의 솜씨 같은 건 필요없기도 하고미리 준비해 뒀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빠르게 주문 수만큼 볶아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볶음밥을 만들어야 할 때마다 계란을 깨서 풀고 난리법석을 피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어쩌면 가정용보다 음식점용으로 가장 적합한 방법일지도.
타카무라 히토시가 잘 하는 요리라고 한다.
2 신 중화일미(요리왕 비룡 코믹스) 극후반부에 나오는 궁극의 요리
사실 이 요리는 '황금 볶음밥'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어째서인지 이 항목에 작성되어 있다(...).
만리장성에서 벌어지는 최종 요리결전에서 유마오신이 선보인 요리. 요리 고증이 전반적으로 낙제 수준인 이 만화에서도 독보적인 괴악함을 자랑한다! 가뜩이나 비현실적인 요리며 말도 안 되는 시대고증이 넘쳐나던 이 만화를 판타지의 영역으로 날려버린 최후의 한 방.
우선 조리법은 다음과 같다.
0. 날이 덥다! 태양열을 사용한 요리를 만들자!
1. 만리장성의 경사로 두 개에 길이만큼의 철판을 깔고 그 위에 돼지기름에 적신 천을 깐다. 이건 미친 짓이야
2. 경사로 하나에는 적당히 익힌 볶음밥과 건조 어패류를 길게 깔고, 다른 하나에는 계란물을 깐다.
3. 태양열을 흡수한 철판의 열기로 느긋하게 마저 익힌다
4. 처음에 깔았던 천을 들어올리면 볶음밥이 경사를 굴러내리면서 구체 모양으로 뭉쳐진다!
5. 다음 경사로의 계란구이를 휘감으면서 더더욱 커진다!따라하지 마세요
완성품 자체는 달걀지단으로 감싼, 구체 모양의 볶음밥일 뿐이다. 문제는 저런 식으로 만들었다가는 도저히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나올 리가 없다는 것. 조리과정 하나하나가 극도로 비현실적이라서 어디서부터 뭐라고 딴지를 걸어야 할지조차 난감한 수준이다. 일단 저런 공정을 통해서 구체 모양이 완성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고, 모래와 먼지가 죽도록 섞여들어갈 것이고, 만리장성 위에 설치할 철판은 주문 제작해야 할 것이며, 철판이 태양열로 요리에 쓸 만큼 달아오르는 데도 한 세월이 걸릴 것이다(...).[1] 그러나 작중에서는 대 호평으로, 태양의 기운을 듬뿍 흡수해서 카이유가 만든 독요리 '파마팔선'의 해로운 기운을 날려버리는 위력을 과시했다. 사람의 손으로 뭉친 것이 아니라 중력을 이용했기 때문에 너무나도 부드럽고 균일하게 볶음밥과 해산물이 층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런 주제에 수박처럼 잘라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뭐 어쩌라는 거야
사실 중화일미 후반부는 요리 만화라기보다는 연금술 만화에 더 가깝기 때문에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바로 이 요리의 상대가 된 카이유의 파마팔진은 음양오행 사상 완벽하게 상극이 되는 재료를 조합해서 만드는 요리로, 일반적으로 만들면 맛 자체가 거부감이 들고 몸에도 무척 해롭지만 기공술의 달인인 카이유가 기를 열심히 불어넣으면 맛은 좋아지고 독성은 강해진다라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을 달고 있다! 이런 판타지한 최종요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역시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태양의 기운을 담았다는 이런 요리가 어울릴지도 모른다.
참고로 이 요리의 정식 명칭은 <어머니의 태양볼>이다. 황금 볶음밥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 ↑ 무한도전 에너지 특집에서 태양열로 달걀과 닭고기를 조리한 적이 있는데 햇볕 쨍쨍한 야외에서 태양열을 한곳으로 모으는 특수한 용기를 써서 조리하고도 한나절 걸렸다. 하물며 평평한 철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