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문병

黃文炳

수호지에 등장하는 악역.

강주 근처에 있는 고을인 '무위군' 출신으로 출세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강자에 비굴하고 약자를 함부로 괴롭히는, 고구에 버금갈 정도의 인간 쓰레기. 등장할 당시에도 당시 지부로 일하고 있던 강주부윤 채득장[1]에게 뇌물을 바치는 일이 일상이었다. 남에게 하도 모질게 굴어 별명이 황벌침일 정도. 역으로 그 형인 황문엽은 '황부처'라는 별명까지 있을 정도로 어진 인품의 소유자였다.[2] 전형적인 형만한 아우 없다의 케이스.

송강이 강주로 유배를 온 후 심양루에서 경치를 바라보다 술에 취해 어떤 한시를 심양루 벽에 써 넣었는데, 그 시를 보고 송강이 반역을 일으키려 했다는 해석을 하여 송강을 반역죄로 몰아 사형에 처하고 그 공으로 승진하려고 했다.


어린 시절 경전과 역사를 배우고,
자라서는 권모가 있었다네.
사나운 범 쓸쓸히 언덕에 누워
발톱과 이 감추고 때 기다리네.
안타깝다. 두 뺨에 문신 세기고
강주에 귀양온 가련한 신세.
뒷날 한 풀 날이 오면 심양강은 피의 강이 되리.

마음은 산동에 있고 몸은 오에 있네.
낯선 땅과 물을 헤메니 서러운 마음 뿐.
뒷날 뜻을 펼치는 날이 오거든
황소가 대장부가 아니라 여기리.

제남군 운성현 사람 송강 작.

그 후 송강을 구하기 위해 오용이 계책을 써서 소양의 글과 김대견이 판 도장을 찍어 채경이 보낸 편지인 것처럼 해놓고 대종을 시켜 편지를 보냈는데, 이 편지를 보고 채경이 친아들에게 보내는 공문서에는 보통 도장을 찍지 않았으며, 찍더라도 부자간에는 부친의 실명을 사용한 도장을 찍지 않는다는 관례[3]가 있었다는 점 때문에 그 편지가 가짜임을 간파해 내 대종도 반역죄로 몰아 거의 처형에 성공할 뻔했다. 송강은 이러한 처신에 마구 이를 갈았고, 복수를 획책한다. 결국 자신의 집으로 쳐들어온 양산박 군대에 붙잡힌 후 이규에 의해 능지형 당하듯이 온 몸이 썰려 공포와 고통 속에 천천히 죽어갔다. 그 살은 양산박 일당들이 술안주로 구워먹었고 살을 다 베어낸 후에는 심장과 간을 들어내 해장국을 끓였다.

근데 일단 송강의 시 자체는 반역시로 보일 만한 소지가 상당히 있긴 했다. 귀양 온 처지에 발톱과 이빨을 감추고 때를 기다리다가 한을 풀 날이 오면 피로 강을 만들겠다니(...) 더구나, 훗날 뜻을 펼치겠다는데 롤 모델로 제시된 건 중국 역사를 대표하는 반란 수괴인 황소다! 유배와 있는 처지에 술 마시고 기루에서 쓴 글이 아니라도 보통 선비라도 이런 글 쓰면 십중팔구 목이 달아났을 거다. 뭐, 현대적인 관점에서는 글 하나 썼다고 사형은 너무하지 않냐 싶기도 하지만, 글 좀 잘못썼다가 목이 달아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한다면 이런 글을 쓰고 자기 이름까지 박아넣는 건 사실상 자살시도나 다름없다. 반역시로 규정되어 쓴 사람 목이 날아간 수 많은 글 중에서도 이만큼 노골적인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 게다가 오용과 대종이 저지른 것은 명백한 공문서 위조행위.(…) 사실 송강이 무슨 정신에 저런 시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전호, 왕경, 방랍 등 반란군들을 때려잡고 다니던 훗날 행적을 보면 실제 반역할 마음은 없었던 것 같다. 즉 전호, 왕경, 방랍 등의 입장에서는 송강이나 황문병이나 모두 조정에 꼬리를 흔드는 앞잡이일 뿐이기 때문에 황문병에 대한 보복은 따지고 보면 네로남불의 논리다. 당위성을 살리기 위해 인간 쓰레기란 설정을 더하긴 했는데... 솔직히 이규나 송강에 비하면 약과다. 적어도 이 양반은 양민학살 저지르고 다니지는 않았으니까.
  1. 채경의 아홉째 아들로 흔히 채구지부라고 불리었다.
  2. 송강이 후건에게 황문병에 대해 묻자, 후건은 황문병에 대해 설명하면서 곁들여 형 황문엽의 선행도 알려주었다. 다리를 고치고, 승려에게 시주하고, 빈궁한 사람들을 구제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기 때문에 사람들이 '황부처'라고 칭송한다고 한 것. 설명을 들은 송강도 양산박 일당에게 황문엽을 비롯한 선량한 사람들을 해치지 말고 황문병만 사로잡을 것을 명한다.
  3. 또 하나는 이 때 위조한 도장이 채경이 한림학사 시절에 사용한 도장으로 채경의 서한집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도장이라 위조가 쉬울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