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

1 개요

한국의 대표적인 숙취 해소용 음식. 이름부터가 숙취(酲/정)푸는(解/해) 이다. 그런데 '해정국'이 아니라 '해장국'이 된 것은 단순한 소리의 변화로 장(腸)과는 관계가 없다. 설렁탕이나 갈비탕 못지않은 대중적 인지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정작 해외에는 그리 널리 소개되지 않고 있는 듯 하다. 참고로 원래 목적인 숙취해소용 외에도 그냥 식사용 혹은 술안주용(..)해장국에 소주 한잔... 크 그리고 다음날 해장한다고 해장국 먹고...으로도 많이 소비되는 듯.

명확한 기원은 불분명하고, 비슷한 관련 기록 중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려 시대의 '성주탕(醒酒湯)'[1]으로 소개되어 있다.

해장국이라는 이름은 조선 시대에서 등장한 표현으로 이때부터 대중적인 요리가 되었다고 나와 있다. 당대의 수많은 해장국 중에서 특히 '효종갱'이라는 된장국 비슷한 해장국이 있었는데 배추 속대, 콩나물, 송이버섯, 표고버섯, 쇠갈비, 해삼, 전복 등 18가지 재료와 토장을 섞어 종일 푹 고아낸 국으로 보양도 되는데다 맛도 아주 뛰어나서 양반들 사이에서 인기가 최고였다고 한다. 조선시대 양반들도 폭음하는 경우가 워낙 많아서 그랬던 점도 있을듯그 시절부터 폭탄주(혼돈주)를 만들어 마시던 한국의 유구한 술문화

그런데 이걸 잘 요리하는 식당이 남한산성 쪽에 있었기 때문에 한성양반들이 하인들에게 '해장국 셔틀'을 시키는 일이 꼭두새벽부터 잦았다고 하며 효종갱이란 이름도 새벽종이 칠 때 먹는다는 의미가 있다. 기록에 따르면 요즘 시간으로 거의 새벽 3, 4시에 하인을 보냈다고 하며 식당에서 배달을 해줬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게 사실이면 배달 식품의 원조인 셈. 오오 배달민족 30분 넘으면 공짜!! 물론 전화가 없으니 주문을 하려면 결국 뛰어야 하며 밝을적에 미리 주문해 놔도 되지만 어쨌든 가기는 해야하니... 에 싸서 따뜻하게 보존해서 가져온 그 맛을 즐기려고 일부러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 물론 거기까지 뛰어서 오가는 하인들은 죽을 맛이었지만……. 참고로 한성에서 남한산성을 가려면 한강을 건너야 한다...갈때는 그렇다치고 올때는 식기전에 도착할려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다가 넘어져서 깨먹기라도 하면 망하는거다. 다른 야사로는 남한산성이 아니라 현대의 청진동 일대라는 설도 있다. 체인점 일수도 있다이 지역도 해장국 거리로 유명한 곳.

이 효종갱을 복원했다는 뉴스도 뜬 바 있으나 과연 얼마나 원본에 가까울지는 미지수. 이 요리가 소개된 책도 요리책이 아니라 당대의 문화, 풍습등을 소개한 책이라 전문적이지도 않다.

맛 자체도 좋은 음식이니 고기니까, 술을 안 먹고 먹기도 하고, 술을 전혀 안하는 사람중에서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대부분이 24시간 영업을 하니 새벽대 야식으로도 선호되고.

...희한하게도 영문 위키백과관련 항목이 개설되어 있다. 심지어 한국어 위키백과의 같은 항목보다 내용이 더 많고 자세하다![2]

2 영양

의학적으로 볼때 해장국을 '해장' 용도로 쓰는 건 미친 짓에 가깝다. 솔까말 황태국과 콩나물국, 우거지국 등 실제로 비교적 삼삼한 국물 요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해장국들은 오히려 안주로 먹었을 때 다음날 속이 편하다. 안주 삼아 먹을 건더기도 튼실한 편이고.[3]

안그래도 전날의 과음으로 가 약해져있고(음주는 위의 점막, 근육을 모두 약화시킨다.), 구토를 했다면 식도까지 상처가 났을 것이며, 음주에 곁들이는 안주는 대부분 짜고 기름진 것이라서 소장 이하도 상당히 묵직하고 또 전체적으로 혈압도 높아져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상태에서 맵고 짜고[4] 뜨거운 음식을 먹는다는 건 자극을 통해서 숙취의 고통은 줄여줄지언정 건강에는 굉장히 나쁘다.

특히 음주 후에 필요한 것이 수분과 당분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해장국은 음주 후에 좋은 음식이라 볼 수 없다(같은 이유로 미국식이라는 음주 후 피자도 별로 좋지 못하다). 물론 의사들도 술 먹고 해장국 먹으러 간다지만(...) 제대로 해장을 하고 싶으면 꿀물을 한 사발 마시자. 그거 말고 뭘 먹고 싶다면 라면 같은 것으로 대충 때우려고 하지 말고, 콩나물 해장국이나 선지 해장국 등, 그래도 효과가 있는 것들을 먹든가. 그리고 너무 뜨거운 상태에서는 절대 먹지 말고, 좀 따뜻하다 싶은 정도로만 식혀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위가 한창 예민해져 있는 상태에서는 뜨거운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고 한다.

3 종류

해장국이란 음식이 특정 국류 음식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지역별로 제각기의 재료와 조리법으로 만든 다양한 '해장국'들이 발달했으며, 따라서 일일히 열거하자면 엄청 다양한 해장국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지역 불문하고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선지 해장국: 굳은 쇠피나 돼지피, 그러니까 선지를 사골 육수에 삶아 만드는 해장국. 대구에서 식사와 해장용으로 모두 유명한 따로국밥도 이 선지 해장국과 공기밥을 따로 내오는 음식이다. 아무래도 피가 주성분이므로, 알콜을 분해하면서 소모된 여러 비타민과 조효소를 보충하는데 좋다. 선지와 함께 이런저런 내장을 같이 넣어 끓이는 곳도 있고, 우거지나 콩나물, 두부 등 식물성 재료를 같이 넣고 만들어 균형을 맞춘다. 익숙한 사람에게는 고소한 맛이지만, 피를 음식으로 먹는 것이 껄끄러운 이들에게는 비추.

뼈해장국: 감자탕을 1인분으로 담아오는 것이니 감자탕과 사실상 같은 음식이다. 감자탕에서 감자만 빼면 된다. 돼지 등뼈를 끓여 만드는 해장국. 선지 해장국과 마찬가지로 우거지와 콩나물 등이 같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등뼈에 붙은 고기를 발라먹고 쪽쪽 빨아먹는 재미가 쏠쏠한 음식. 감자탕 집에서 같이 파는 경우가 많은데, 등뼈를 수입산으로 쓰는 집이 제법 많다.맛있으면 그만 아닌가 옳소 국내산 등뼈에는 살이 많이 붙어있지 않고 가격대가 비싸다보니 수입산 등뼈를 많이 사용한다. 발골기술의 차이로 수입산에 비해 국내산은 뼈에 살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실제로 집에서 요리해보면 알겠지만 후추 등의 향신료로 돼지특유의 노린내만 잡으면 보통 맛없게 만들기는 힘들다. 단 육계장양념처럼 끓인 뼈다귀해장국은 파는 거라도 맛있기가 힘들다.

북어 해장국: 명태가 많이 잡히던 강원도 동부 지방을 중심으로 하는 향토 음식. 특히 북어의 숙취 해소 효과는 오랜 세월을 거쳐 입증된 탓에 전국구급 인기를 자랑한다. 네 종류 중 유일하게 3분요리를 비롯한 레토르트 팩으로도 구입할 수 있다.

콩나물 해장국: 아스파라긴산이 포함되어 있어서 해장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있지만.. 사실은 대중들에게 잘못 알려진 상식으로 아스파라긴산은 숙취해소와 관계가 별로 없다. 실제로는 콩나물에 들어있는 다른 성분인 아르기닌이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는 것. 어쨌든 해장은 된다 전라북도, 특히 전주에서 향토음식으로 유명한 해장국. 멸치로 우려낸 육수에 콩나물을 듬뿍 넣고 끓여서 을 말아 내온다. 음식점에 따라 공기밥을 따로 내오거나 오징어 혹은 낙지 송송 썬 것을 같이 넣고 끓이는 곳도 있다. 그리고 수란이 따라나오는데, 먹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수란 그릇에 해장국 국물을 몇 숟갈 끼얹고 김을 살살 부셔서 얹어먹는 경우가 많다. 물론 수란을 해장국에 푹 담가서 먹을 수도 있다.

효종갱 : 직역하면 새벽(曉)종(鍾)국(羹)이라는 뜻으로 '새벽을 알리는 종소리와 같은 탕'이라는 의미이다. 배추속, 콩나물, 소갈빗대, 해삼, 전복, 각종 버섯을 된장과 함께 물에 푹 고아 만든 해장국이다.

이외에도 지역별로 다양한 변종이 있다. 경상북도 경주에서는 멸치 육수에 메밀묵과 콩나물, 잘게 썬 김치, 모자반을 넣어 끓인 묵해장국이 유명하고, 섬진강을 사이에 둔 경상남도 하동전라남도 광양에서는 재첩으로 끓여낸 재첩국(동남 방언으로는 재치국 또는 갱조개국)을 해장용으로 먹기도 한다. 충청남도충청북도 지역에서는 고둥의 일종인 올갱이를 넣어 끓인 올갱이국이 해장용으로 많이 소비된다. 제주도에서는 돼지고기 육수에 모자반을 넣어 끓인 몸국이 해장국으로 쓰이기도 한다.

종류를 불문하고 고춧가루가 필수 첨가요소처럼 여겨지는 듯 하다.[5] (물론 아닌것도 있다. 북어국이라든지...) 하지만 너무 많이 넣으면 오히려 속을 더 긁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으니 주의. 그 외의 특징으로는 다들 먹고나면(숙취상태였건 아니건간에) 시원한 뒷맛이 난다는 것도 특징. 따라서 해장국 자체가 위를 마비시켜 부담을 느끼지 못하게 할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단 뜨거운 국물을 들이키면서 땀을 빼 숙취를 가시게 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식은 채로 먹으면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몇몇 사람들은 효능을 강화한다고 '해장술'을 곁들여 먹는 경우도 있는데, 술로 버린 속에 또 술을 붓는 건 내장을 마비시킬 뿐 건강상으로는 자폭이나 다름없으니 요주의.

유사한 음식으로 술국이 있다.

4 파는 곳

어느 동네를 가도 술집이 밀집한 거리에는 한두 가게가 기본으로 자리잡고 있을 만큼 높은 보급률을 자랑하고, 전주 같이 특화시켜서 관광 상품으로 개발한 곳도 있다. 서울에서는 종로 거리의 청진동 피맛골이 해장국의 본산으로 여겨졌지만 재개발 되면서 헐려버렸고, 장사하던 해장국집들도 근처의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폐점하는 등 예전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이 동네의 해장국 이미지는 여전히 유명해서, '청진동 해장국' 이라는 이름의 프랜차이즈 체인점이 전국 각지에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해장국집이 24 시간 운영하고 국밥이 일종의 패스트푸드의 성격이 있는 특성 상 기사식당의 자리를 밀어내고 우후죽순 퍼지고 있다.

아무튼 많이 마시고 취하는 음주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주당들의 필수 요소로 여전한 명맥을 유지할 듯. 아니, 음주라는 행위가 계속 되는 한 영원히 살아남을 음식이다.

다른 나라도 각기 독특한 해장용 음식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영국에서는 레몬을 해장용으로 쓰거나(정확하게는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시계 방향, 혹은 반시계 방향으로 겨드랑이에 문지른다), 토마토 주스소금, 후추, 타바스코 소스를 넣어 마시기도 한다. 이 토마토 주스 해장법은 보드카 베이스의 칵테일블러디 메리를 응용한 것으로, 사람에 따라 아예 블러디 메리 자체를 해장술로 마시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토마토를 넣은 달걀국시홍스지단탕(西红柿鸡蛋汤)을 숙취 해소용으로 쓴다고 한다.

이슬람 국가지만 상당히 세속화되어 술을 마시는 것이 그리 어렵잖은 터키이웃나라 그리스에서도 한국의 해장국과 매우 유사한 것을 먹는다. 똑같이 의 내장을 푹 고은 것에 다진 마늘과 마늘즙, 녹인 버터와 고춧가루를 뿌려서 먹는데, 각각 터키어로는 이쉬켐베 초르바스(İşkembe çorbası), 그리스어로는 빠짜스(Πατσάς)라고 부르며 양머리를 (내장을 함께 넣기도 한다.) 푹 고아서 먹는 켈레 파차(kelle paça)도 있다. 일반적으로 이슈켐베 초르바스든 켈레 파차든 맵게 나오지 않지만 가지안텝식 켈레 파차는 고춧가루와 후추를 왕창 타서 끓이기 때문에 우리네 해장국 맛이 난다. 또 그리스에서는 올리브유에 레몬즙을 섞어서 원샷하는 해장법도 있다(...). 사실 이슬람 나라라고 술을 아예 안 먹는게 아니라 먹는 사람도 많이 먹기에 이슬람권도 은근히 술 소비가 있다. 이라크오만같은 경우 해장국으로 염소나 양머리를 고아 만든 국을 먹고 이슬람권에서 친한 현지인이랑 몰래 술먹다보면 거기도 해장으로 해장국 비슷한 걸 먹는다는(쿠웨이트요르단) 경험담을 이야기한 한국인도 있다.

우리 결혼했어요 초창기 정형돈이 부인 역의 사오리에게 "해장국을 만들어 달라!"고 했었는데, '해장국'이란것을 모르던 사오리는 정형돈의 '시원한 것'이라는 말에 콜라를 내줬다.(……).[6]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에서는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가 조국일보 편집국장에게 매번 같이 해장국이나 먹으러 가자고 한다.

  1. 술을 깨게 하는 탕이라는 뜻으로, 해장국과 같은 의미이다.
  2. 우거지국, 콩나물국 같은 무난한거에서부터 마이너한 재첩국에 보기도 희귀한 굴국밥까지...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얼마나 술을 많이 마시는지 보여주는 산 증거. 실제로 한국에 좀 살아본 외국인들은 뼈다귀 해장국(감자탕)을 엄청 좋아한다! 농담이 아니다. 내 것까지 뺏어먹었다. 이런 씨... 어째서 한국인들은 이런걸 먼저 권하지 않느냐라고 할 정도로. 솔직히 맛있잖아 김치만 권하느라 잊혀진 음식
  3. 이는 피자나 토마토 계란볶음, 양머리 국 등도 마찬가지다.
  4. 뼈다귀라면 기름기까지.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한국인 식성도 그렇고...고추가 빠져도 마늘이나 기타 향신료가 들어가기에...
  5. 맛의 달인 만화에서도 한국 찌개 요리를 소개할 때 당연하다는 듯이 고춧가루를 때려넣어 끓였다.
  6. 해장국이란 것이, '해장국'이란 이름을 가진 음식 하나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해정을 하게 해주는 국'인지라...따라서 해장국의 종류가 한가지인 식당에서는 '해장국'을 주문해도 별 상관없지만, 해장국 종류가 두 가지 이상인 곳에서 무작정 '해장국'을 주문하면 주인이 귀찮아한다(……). 이건 빵집에서 무턱대고 '빵 달라'는 소리와 동급. 내국인도 이 정도인데 해장국이란 개념에 대해 아예 알지를 못하는 외국인에게는 사용할 때 주의를 해야 할 표현.